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털 안 깎은 언니’, ‘쌩얼 언니’들이 떼를 지어 캠프를 떠난다. 주변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는다. 여성이란 이유로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 인정받지 못하고 억눌린 감정에 대해 교감을 나눈다. 여성주의 이념이나 정치적 이슈를 알리려는 게 아니다. 그저 공감을 얻고 싶을 뿐. 올해 이 ‘페미니즘 캠프’를 7회째 주최하는 여성단체 언니네트워크(대표=이명란)의 정현희 운영위원을 만나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현희 운영위원

매년 ‘꿰매고 싶은 입’을 선정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2010년에 대상인 ‘재봉틀상’을 수상한 강용석씨다. 그 유명한 ‘아나운서 발언’으로 수상했다. ‘꿰매고 싶은 입’은 정치계, 법조계, 사회문화계 등 각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그런데 얼마전 강용석씨가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해 대상 수상을 자랑스럽게 말하더라. 즐거우라고 드린 상이 아닌데. 올해 4월 총선을 맞이해서 마포지역에서 후보자들에게 정책을 요구하는 토론회를 열 생각인데 그때 강용석씨를 불러야 하는지 고민이다(웃음)

여성주의 운동을 극단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요즘 그리 극단적인 여성운동은 없다고 본다. 여성주의는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마냥 여성 운동에 선입견을 갖는 것은 사람들이 ‘평등’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지위 변화도 이런 시각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각종 고시에서 여성 합격자 수가 많아지고 기업의 여성 채용 비율 등이 높아지면서 남성이 이런 변화를 위기의식으로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 여전히 사회에 진출한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적음에도 이 ‘상승률’에 대해 큰 변화인 것 마냥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

‘비혼 운동’을 한다고 들었다
비혼 운동은 전형적인 형태의 가정을 추구하려는 ‘정상가족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과거와 달리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이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혼 가정, 한 부모 가정 등 다양한 형태로 정상가족의 해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남성은 이런 현상을 자신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으로 본다. 비혼을 선택 하더라도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의무감 때문에 불안을 느끼는 여성이 여전히 많다. 우리는 비혼 운동을 통해 결혼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려 한다. 비혼 여성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등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지 못하는 여성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여성운동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국내 여성운동은 1990년대 초반에 본격화됐다. 그 당시 ‘레즈비언은 왜 여성이 아닌가’ 등과 같은 여성운동과 관련된 쟁점이 등장했다. 다양한 행사와 문화제를 여는 등 활발한 논의를 거쳤고 이 과정에서 레즈비언 상담소, 장애여성단체 등 많은 여성단체들이 생겼다. 그러나 현재 많은 여성단체들이 제도화된 ‘여성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단체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다보니 여성주의의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전달하지 못해 아쉽다.

국내의 여성 복지정책을 평가한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여성 복지는 대부분 가족단위의 복지정책이다. 여성문제는 이런 정책으론 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가족을 구성하면 여성은 남편과 아기를 비롯해 여러 문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앞으론 ‘아이를 더 낳으면 인센티브를 준다’라는 식의 복지가 아니라 여성 개인을 위한 복지 정책을 늘릴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 바라는 점은
비혼 운동 등 여성주의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높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종종 그렇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여성이 사회의 일반적인 기대에 조금만 벗어나면 ‘너는 왜 그래?’ 라는 질문이 던져진다. 우리 사회엔 관심도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의 무관심도 있었으면 좋겠다. 여성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되 어느 부분에선 긍정적인 무관심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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