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정신적, 육체적 노력을 기울이는 행위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 노동의 가치는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일이 아니다. 근로자의 날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학교 주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노동에 대해 들어봤다.

삶의 희망이 된 노동
안암역 2번 출구에서 노숙자들의 자립을 돕는 잡지 ‘더 빅이슈(THE BIG ISSUE)’를 판매하는 임진희(남․45세) 씨는 항상 웃는 얼굴로 학생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한때 공장에서 열심히 근무하던 노동자였던 그는 공장의 부도로 한순간에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지친 삶과 세상을 외면하고 노숙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중 무료급식소에서 우연히 ‘더 빅이슈’ 잡지사 직원을 만나게 됐다. 일을 다시 시작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직원의 설득에 그는 마음을 잡고 잡지 판매원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일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고시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한 달 수입은 100만원이 채 안되지만, 그에게 땀 흘려 번 돈의 의미는 남다르다. 임 씨는 “노동은 내게 희망이다”라며 “희망을 꾸준히 저축해서 더 밝은 미래를 계획하고 싶다”고 전했다.

▲ 임진희씨가 <더 빅이슈(THE BIG ISSUE)>를 들고 있다. 사진 | 김보건 기자 passion@

공동체를 위한 노동 
경력 38년의 신용선 안암치안센터장은 도둑이 근로자의 날이라고 도둑질을 하지 않을 리가 없다며 평소와 다름없이 신고 접수를 받고 순찰을 돌았다. 신용선 센터장에게 노동은 어떤 의미인지를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봉사’라고 답했다. 그는 “노동을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해서 안 된다”며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일에 가치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단하지만 타인에게 더 소중한 노동
본교를 포함한 3개 대학에서 시간제 강사로 일하고 있는 강 모 씨는 근로자의 날에도 4시간여 동안 강단에 섰다. 교육 현장에서는 근로자인 교육자보다는 학습자가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유롭지 않은 경제사정에 당장 다음 학기에도 계속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지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에게 교수자로서 노동 자체의 의미는 확고했다. 강 씨는 “내가 가진 능력이 소중하게 쓰일 수 있어 감사하다”며 “나의 노동이 나보다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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