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조태영 씨.
한 가족의 가장이 꿈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나왔다. 대학교 때 들어간 그림동아리 서화회부터 이어온 그림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작은 화실을 차렸고 이제 4년차의 전업화가가 됐다. “때론 고통스럽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것, 그게 최고더라”라고 말하는 조태영(식품공학과 79학번) 씨를 만났다.

서화회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 것은 조씨가 어릴 적 가졌던 ‘화가’란 꿈 때문이다. 당시는 미대에 가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인식이 많았다. “현실이란 벽이 느껴지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더라구요. 미대진학을 포기하면서 대학진학 후엔 취미생활으로라도 그려야지 생각했어요” 그렇게 찾게 된 서화회에서 선배들 어깨너머로 틈틈이 배우고 동기들과 서로 조언하며 그림을 그렸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도 그림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장남인 조 씨는 화가의 길 대신 전공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은 이어졌다. 서화회 선·후배를 모아 작은 작업실을 만들기도 했고 인사동에 1년에 한 번씩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만족할 수 없었다. “평생 그림을 취미생활로만 그리면 원하는 수준의 좋은 그림을 그리긴 힘들 것 같아 전업화가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지요”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의 반대는 당연했다. 현재 조 씨의 수입은 백화점 문화센터나 화실에서의 수업료가 전부고 이것마저 화실유지비를 충당하기에 빠듯하다.

나이 쉰 살이 넘어 선택한 길에는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그림 자체에 대한 어려움도 찾아왔다. 미대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계속 그림을 그려온 또래 화가들과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승산 없는 게임일지 모르는 이 일에 그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열정’이다. “아무리 오래 그려도 자기의 열정이 없으면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물기 마련이더라구요. 부족한 게 많아도 성실히 좋은 그림을 많이 그리고 싶어요” 그는 미술수업 외에도 1년에 1~20여 개의 그룹전에 참가했고 올 가을엔 부스 개인전을 가질 계획이 있다.

그림의 길을 걷게 된 그에게 대학시절 인연을 맺은 서화회의 의미는 크다. 대학에 와 그림을 그리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젤 앞에 앉은 그의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서화회 선·후배와는 1년에 한 번씩 여는 ‘화동미전’을 통해 친분을 이어나가고 있다. 작년까지 서화회 화실에 들려 후배들에게 그림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서화회에서 잡은 붓을 놓치 않았기에 지금 나만의 작업장을 만들 수 있게 됐죠. 이 사실은 어떤 어려움에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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