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인촌기념관 2층 제 6회의실에서 ‘먹거리와 불평등-진단과 대안-’이란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본교 한국사회연구소, SSK먹거리와 지속가능성 연구팀, SSK 건강불평등 해소 연구팀이 참여한 이번 심포지엄은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기사에 소개되지 않은 2부에선 건강불평등 진단과 처방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이 이어졌다.

◆발표 1 - 먹거리 소비 양식의 사회 계층적 분화
김선업(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서 “오늘날 날로 심화하는 경제양극화 현상은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심각한 균열을 낳고 있다”며 “먹거리 불평등도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먹거리 소비란 먹거리에 대한 느낌, 인식, 가치 등으로 시작해 식자재를 구입하고 조리하고 먹는 과정을 포함한다. 김 교수는 “먹거리 소비과정은 단순한 영양 섭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이를 통해 집단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지위나 계급적 위치를 확인한다”고 지적했다.

먹거리 소비를 분석하는 4가지 접근법
먹거리 소비양식의 차이를 설명하는 사회학적 접근법은 크게 △문화적 접근 △정치경제적 접근 △감성사회학적 접근 △실천이론적 접근으로 구분된다. 문화적 접근에선 소비문화와 관습 및 가치규범, 미디어의 영향 그리고 취향 등이 먹거리 소비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다룬다. 정치경제적 접근은 경제적 격차로 인한 소비양식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다. 이 접근 방식에선 비만과 기아 문제가 정치경제적 계급조건의 차이에서 유발된 것으로 본다. 감정 사회학적 접근은 소비자의 감정과 시민적 감수성에 주목한다. 광우병 파동과 같은 먹거리 위기에 대응하는 시민적 감수성이 먹거리 소비패턴을 변화시킨다고 본다. 최근에는 이 세 가지 방법을 모두 포괄하는 실천이론적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실천이론적 접근이 먹거리 소비양식 안에 있는 복합성과 역동성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급분화와 먹거리, 분화인가 동질화인가
먹거리 소비의 사회적 분화에서는 주목하는 것은 성, 연령, 소득을 포함한 사회 계층적 요인에 따른 먹거리 불평등과 분화 양상에 주목한다. 먹거리 선택에서의 계층별 차이는 신체 건강의 차이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집단 간 경계가 약화되고 개인주의가 중시되는 상황에서 먹거리 소비문화를 사회 계층별 집단주의적 맥락으로만 접근하기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먹거리 소비는 옷, 예술 등 다른 소비영역과 다르게 건강과 생존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특수성이 있기에 별개의 감정과 실천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예를 들어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위험파동을 경험하고 중국산 수입 먹거리의 불안정성 위협에 노출되면서, 한국의 소비자들은 계급의 차이를 희석하는 일종의 먹거리 위험과 불안을 겪는 운명 공동체를 형성했다.

◆발표 2 - 한국사회 먹거리 보장 실태와 정책과제
김흥주(원광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번째 발표자로 나서 “먹거리 절대량은 늘어나 접근성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먹거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빈곤층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음식의 안전과 영양수준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먹거리 복지는 먹거리 양극화 문제를 정책적 접근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사회 양극화가 생존에 필수적 재화인 먹거리까지 심화된다는 점에서 먹거리 복지 연구는 필수적이다. 국내의 먹거리 복지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선진국에서 음식은 소비, 건강, 환경, 문화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한 예로 미국은 2015년까지 결식 아동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건강하고 굶주림 없는 어린이법’을 의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김 교수는 우리사회에서 먹거리 복지 정책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이유로 인식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생산자와 소비자, 빈곤층과 부유층 사이에 인식차이가 너무 커 먹거리 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힘들다”고 말했다.
                                                      
먹거리 ‘보장’과 ‘복지’
먹거리가 보장된다는 것은 개인이 안전하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식욕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먹거리 접근성’, ‘먹거리 적절성’, ‘먹거리 지속가능성’이 보장돼야 한다. 접근성, 적절성, 지속가능성은 각각 ‘누가 먹거리를 제공받아야 하는가’, ‘어느 수준에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하는가’와 관련 있다.

먹거리 보장의 영역을 두 가지로 단순화해보면 기본적 결핍 문제인 양적 측면(결핍, 충족)과 영양 문제와 관련이 있는 질적 측면(위험, 안전)으로 나눌 수 있다.

 

 

 

양적 측면

결핍

충족

질적 측면

위험

절대 빈곤층

상대 빈곤층

안전

상대 부유층

절대 부유층


Ⅱ영역과 Ⅲ영역은 양과 영양 중 하나만 충족돼 각각 다른 접근의 복지가 필요하다.  Ⅱ 영역은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 아이들이나 시설보호 취약계층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인스턴트, 냉동식품, 수입산 농산물을 통해 기본적 결핍을 해소한다. Ⅲ 영역은 다이어트나 웰빙식 등 기호에 따른 먹거리 선택이 가능한 집단이다. 사회적 욕구보다 개인적 욕구의 성격이 강하므로 복지적 접근의 유용성이 가장 떨어지는 영역이다.

네 가지 영역으로 나뉘는 것을 감안할 때 먹거리 복지는 △보편주의적 접근 △선별주의적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주의적 먹거리 복지’는 주로 제도 개선,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누구나 먹거리에 접근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주의적 먹거리 복지’는 사회적 자원을 직접적으로 투입하되 기본적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한다. 적절한 수준의 사회적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먹거리 복지 서비스체계를 지역사회 단위에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먹거리 복지 현황
먹거리 문제는 아직 한국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때문에 한국의 먹거리 복지는 생존을 위한 최저수준의 복지만 이뤄지는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사회적 취약계층의 건강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며 이들에 대한 먹거리 복지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결식아동지원프로그램, 노인무료급식프로그램, 영양플러스 사업, 저소득층지원프로그램(푸드뱅크, 푸드마켓) 등이 있다.

김 교수는 “먹거리 문제는 사회구성원들에게 보편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먹거리 보장 욕구는 사회적 욕구로서의 성격을 지닌다”며 “따라서 문제 해결을 시장에 맡기기보다 사회 연대적 대처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