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탐구는 항상 생생한 사회적 현실에 호흡하며 가장 예민히 그 본질적인 것을 파악함으로써 자기의 사명완수에 정진할 것이니”

이는 고대신문(高大新聞) 창간사의 한 구절로서, 고대신문은 1947년 11월 3일, 광주학생사건을 기념하는 ‘학생의 날’을 기해 대학신문 최초로 창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창간사 및 ‘민족고대’(民族高大)라는 이름이 천명하고 있듯이, 고대신문은 한국현대사라는 ‘생생한 사회적 현실’ 앞에서 ‘그 본질적인 것을 파악’하며 ‘행동하는 지성’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싸워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60년대 신입생에게 주는 사설 ‘우리는 행동성이 결여된 기형적 지식인을 거부한다’입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하고, 성북구 구민으로 고려대를 몇 번 찾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굴곡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본관, 그 좌우에 위치한 문과대와 대학원 건물, 두 건물 사이를 연결하며 사랑 또한 이어주는 ‘다람쥐 길’… 한 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자리를 지켜온 건물의 고풍스러움과 색을 달리하는 현대적 건물들, 그리고 싱그러운 학생들 속에서, 저의 캠퍼스 시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78학번으로 입학하여 유신시대로 암울했던 때에 캠퍼스 생활을 했습니다. 당시 고대신문은 암담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며 대학언론 사상 최초로 ‘해외 취재’를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도전이 이어져 30년이 넘은 지금 ‘글로벌 KU’라는 고려대학교의 글로벌화까지 이르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오랜만에 고대신문을 다시 본 적이 있습니다. 냉전, 탁류세평 등 아주 정겨운 이름들이 눈에 띱니다. 그 중 제가 좋아하는 코너는 석탑춘추입니다. 캠퍼스와 사회를 바라보는 ‘춘추자’의 시선이 유쾌하고, 이 시대 대학생들의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고대신문의 과거가 일제와 독재, 그리고 유신에 항거하는 역사였다면, 고대신문의 현재와 미래는 대한민국의 5년 후, 10년 후를 그리는 스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고려대학교의 위치와 위상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다시금 고대신문의 창간 65주년을 축하드리고, ‘高大’라는 이름처럼 대한민국의 지성과 양심의 횃불이 되어 대한민국과 세계를 ‘높고, 넓게’ 비추기를 기대합니다.

유승희 성북구 갑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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