▲ 아직 완공되지 않은 금강1교
10월 22일, 경기 여주군 한강 이포보에서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가 있었다. 많은 우려와 관심 속에 2009년 10월부터 22조원을 들여 시작한 공사는 2년 만에 4대강 살리기 사업(4대강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16개의 보가 준공되면서 마무리로 접어들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강의 하부 퇴적물을 파내고 보를 설치해 홍수를 예방하고 하․폐수처리시설, 생태하천복원 등 수질, 주변 생태계를 개선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공사가 93% 완공되었지만 아직도 환경단체와 정부 간에 환경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4대강 사업은 홍수예방과 수자원 확보라는 지상과제를 안고 시작됐다. 가까운 시일 내에 치수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은 많은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었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올해 7월 중순부터 8월까지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시내 뿐 아니라 전국 각 지방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반면 가을에는 평년 강우량 30%정도의 비만 내려 기상청은 영남·경기·강원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을 가뭄판단지수 ‘매우 위험’ 단계로 설정했다. ‘매우 위험’은 작물이 해를 입을 수 있을 만큼 물이 부족한 단계다.

국내 하천은 지반의 융기로 경사가 크고 계절별로 유량이 다르며 범람과 유로변경이 심해 농업시대부터 ‘치수’가 중시돼왔다. 1970, 80년대에는 산업화가 진행과 동시에 정부는 대대적인 근대적 하천 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대부분 강과 하천에 시멘트로 인위적인 제방과 둑을 쌓아 ‘인공하천’을 만드는 공사였다. 자연하천의 홍수예방 작용이 약하다고 판단한 조치였다.

자연하천은 물이 흘러 하천의 퇴적과 침식 작용을 반복해 물줄기의 형태가 더욱 굽어지거나 물이 새로운 길을 뚫어 지류를 형성하기도 한다. 자연하천에 의해 퇴적된 흙은 자연 제방이 되어 Riparian zone과 같은 강기슭에 High vegetation을 형성한다. 이는 하천 주변에 농사와 취락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자연제방은 홍수 시 무너지거나 수량을 견디지 못하고 침수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방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구불구불한 강을 직선화해 유속과 유량을 일정하게 만드는 ‘인공하천’이 등장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치수에 있어 인공하천보다 자연하천이 오히려 대규모 홍수에 강하다는 학계의 분석이 나왔다. 또 자연 경관 복원, 생물 다양성 차원에서 자연하천이 각광받았다. 특히 체계적 수질 개선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존의 인공하천을 재정비해 ‘자연형 하천’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4대강 사업도 이러한 작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주 공사는 퇴적토 준설과 보 건설이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4대강 반대 시민단체들은 반대 이유 중 하나로 퇴적토 준설로 인한 Hyporheic zone을 꼽는다. 'Hyporheic zone'이라 불리는 강의 제방과 하천 밑 퇴적물은 물의 수질관리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땅 속의 물이 하천으로 흘러드는 기저유출의 오염 물질들을 걸러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 현장에서 하천 퇴적물을 최대 6m를 파낸 것을 지적하며 자정기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본교 윤성택(이과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번에 파낸 퇴적물은 공장용수 등이 하천에 흘러나왔던 산업화 시기에 쌓인 것”이라며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 있는 흙이라기보다는 오염물질로 포화된 ‘공동묘지’를 제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강을 파내 수심을 깊게 해야 기후변화로 오는 돌발성 홍수 때 하천이 수용할 수 있는 수량을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을 국내 지형과 조건이 다른 유럽 하천을 모델삼아 진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오경섭(한국교원대 지형학과) 교수는 “유럽 하천은 폭이 좁고 수심이 깊지만, 국내 하천은 폭이 좁고 수심이 얕으며 굽이치는 곳이 많아 모래톱이 발달했다”고 말했다. 또 “모래톱은 오염물질 여과성이 좋아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되고 때로는 머금었던 물을 공급해줘 계절에 따라 유량 변화가 큰 우리 하천에 큰 도움이 된다”며 “4대강 사업은 그 모래를 다 파고 유실시켰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장기적으로 필요한 4대강 사업이 반발이 거센 것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이해가 되기도 전에 홍보를 하는 쪽보다 반대 주장을 펼치는 쪽에 마음에 가기 쉽다. 단기간에 공사를 완공하려다보니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 건설과 준설이 완료된 4대강 사업은 이제 수변개발과 지류정비가 남아 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의 실패를 덮으려 지류정비를 서두른다”고 주장해 새로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 등의 환경단체는 내년 말까지 4대강 사업 후 낙동강 유역의 환경변화를 조사할 예정이다.

riparian zone : 강 또는 하천과 토지 사이의 경계면. 수분이 근처에 존재해 식물 서식지, 군집이 존재한다. 토양 보전, 서식지의 생물 다양성 등 생태학적, 환경 보존 등의 역할을 한다.
hyporheic zone : 강의 하부 퇴적물 층. 지하수가 강 바닥을 통해 들어올 때 자정작용을 함으로써 수질관리에 영향을 준다.
high vegetation : 강 기슭에 식물의 성장이 유리한 지역. 범람으로 이뤄진 퇴적층, 수분, 영양분으로 식물의 성장에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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