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한국어학교에서 한글을 지도하는 박희원 씨 사진제공 | 박희원 씨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과 글이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머나먼 타국에 한국어를 알리고 온 ‘한국어 전도사’들을 고대신문이 만났다.

각양각색의 한국어 전도사들
계명대에서 오랫동안 행정직원으로 근무한 이승백 강사는 탄자니아에 한국어를 전파하고 왔다. 이 씨는 탄자니아의 수도 도도마에 위치한 도도마대학교에서 한국어 프로그램을 열고 2011년 7월부터 3달간 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했다. 2000년부터 한국어 교육을 시작한 이 씨는 몽골, 타자키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수년간 한국어를 가르쳐온 열정적인 한국어 전도사다. 이승백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국립국어원에 들어갈 정도로 한국어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 씨는 “젊은 학생일수록 올바르지 못한 한국어 사용을 삼가고 한국어와 한글을 다듬어 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훌륭한 한글로 훌륭한 한국어 행태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의무”라고 한국어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한국어 전파를 위해 청춘을 반납한 사람도 있었다. 이종은(한국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씨는 2011년 9월부터 2012년 2월 말까지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진행한 ‘한국어교원 태국 현지학교 파견’ 프로그램에 참여해 태국 남부에 위치한 핫야이 윗타라야이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이 씨는 태국의 벌레와 더위, 배탈로 응급실 신세까지 져가며 한국어 전파를 위해 힘썼다. 아직도 당시 고생한 기억이 생생하다는 이 씨는 “처음 접한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태국인의 순수한 미소를 보면 저절로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애국심 떼놓고 생각해도 우수한 한글
한국어 교사들은 한글에 대해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글자”라고 입을 모았다. 독일 튀빙엔 대학에서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최선주 씨는 “한글은 글자 하나하나에 뜻이 담겨있어 처음보는 단어를 접한다 해도 대충 의미를 유추해낼 수 있어 논리적이다”고 말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미국 한국어학교에서 활동중인 박희원(이화여대 경제11) 씨 또한 “자음모양이 혀 모양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외국인들에게 설명해줬더니 ‘Amazing’이라며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며 “또한 한글은 기본 자음 5자(ㄱ,ㄴ,ㅁ,ㅅ,ㅇ)와 기본 모음 3자(·,ㅡ,ㅣ)를 중심으로 다른 자모음들이 생겼기 때문에 훨씬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글은 짧은 시간에 쉽게 익힐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글자다. 이승백 씨가 가르친 탄자니아 학생들은 3주 만에 한글을 읽고, 받아 적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이 씨는 “한글은 음절을 구분해 모아쓰는 표기방식 덕분에 알아보기 쉽고, 가독성도 뛰어나다”며 “타 언어에 비해 적은 시간으로 높은 성취를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한국어의 우수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류를 등에 업은 한국어교육
최선주 씨는 한국문화가 한국어 교육에 도움이 큰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우리나라 사람이 비틀즈 노래 가사를 보면서 영어를 익히듯이 독일 학생들도 K-POP이나 한국의 영화, 드라마를 통해 한글을 익힌다”고 말했다. 박희원 씨도 “한 때 미국에서 소녀시대 열풍이 분적이 있었는데 수업이 끝난 후 프린트해온 소녀시대 노래가사를 어떻게 읽는지 알려달라고 부탁했던 유학생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류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동남아에선 한국어의 인기가 매우 높다. 동남아에는 한국어 교육기관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수많은 대학의 한국어과, 세종학당, 사설학원이 운영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한류열풍이 동남아에도 미치면서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이미지가 많이 상승한 결과다. 베트남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수업을 하는 이금양 강사는 “한류열풍에 힘입어 최근 10년간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특히 주 문화소비층인 20~30대 사이에서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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