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3일간 ‘재해와 동아시아’를 주제로 일본연구센터(일연, 소장=최관)에서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동아시아문화교섭학회와 일연 공동 주최로 개최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3.11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재해’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했다. 역사, 문학, 경제, 과학사 등 다양한 관점에 대해 여러 분야의 다국적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대신문이 이날 포럼에서 발표됐던 내용들 중 재해에 대해 △역사적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관점으로 나눠 정리했다.

중국 역사로 본 재해
리 원하이(李文海) 중국인민대 교수는 재해가 국가 발전에 미치는 영향과 재해 구제 정책에 대해 자국 역사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중국 자연재해 역사의 기본적인 특징은 지역적으로 광활해 재해와 기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에 중국은 자연 재해,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오래 전부터 구체화된 구제 제도에 대해 이천여 년에 걸친 역사자료를 남겨왔다. 리 원하이 교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심각한 자연재해가 사회의 안정과 봉건 국가의 통치를 위태롭게 했다고 설명했다. 천재는 인재(人災)와도 관계가 밀접해 정권 교체를 초래할 만큼 중요했다는 것이다. 무창기의(武昌起義)가 시발점이 된 신해혁명도 이런 배경에서 폭발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재해와 직면하며 중국인들은 일찌감치 구제 사상과 실천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중 청나라 시대의 구제 제도를 중심으로 발표한 리 교수는 “청의 구제 제도 내용은 주로 재해 상황을 상급 기관에 보고하는 보재(報災), 재해도를 확정 짓는 감재(勘災), 이에 상응하여 수립하는 주진(籌瞋) 제도, 조세 부과와 관련한 진재(賑災)가 있다”고 설명했다.

▲ 지난 10일 동아시아 문화교섭학회와 일본 연구센터 주최로 '재해와 동아시아'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사진 | 오은정 기자 jung@

문학으로 치유하는 재해
전남대 정승운 교수는 재해로 생긴 사람들의 심리적 고통과 치유에 대해 인문학적 관점으로 조명했다. 자연재해로 인해 사람들이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지진의 공포 해방을 주제로 했으며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 작품 <개구리군 도쿄를 구하다>를 통해 이뤄졌다.

하루키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막연한 지진의 공포에서 사람들을 해방시킬 수 있다고 봤다.   평범하면서도 형편없는 인생을 살던 가타키리에게 개구리군이 찾아와 당신만이 도쿄를 지진 속에서 구할 수 있다며 설득한다. 이에 그들과 함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지진을 유발시키는 지렁이군에 맞서 지하에서 싸움을 벌인다.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은 죽음에 대한 공포란 인간 스스로의 상상력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후 주저 없이 상상력의 스위치를 끄고 무게 없는 고요 속으로 빠져든다. 정 교수는 “하루키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지진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며 “천재와 인재에 내재된 폭력은 인간이 상상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3.11 동일대지진과 TPP
김영근 일본연구센터 HK교수는 일본 3.11 동일본대지진에 대해 사회과학적 관점으로 연구․발표했다. 김 교수는 3.11 동일대지진 이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의 과정과 메커니즘 및 동북아 경제협력의 진로에 관해 논의했다. TPP는 2015년까지 농산물 등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를 목표로 한 아시아·태평양지역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일본 내에선 지난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TPP에 관한 논의가 잠시 중단됐었다. 이후 작년 11월 APEC에서 일본 노다 요시히코 수상이 TPP 참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TTP 협상 참가 교섭이 다시 개시됐다. 김 교수는 “일본의 TPP 참가는 미일경제관계, 한중일 경제협력 등 국내외 정치경제적 환경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며 “일본의 참가 선언 배경은 3.11 대지진 이후 국가적 부흥과 복구 수단으로서의 활용 및 불안정한 국제금융 상황으로 인한 엔화가치 상승에 따른 일본 경제의 침체 등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출구전략의 하나로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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