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에 개봉되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스콧 피츠제랄드의 동명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80살 노인의 외모를 갖고 태어나 자라면서 점점 젊어지다가 결국 태아 상태가 되어 삶을 마감하는 한 남자,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펼쳐낸다. 이 영화에서 벤자민은 해가 갈수록 거꾸로 나이를 먹으면서 젊어지지만 현실의 세계에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기술이 급변하고 소비자의 욕구나 사업자의 전략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는 시간이 거꾸로 가는 일이 없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대세이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 기술은 1세대(1G)에서 2세대(2G)와 3세대(3G)를 거쳐 4세대(4G)로 진화하였고 인터넷도 웹 1.0, 웹 2.0을 넘어 웹 3.0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에 급속하게 보급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도 갤럭시 S, 갤럭시 S2 그리고 갤럭시 S3 등과 같이 계속해서 후속 모델이 출시되고 있고 SNS도 소셜 1.0, 소셜 2.0 그리고 소셜 3.0으로 구분되며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이론 역시 시간을 거스르지 않고 새로운 세대로 진화한다는 측면에서 필립 코틀러의 2010년도 신작은 주목할 만하다.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마케팅의 대가이며 전 세계 경영대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마케팅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하였다. 코틀러의 새 책의 영어 제목은 ‘Marketing 3.0: From Products to Customers to the Human Spirit'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켓 3.0: 모든 것을 바꾸어놓을 새로운 시장의 도래’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필립 코틀러는 지금까지의 시장을 각각 ‘1.0 시장’과 ‘2.0 시장’이라 정의하면서 인터넷 기반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 세계화라는 거대한 패러독스의 팽창, 창의적 인간과 소통하는 세상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장을 창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0 시장’에서 기업의 마케팅이 제품에 초점을 맞추었고 ‘2.0 시장’에서 마케팅은 소비자 중심적인 접근방법을 취하였지만 ‘3.0 시장’에서는 인간성, 비전, 영성 등을 강조하는 영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시장이 성숙할수록 기업은 이윤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변화에 앞장서야 하며 사회적 목표나 친환경에 대한 비전이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 코틀러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시장은 1.0에서 2,0으로 그리고 3.0으로 진화하였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시장에서는 시간이 절대 거꾸로 가지 않는다. 둘째, 시장이 진화함에 따라 기업의 경영 역시 단순한 경제적인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 책임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디어 기업의 경영 역시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창출하거나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그치지 말고 미디어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사회문화적인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선생의 역할이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라면 미디어의 역할은 사람들의 영적인 측면까지 감동시키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나 소비자도 거꾸로 나이를 먹지 말고 일일신우일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세대의 새로운 사회와 시장은 선구적이며 창조적인 기업가들과 영적인 소비자들을 원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우리 학생들이 코틀러의 ‘마켓 3.0’을 일독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읽은 후 그들이 업그레이드되기를 그리고 그들의 시간이 제대로 가기를 희망한다.  

김성철 미디어학부 교수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