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은 ‘소통·치유·통합의 통일인문학’을 어젠다로 통일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과 지혜를 모으고자 노력하고 있다. 통일의 인문학적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차례에 걸친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민족공통성’을 탐구하고 있다. 한반도의 통일은 물론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700만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다. 통일인문학연구단 김성민 단장에게 통일과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 통일인문학 연구단의 목표는 무엇인가
“통일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새로운 통일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것이다. 통일인문학은 정치·경제·체제적인 연구에 인문학적 주제를 덧붙이려는 것이 아니다. 삶과 소통하는 인문정신의 관점으로 통일을 사유한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차원의 통일 담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의 한국학을 통합한 ‘통합한국학’을 만들어 세계화할 것이다”

-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떠한 연구 사업을 진행 중인가
“8월 마무리된 1단계 연구 사업의 목표는 ‘통일인문학의 인식론적 틀과 가치론 정립’이었다. 문학, 생활 문화 기록 등을 통해 남북이 공유했던 정서와 문화를 추적했다. 앞으로 진행할 2단계 연구사업의 목표는 ‘통일인문학의 이론적 적용과 확산’이다. 1단계 수행결과를 디아스포라에 현실적으로 적용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3단계는 통일인문학의 패러다임과 통합한국학을 정립하는 것이다”

- 통일인문학이 추구하는 새로운 통일담론은 무엇인가
“통일인문학이 추구하는 통일은 단순히 체제의 통합이 아니라 남북주민이 서로 소통하고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회문화적 통합이다. 따라서 통일인문학은 사람이 무엇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지, 어떠한 사회구조가 바람직한 삶을 보장해주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기반으로 한다”

-‘ 소통·치유·통합의 통일인문학’이라는 어젠다가 가지는 의미는
“통일은 사회주의적 삶과 자본주의적 삶이 몸에 밴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젠다에는 진정한 통일을 위해서는 소통을 바탕으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통합적인 민족적 공동체를 창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드러나 있다. 남북과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역사적 경험과 인문학적 자산을 바탕으로 차이의 인정과 상호소통, 통합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온전한 통합한국학의 창출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통합으로 확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형성계기와 지정학적 분포에 주목했다. 미국을 제외한 중국, 일본, 구소련 국가들에 거주하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일제 식민통치의 산물로써 전체 코리안 디아스포라 중 약 57%를 차지하고 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식민’과 ‘분단’이라는 20세기 한반도의 역사적 수난을 남북 주민과 더불어 공유하고 있다. 역사적 상처를 공유하고 있기에, 국적도 다르고 문화도 상당 정도 변용됐지만,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민족적 정서와 유대가 남다르다. 그들이 더이상 한반도 통일의 방관자로 머무를 수 없다고 보았다”

- 코리안 디아스포라 경험이 통일인문학에 갖는 가치는
“통일의 인문적 소양은 단순히 남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우리 민족의 공통성과 차이를 찾는 과정이 되어야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역사적, 문화적 경험은 우리 민족의 공통성이 해외 지역에서 전혀 다른 이질적 문화나 관습들과 접촉하면서 부딪히는 내면적 갈등과 역동성을 보여준다. 이것은 통일한국의 새로운 공동체를 모색하는 데 귀중한 인문적 자산이 될 수 있다”

-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향후 통일에 미칠 영향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우리 민족이 얼마나 많은 디아스포라를 가진 민족인지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민족의 해외 거주 인구는 720만 명으로 10명 당 1명꼴로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통일한반도의 새로운 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그들의 이중정체성과 문화적 변용이 한반도의 분단문화를 넘어서는 문화적 자원과 지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의 직접적인 적대성이 작동하는 분단체제를 벗어나 제3국에 거주하면서 외부자의 입장에서 남북을 볼 수 있어 비교적 중립적 위치에서 상호 중재하는 위치에 있다”

- 민족통합을 위해 코리안 디아스포라 연구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는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지닌 혼종적 정체성의 긍정적 가능성과 더불어 20세기 한민족의 역사적 특수성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이해하는 관점은 크게 민족주의적 입장과 탈민족주의적 입장으로 나뉜다. 민족주의 입장은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국적에 관계없이 한민족을 단일 정체성으로 포섭해 종족적 유대를 강조한다. 반면 탈민족주의적 입장은 디아스포라의 혼종성과 탈민족적 의의를 강조해 타자에게 열려 있는 다원적 정체성의 존재방식에 주목한다. 두 가지 대립적인 관점은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지니고 있는 진정한 역할과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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