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과학원은 ‘빛’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초학제연구(Transdisciplinarity)를 출범시켰다. 1996년 설립된 고등과학원은 국내 최초의 순수이론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서 매해 우수한 과학 연구원을 국내외 대학, 연구소에 배출해왔다. 이러한 고등과학원이 인문학으로 연구 영역을 넓힌 이유는 무엇일까. 고등과학원 김두철 원장을 만나 초학제연구와 이번 학술대회에 대해 들어봤다. 

-초학제연구란 무엇인가
“융합 연구를 수행하는 한 방법이다. 융합 연구는 보통 기술 개발 분야에 한정된 의미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학제연구(Multidisciplinarity),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ity),  초학제연구 등 학술적으로 다양한 융합 방식이 있다. 초학제연구는 계통을 뛰어 넘는 넓은 의미의 융합연구 방식이다. 전 분야의 여러 학문들이 모여서 같은 주제를 연구하는 것으로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 방식이다”

-초학제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교수 재직 시절부터 이런 방식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과학사를 살펴보면 양자역학 등 과학적 발견의 한편에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이 된다. 보어, 하이젠부르크 등이 ‘코펜하겐 해석’으로 양자역학에 대한 해석을 제시한 후 이것이 지금도 과학, 철학의 한 분야를 이루고 있다. 오늘날처럼 단순하게 이과, 문과로 나눠진 교육환경이었다면 불가능했을만한 작업이다.
국제적인 연구 흐름도 영향을 줬다. 해외에서는 초학제연구가 국내에 비해 활성화된 편이다. 독일의 경우 ‘초학제연구’라는 이름으로 많은 연구소가 존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초학제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기구나 학과가 없다. 국내에서 장기적인 초학제연구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고등과학원이 처음이다”

-대학에서 열리는 학제 연구와의 차별성이라면
“고등과학원의 연구가 여러가지 면에서 효율적일 것이다. 대학에서도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접목시킨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한다. 하지만 각 교수들이 주어진 시간에 모여서 세미나를 하고 헤어지면 자기 일상으로 돌아가 연구의 지속성이 끊어진다. 
반면, 고등과학원의 초학제연구는 지속성을 갖는다. 다양한 형태의 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학자들이 고등과학원에 모인다. 외국의 석학들도 종종 방문하고 국내 교수들이 안식년을 고등과학원에서 보내기도 한다. 같은 공간에 모여서 얘기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런 아이디어는 다시 순수기초과학의 자양분이 된다”

-이번 학술대회의 ‘빛’이란 주제는 어떻게 선정한 것인가
“프로그램에 앞서 일부 기관을 벤치마킹했다. 가령 영국에 더럼 대학(Durham University) 의 고등연구원에서는 ‘물’, ‘시간’,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등 큰 주제로 초학제연구를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큰 주제를 중심으로 선정했다. 
외부 교수 5명, 내부 교수 4명으로 이뤄진 프로그램 기획위원회에서 ‘빛’을 주제로 선정했다. 물리학에서 전자파의 일종인 빛은 중요한 연구 주제다. 하지만 단순히 물리학적인 접근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인문학적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려 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다음 연구는 ‘과학과 예술의 이미지(Image : Scientific, Artistic)’를 주제로 할 예정이다”

-이번 학술대회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런 모임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 이틀동안 토론한 내용으로 금방 어떤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같은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 장을 만들었다는 데 큰 뜻이 있다. 특히 철학, 역사와 같은 학문 영역을 고등과학원에서 접한다는 것 자체도 하나의 큰 행사다”

-초학제연구의 궁극적 목표가 있다면
“결과를 미리 알고 한다면 그건 이미 연구가 아니다. 다양한 학문으로 분화되면서 학문 발전의 저해 요소가 발생했다. 초학제연구는 그걸 극복하자는 시도다. 이번 연구로 창의적인 지적 성과물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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