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KBS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등 유명인의 유기견 입양이 늘어나면서 유기견 입양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버려졌던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이 쉽지만 않다. 유기견의 건강문제, 입양자의 경제적인 문제 등 많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어려움을 이기고 유기견을 입양해 아픔을 달래주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지아(인문대 중국학부10)씨가 9월이 입양한 '두부'가 활발하게 뛰어논다.    사진 | 김연광 기자 kyk@
유기견과 인연을 맺다
고지아(인문대 중국학부10) 씨는 어릴 적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유기견 진돗개 한 마리와 분양받은 진돗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혼자 자취를 시작하면서 외로움을 느낀 지아 씨는 반려동물을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안락사 되는 강아지가 많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었기에 반려동물을 입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유기동물 입양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지아 씨는 9월 유기견 ‘두부’를 입양했다. 지아 씨는 동물보호관리 시스템을 통해 두부의 사진을 보고 입양절차를 밟았다. 두부를 보호하고 있는 보호소에 입양신청을 하고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일주일을 기다려 경기도 양주까지 갔다. “지하철만 한 시간 반을 탄 뒤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한참을 간 뒤에야 보호소에 도착했죠. 두부에 대한 애정이 없었더라면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보호소에서 지아 씨를 맞이한 건 100여 마리의 유기견이었다. “주인을 잃은 강아지들이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어요”

동물사랑실천협회 보호동물입양센터의 간사로 일하고 있는 한서영 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물을 싫어하는 평범한 직장이었다. 털이 날리는 것도 싫었고 혹시 물리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녀의 동물사랑은 8년 전 유기견을 입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알고 지내던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박소현 대표가 유기견 ‘도로시’를 보호소로 데려가던 도중 서영 씨 집을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 “도로시가 보호소로 가서 10일 동안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 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보호소로 보낼 수가 없었어요. 귀엽지 않은 외모의 도로시가 입양될 것 같지 않아 걱정이 됐죠. 한동안 고민 끝에 제가 키우기로 결심했어요”

도로시를 입양한 후에는 동물을 좋아하는 고모와 함께 살게 됐고, 이후 2년 만에 키우는 동물이 여섯 마리로 늘어났다. “고양이 세 마리와 개 두 마리를 보호소로 보내기 전에 잠깐 돌봤었는데 정이 들어서 보호소에 보내지 못하고 입양하게 됐어요” 복날에 시골장터 닭장 속에 있던 강아지 ‘봄이’, 자주 가는 식당 앞에서 발견해 키우게 된 강아지 ‘피터’, 8차선 도로 위에 있던 고양이를 서영 씨 고모가 직접 구조해 기르게 된 ‘야누’, 동네 포장마차 근처에 있던 고양이 ‘만쥬’, 놀이터에서 발견된 새끼고양이 ‘해피’까지. 다섯 마리의 동물들 모두 구조 후 주인이 나타날까 기다렸지만 아무도 그들을 찾지 않았다. 도로시를 포함해 총 여섯 마리의 유기동물이 그녀의 가족이 됐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간사 한서영씨   사진제공 | 한서영

걱정이 앞섰던 입양
지아 씨는 입양 전 두부가 적응을 못하거나 혹시 크게 아프더라도 경제적인 문제로 제대로 치료를 못해주는 일이 생길까봐 고민을 많이 했다. 수업 때문에 자취방을 비우면 두부가 불안해할까 걱정됐다. “유기견 입양 카페를 통해 많은 사람들한테 물어봤어요. 다행히 다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입양을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지아 씨의 정성스레 보살피면서 두부는 새로운 집에 빨리 적응했다. 처음 입양했을 땐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나니 편안해졌다. “저한테 와서 장난도 치고 사다준 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니 적응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지아 씨의 염려가 현실로 드러난 적도 있었다. 급한 일이 생겨 두부를 다른 사람한테 맡길 사이도 없이 인천 본가에 다녀온 직후였다. 하룻밤을 혼자 보낸 두부는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배변을 잘 가렸는데 혼자 둔 이후로 배변을 못 가렸어요. 그리고 계속 제 옆에서 낑낑 거리고 책상 위의 모든 물건을 물어뜯더라구요”

지아 씨는 미안한 마음에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두부와 함께 했다. 저녁에는 같이 산책을 하고 잘 때는 침대에서 꼭 안고 잤다. 그렇게 일주일을 함께 보낸 후에야 두부는 더 이상 이상행동을 하지 않았다. “불안해하는 두부의 모습에 미안하고 힘들었어요. 이제는 혼자 두지 않게 조심하려구요”
서영 씨는 처음 도로시를 입양할 당시 ‘끝까지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다행히 같이 살고 있는 서영 씨의 고모도 동물을 좋아했고 동물사랑실천협회 박 대표도 입양을 결정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처음 키워보는 도로시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키울 수 있었고, 다른 다섯 마리 모두 별 탈 없이 잘 지내 지속적으로 돌볼 수 있었어요”

함께 할 수 있다면
도로시와 인연을 맺은 뒤 서영 씨의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여섯 마리의 동물과 함께 살게 된 후 고기를 좋아했던 그녀가 닭, 돼지, 소 등의 사육시설과 정육 실태에 대해 알고 채식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 동물을 위해 일하게 됐다. “생활도 변했지만 가장 큰 변화는 내적변화였어요. 유기견에게 다정하게 대하려 노력하다보니 심리적인 안정도 찾게 됐고 제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 졌어요.”
▲ 한서영 씨의 가족 '봄이', '해피'. '피터'가 낮잠을 자고 있다.


평소 지아 씨는 오랜 자취생활로 외로움을 많이 탔다. 그러나 두부와 함께 생활하면서 책임감도 강해지고 외로움도 달랠 수 있었다. 유기견에 대한 선입견도 사라졌다. 두부를 기르기 전에는 유기견들에게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동물 유기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의 가장 큰 원인은 사람의 변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믿었던 주인에게 버림받는 유기견이 따뜻한 사람의 품속으로 입양돼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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