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지루했던 무더위가 지나고 새 학기가 시작됐다. 또다시 찾아 올 학업과 취업의 스트레스 속에 우리는 마음의 여유를 잊을지도 모른다. 휴식이 필요할 때 2학기에 열리는 동아리들의 다양한 공연과 전시회를 찾아가 보자. 동아리들이 여름 내내 준비한 작품이 당신을 ‘힐링’해 줄 것이다.

똑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여수엑스포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93일간 자원봉사를 한 방진혁(남·20세) 씨는 봉사를 통해 삶의 목표와 행복한 추억을 얻었다. 정서현(문과대 사회11)씨는 6일간의 반빈곤연대활동(빈활)을 통해 주변을 둘러보는 계기와 소외계층에 공감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방진혁 씨와 정서현 씨를 만나 그들의 특별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꿈같았던 93일의 자원봉사

꿈같았던 93일의 자원봉사특별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삶에 대한 방향을 생각할 수 있었던 방진혁씨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자신감 넘치고 웃는 얼굴이 매력인 청년이었다. 93일간의 자원봉사를 마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원래는 이렇게 얼굴이 까맣진 않았어요. 그런데 햇볕 밑에서 오랫동안 봉사하다 보니 얼굴이 이렇게 타버렸네요”

진혁 씨에겐 93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꿈에서 깬 듯한 느낌을 받았다. 관광객 질서유지, 안내, 통역 등 매일 하는 일은 비슷했지만 하루하루가 뜻 깊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리고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어요. 관광객이 괜히 저한테 화풀이도 하고 감정 상하는 일도 많았지만 저에게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즐겁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진혁 씨에게 여수엑스포 자원봉사는 어렵게 얻은 기회였다.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을 방문했던 그는 국제행사 자원봉사에 대해 알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행사에 일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의 가슴을 뛰게 했다. 2009년 송도 ‘Tomorrow City’ 개막식에 통역자원봉사자에 지원해서 선발됐지만 부모의 반대로 참여할 수 없었다. 중학교 때 발병한 뇌종양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암치료와 수술을 무사히 마친 뒤 다시 국내에서 개최될 국제행사를 찾기 시작했고 여수 세계박람회에 대해 알게 됐다. “여수 세계박람회는 꼭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싶어서 꾸준히 영어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작년부터 여수 세계박람회가 개최될 때까지 부모님을 계속 설득했죠”


1년간의 끈질긴 설득 끝에 부모는 그의 의견을 따라줬다. 걱정과는 달리 그는 건강하게 자원봉사활동을 마칠 수 있었다. “93일간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오히려 건강해졌어요. 하고 싶은 일 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에 아픈 적은 없었어요” 진혁 씨는 몸 상태 때문에 포기해야했던 첫 번째 봉사의 아쉬움 때문에 더욱더 봉사활동에 매진했고 행복한 추억을 얻을 수 있었다.

여수에서의 봉사활동은 그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커다란 목표를 안겨줬다. “일어, 중어, 서어와 함께 또 다른 외국어를 공부할 거예요. 여수에서 영어만큼 일·중·서어를 많이 썼는데 여러 언어를 더 공부해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어요”

사회와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된 6일
정서현(문과대 사회11) 씨가 빈활과 인연을 맺은 것은 새내기시절 같은 반 선배들의 권유를 받으면서부터였다. “저희 반은 매년 빈활을 하는데 작년엔 선배를 따라 갔다가, 올해는 스스로 참여하게 됐어요” 그녀는 6월 25일부터 6일간 빈활에 참여했다.

빈활은 사회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이다. 학교 청소노동자 돕기, 철거민들과 함께하는 시위활동, 노점상 체험 등을 통해 사회의 그림자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공감한다. 5박 6일의 짧은 시간이 서현 씨에게는 더없이 특별했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가장 좋은 것은 사회문제에 대해 또래 친구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였어요. 같은 상황을 겪고도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서현 씨는 빈활에서 본교와 경희대 청소노동자를 만나 그들의 생활을 체험했고 김포지역 철거민들과 함께 시위를 벌였다. 김포 신곡마을 주민들은 재개발하던 시공사의 부도로 생활터전이 완전히 무너졌지만 김포시청에선 나몰라하고 있는 상태이다. 김포시청 앞에서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시청 직원들의 따가운 시선만 돌아올 뿐이었다. 가락시장을 방문해 노점상을 체험하며 상인들의 일을 돕기도 했다. 가락시장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가락시장 현대화추진으로 장터를 뺏긴 상인들이 많았다.


2008년 용산철거를 시작해 대한민국 곳곳에는 철거민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철거민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 된다. 철거민과 함께 오랫동안 활동했던 빈활참여 학생들은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저는 이럴수록 더욱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힘이 강해지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겠죠”

그녀는 앞으로 6년간 빈활에 참여하기로 친구와 약속했다. 진로는 사회운동과 관련이 없지만 계속해서 반빈곤활동을 할 예정이다. “사회의 그림자 속에 살아가는 분들을 보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빈활 경험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생각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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