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학과 동기와 함께 앞으로 일하고 싶은 분야의 회사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사장은 친구를 보고 현재 상태 그 자질로 이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거침없이 면박을 주었다. 친구는 당황스러움과 좌절을 감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울었다. 반면 같이 간 동기는 센스가 있어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칭찬을 들었다. 하지만 후에 동기는 친구에게 말했다. “나에겐 이름도 묻지 않았다”고. 사장은 친구가 마음에 들어 방학 때 인턴으로 쓴다 했다.

2006년 한국 영화 스크린쿼터 축소가 시행되고 난 후 6년, 우려와 달리 영화 산업은 외국 영화에 지지 않고 오히려 성장했다. 한국영화 관람객 점유율은 상당히 증가했고 그 수도 2012년에는 한 해 1억 명에 달할 것이라 한다. 반대로 작년 이맘때 시행된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이 심야에 인터넷 게임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 게임중독을 막으려는 제 본래 취지와 그 효과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은 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반대로 선의와 같아 보이는 행동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언뜻 보이는 모습으로 어떤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부를지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보다 깊은 통찰을 통해서만 어떤 것이 궁극적으로 이로울 것인지, 당장의 표면을 떠나 그 의도가 진정한 것인지, 그래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 따져볼 수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기만 하고 신나지 않은 놀이터에서 놀 때 오히려 신체와 정서 발달을 막는다 한다. 적당한 위험이 불안, 공포장애를 막고 다른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 지나치게 위생적인, 멸균된 공간에서 자란 아이들은 바깥에 나가 그 취약성을 드러낸다. 위험이 안전을 부르기도 하고, 안전이 위험에 무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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