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혁재(사범대 영교08) 씨는 대기업에 일찍 입사해 명함을 돌리거나 취직 준비에 여념이 없는 동기들과 달리 한 학기동안의 ‘휴식’을 선택했다. “대학 입시부터 군 입대까지 남들이 하라는 대로 ‘빨리빨리’ 해왔으니 앞으로의 삶은 느리더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고 싶어요. 이번 휴학은 그런 힘을 기를 기회였어요”
그의 휴학은 여느 학생들처럼 스펙을 쌓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다. ‘핵안보정상회의’ 준비 기획단과 교내 아르바이트 등 그도 다른 휴학생들처럼 평범한 이력을 쌓았다. 하지만 그가 얻어낸 의미는 남다르다. “이력서 한줄 채우려고 시작한 일들이 아니었어요. 남은 학기에 제가 몰두할 학문과 졸업 후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이었죠. 공직 사회나 행정 조직의 대략적인 생리 등 강의실에서는 배우기 힘든 것들을 어렴풋하게나마 터득할 수 있었어요”

▲ 서혁재(사범대 영교08) 씨.

덕분에 그의 휴학 생활은 남들이 보기엔 그다지 ‘효율적’이진 않다. 먹고 사는 일에 메여 빡빡하게 살아가는 보통의 학생들에 비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타인의 염려를 의식하기보다는 천천히 그만의 길을 준비하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남들을 앞서야겠다는 욕심이 없어서인지 휴학을 결정할 때도 한 학기 늦춰진다는 사실이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앞으로 달려야할 트랙을 결정하고 완주를 위한 준비를 하는 기간이기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복학하는 일은 내키지 않았죠”

단기 아르바이트가 끝난 5월부터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학생 필독 도서는 대부분 고전인데 그 특성상 이해하기 어려워 다가가기도 어렵죠. 그래서 고전에 쉽게 접근하기 위한 배경지식을 쌓아줄 책 100권 목록을 짜보려고 해요. 아직까지 부족한 제 독서량을 늘리고 끊임없이 목록의 형태를 개선해서 책이 어색한 사람도 쉽게 고전을 읽게끔 돕고 싶어요”

 다음 학기 예비 휴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가장 먼저 ‘책임감’을 이야기 했다. “어떠한 목적이든 휴학을 결정했다면 그에 따르는 책임은 혼자 감내한다는 다짐을 하길 바라요. 저는 놀면서 보낸 시간 때문에 앞으로 저를 저평가할 시선을 떨칠 각오가 돼있거든요. 그리고 달라진 모습으로 복학하기 위해서 휴학 기간에 계획한 목표들도 적어두세요.” 그는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휴학 기간 동안 달리기를 위한 준비를 더 철저히 해나갈 것이다.

지친 심신과 미래를 위한 시간
김도년(경상대 경영06) 씨는 27세다. 같은 해에 입학한 동기들에 비해 오랫동안 학교를 다니고 있다. 사실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따기 위해 1학기를 휴학했지만 낙방하고 말았다. 나이 때문에 2학기 휴학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는 또 다시 휴학을 결정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터라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교환학생도 생각했지만 고시공부에 질려 공부 효율성이 떨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영어실력도 쌓고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했죠”

▲ 김도년(경상대 경영06) 씨.

그가 호주에서 처음 마주친 벽은 영어였다. “오후에 영어학원이 끝나면 무작정 공원으로 갔어요. 혼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영어를 가능한 많이 쓰려고 노력했죠. 상당히 큰 도움이 됐어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친절한 호주인의 반응 덕분에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직장은 한국인이 비교적 거의 살지 않는 시골로 택했다. 작은 호텔에서 근무하며 동료들과 어울려 맥주, 보드카를 마시며 영어로 이야기를 나눴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던 만큼, 휴학한 기간 동안 최대한 얻자는 생각이었어요. 영어만큼은 확실히 하고 싶었죠”

타지에서의 인종차별은 두 번째 벽이었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을 때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스스로를 채찍질 했다. “저의 더 멋진 모습을 생각하며 견뎌냈어요. 나아진 모습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죠. 지금 저의 모습을 보면, 그 때 참았던 순간들이 대견스러워요”

한국에서 여행도 제대로 즐기지 않았던 그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다녀온 후 모험심이 많이 늘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호주에서 이사까지 했던 색다른 경험은 그를 성장시켰다. “휴학하는 동안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습관을 많이 길렀습니다. 해외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쉽지는 않았지만 저를 성숙시켰습니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휴학을 원한다면 단단한 ‘각오’는 필수입니다”

꿈을 위한 공부를 하다
조성현(인문대 중국학부08) 씨는 대학에 진학을 할 때까지 특별한 꿈이 없었다. 그는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꿈을 찾았다고 했다. “입대를 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찾다가 패션잡지에디터를 꿈꾸게 되었어요. 그 후로 잡지도 많이 보고 패션에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군대 내에서도 뷰티 웹진을 만들며 자신의 꿈을 위해 전진해 갔다.

▲ 조성현(인문대 중국학부08) 씨
10월 제대 후에 복학을 하려고 했지만, 교환학생을 떠나기에 자신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더욱 알찬 교환학생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 학기를 교환학생 준비기간으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도서관이 문을 닫을 때까지 공부 했다. “시간이 항상 부족했어요. 어느 날은 삼각 김밥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면서 걸어가다 잠시 정신을 놓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찻길에 서있더라고요 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 그런 노력에 대한 보상이었는지 다행히도 바로 교환학생에 지원 기본 조건은 한 번에 갖출 수 있었다.

조성현 씨는 휴학하면서 교환학생 준비 외에도 많은 일을 했다. 장기적으로 자신의 꿈을 위한 경험의 바탕도 쌓고 있었다. 비타민 음료 스타일기자와 모 화장품 브랜드 뷰티리포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또 SK sunny에서 운영하는 봉사활동을 통해서 1주일에 한 번씩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 근무를 하며 직접 사람을 모아 영어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다.

조성현 씨는 휴학을 하면서 얻은 것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계획한 목표를 다 이루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제가 욕심이 많아서 아르바이트와 공부 등 여러 가지 일을 계획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휴학 초기에는 의욕이 넘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지치기 시작하는 거 같아요.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하기보단 한 우물을 파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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