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회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 것은 조씨가 어릴 적 가졌던 ‘화가’란 꿈 때문이다. 당시는 미대에 가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인식이 많았다. “현실이란 벽이 느껴지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더라구요. 미대진학을 포기하면서 대학진학 후엔 취미생활으로라도 그려야지 생각했어요” 그렇게 찾게 된 서화회에서 선배들 어깨너머로 틈틈이 배우고 동기들과 서로 조언하며 그림을 그렸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도 그림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장남인 조 씨는 화가의 길 대신 전공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은 이어졌다. 서화회 선·후배를 모아 작은 작업실을 만들기도 했고 인사동에 1년에 한 번씩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만족할 수 없었다. “평생 그림을 취미생활로만 그리면 원하는 수준의 좋은 그림을 그리긴 힘들 것 같아 전업화가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지요”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의 반대는 당연했다. 현재 조 씨의 수입은 백화점 문화센터나 화실에서의 수업료가 전부고 이것마저 화실유지비를 충당하기에 빠듯하다.
나이 쉰 살이 넘어 선택한 길에는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그림 자체에 대한 어려움도 찾아왔다. 미대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계속 그림을 그려온 또래 화가들과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승산 없는 게임일지 모르는 이 일에 그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열정’이다. “아무리 오래 그려도 자기의 열정이 없으면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물기 마련이더라구요. 부족한 게 많아도 성실히 좋은 그림을 많이 그리고 싶어요” 그는 미술수업 외에도 1년에 1~20여 개의 그룹전에 참가했고 올 가을엔 부스 개인전을 가질 계획이 있다.
그림의 길을 걷게 된 그에게 대학시절 인연을 맺은 서화회의 의미는 크다. 대학에 와 그림을 그리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젤 앞에 앉은 그의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서화회 선·후배와는 1년에 한 번씩 여는 ‘화동미전’을 통해 친분을 이어나가고 있다. 작년까지 서화회 화실에 들려 후배들에게 그림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서화회에서 잡은 붓을 놓치 않았기에 지금 나만의 작업장을 만들 수 있게 됐죠. 이 사실은 어떤 어려움에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