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매체는 죽어가는 매체다. 사람들이 읽고, 보기를 원하는 기사만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 미국 유명만화 <슈퍼맨>의 주인공 클라크 켄트가 일하는 신문사 편집국장의 말이다. 그는 켄트가 “신문사가 저널리즘 대신 엔터테인먼트를 원하는 대중의 요구에 영합해 연예 포주 역할로 전락하고 있다”며 사표를 내자 이렇게 답한다. 켄트는 인터넷 매체를 설립해 보도활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나온다.

 만화 속 이야기이지만 위기에 처한 한국 언론, 특히 신문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산업으로서의 신문, 저널리즘으로서의 신문 모두 급격히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 뉴미디어의 부상과 읽기 문화의 퇴조 속에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 형성과 의제 설정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지 오래다. 대학 언론도 유사한 도전에 직면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언론은 권력이다. 그리고 언론 권력의 원천은 독자·시청자의 신뢰와 지지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언론은 이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정의와 진실을 캐는 데 쓰지 않고 정파성을 확장하고, 자사 이익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제 독자와 시청자는 언론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읽고 보기를 원하는 기사를 추구하는 것이 언론의 살 길’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한편으로 독자의 요구를 묵살하는 것도 정도는 아니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우선적이고 중요한 것은 땅에 떨어진 언론의 신뢰를 복원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온전히 기자들의 몫이다. 정파성을 배제하고 보도의 공공성과 비판 의식을 고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진실보다도 중요하다.

 고대신문 창간 65주년을 축하드린다. 현대사의 굴곡에 정면으로 맞서온 그 기개로 앞으로도 힘차게 달려가기를 기대한다.

조호연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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