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원래’ 그런겁니다” “이 녀석아, ‘원래’가 어딨냐?”
추석연휴, 오랜만에 얼굴을 맞댄 부자(父子)는 학업문제부터 정치전망까지 안주삼아 뜨끈뜨끈한 난상토론을 벌였다. 그러다 열띤 논쟁은 매번 이런 식으로 끝났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누구나 인정하는 ‘원래’가 없어진 듯하다. 각자 겪어온 경험적 믿음, 가치관에 따라 ‘원래’는 다르게 다가온다. 나에게 ‘원래’인 것이 어떤 이에겐 ‘미래’였을 수도 있다.

‘원래’는 논리가 부족하고 명분이 약할 때면 불쑥불쑥 등장하는 수사(修辭)이기도 하다. 자신 없는 싸움에서 본심을 경호하기 위해 ‘원래’라는 근본적 방어기술이 필요한 걸까.

지난 2주간 고대신문 기사에는 부쩍 맞춤법 실수, 오‧탈자가 많았다. ‘원래’ 고대신문은 이런 기본적인 실수가 없었다. “오자(誤字)오식(誤植)정정(訂正)CAN'T REMEMBER 야!”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외치던 고대신문의 사호(社號)는 ‘오‧탈자를 없애자’는 말로만 이뤄져있다.

혹자는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를 만들다보면 오‧탈자는 ‘원래’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기성 언론사와 출판사의 종이에도 오‧탈자와 오역(誤譯)이 여럿 묻어있다. 그동안 몇몇은 이런 ‘원래’를 변명의 기술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고대신문은 ‘고대신문을 읽고’라는 코너를 통해 매주 독자들의 비평을 받는다. 여기서 독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도 오‧탈자다. 독자에겐 기사 콘텐츠보다 오‧탈자가 먼저 와닿기 때문이다. 신문을 대충 훑었는데도 기본적인 실수가 눈에 띄면 읽기 싫어지고 기사의 수준이 저급해 보이기까지 한다.

얼마 전 자신을 논술강사라고 소개한 한 독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정치적 편향성이 있는 기성 일간지 대신 대학생이 만든 학보를 학생들에게 읽히는데, 고대신문 기사의 맞춤법에 의문이 들어 문의를 했단다. 맞춤법은 ‘원래’ 신문사에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하다며. 이런 독자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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