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6 21:43 (수)
[창간기념]당신을 보낸 나는 새로운 당신을 맞으련다
[창간기념]당신을 보낸 나는 새로운 당신을 맞으련다
  • 고대신문
  • 승인 2012.10.2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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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수상소감_가작

 안녕, 안녕, 안녕. 당신을 보내고 나는 작게 속삭여본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가는 이와 남는 이의 인사말이 다른 나라는 그렇게 흔치 않다. 신호등 너머 무수히 닮은 얼굴들 사이로 흩어지는 당신을 보며 결심한다. 당신이 내 밖으로 떠도는 동안 보았던 세상의 결을 한 모금씩 꿈속에서 들이키겠다고. 잘 남아있겠다고.

 태생이 벙어리이기 때문에 활자를 빌려 말할 수밖에 없었다. 소리로 울리지 못하는 말들은 움트기보다는 뜨겁게 여물기 일쑤였다. 사향고양이처럼, 아직 태어나지 못한 열매들을 속에서 천천히 녹였다가 정성스레 툭 툭 다시 내뱉었다. 그러다가 허물고, 허물고, 허물고……. 그림자에 녹아 없어진 그 옹알이들의 냄새를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날것의 싱그러운 비린내를 잃고 싶지는 않다.

 연필을 쥐고 종이에 마음을 쏟아내던 어린 나를 꼭 안아주고 싶다. 이방인인 나를 품어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다시 종이를 마주할 용기를 주신 최동호 교수님, 다 익지 않아 아직 아린 시를 보아 주신 고형진 교수님에게도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당신을 떼어낸 자리에 무엇으로 뿌리내려야 할까. 여전히 말할 수 없는 나는 단어를 되새김질하고 있을 것이다.

반순웅 문과대 국제어문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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