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해외인턴 활용 소감
[시론]해외인턴 활용 소감
  • 고대신문
  • 승인 2013.03.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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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뛰어난 해외 대학원생을 두 달 정도 한국에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그것도 스위스 ETH 같은 명문대 학생을, 게다가 비용도 거의 들이지 않고서. 있다. 쉽다. IAESTE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8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4000명 이상의 학생이 교환되고 있다. 한국은 ‘Gate Korea’가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기술경험 축적을 위해 만들어진 학생교환 프로그램이므로 과학, 공학, 응용예술 분야에만 해당된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매해 최소 두 명의 해외인턴을 활용하고 있다. 노르웨이·오스트리아·폴란드·스위스 등의 학생들을 훈련시켜봤다. 인턴은 보통 8주 정도 머문다. 우리 연구실에 오기를 희망하는 인턴을 받아 훈련시킨다지만 사실은 잠시 고급인력을 고난도 연구 프로젝트에 투입해 활용한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소감을 미리 정리하자면 그들의 탄탄한 기초실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은 어느 대학에서 왔던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했다. 그들을 보면서 우리 교육현실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몇 년 전 노르웨이 트론하임에서 온 수학 전공 석사과정 학생이 있었다. 그 당시 우리 연구실에서는 오류정정부호를 이용해 정보를 은닉하는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몇 가지 수식을 더 유도해야 했다. 그 학생에게 맡겼더니 두 달 만에 깔끔하게 끝냈다. 원했던 것보다 더 많이 유도했다. 그 결과의 일부가 작년 12월 IEEE의 정보이론 저널에 게재됐다. 평생 처음 그 저널에 논문을 게재해 나도 얼떨떨한데 제 나라에서 박사학위 과정에 있는 그도 여간 좋아하지 않았다.

지난 해 스위스 명문 대학인 ETH에서 인턴이 왔다. 당시 우리 연구실에서는 사진의 변조여부를 알아내는 포렌식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 인턴과 우리 연구실 석사과정 학생이 두 달간 지지고 볶더니 마침내 사진을 얼마나 늘렸는지를 나타내는 비율 계산방법을 찾았다. 고도의 신호처리 기술을 적용해 얻은 이 결과도 IEEE에 투고할 예정이다.

인턴은 귀국하면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스위스 학생이 귀국보고를 하면서 우리 수준을 높이 평가하고 우수연구실로 강력히 추천했다. 그 결과 앞으로 매년 ETH나 EPFL같은 최고 수준의 대학에서 3명의 인턴을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또 한국에서 파견하는 인턴 3명도 받겠다는 약속도 해왔다. 한국 IAESTE에서 전해들은 내용이다. 지금까지 인턴 사업을 하면서 한국 IAESTE가 들은 최고의 찬사라 했다. 특히 스위스는 인턴 사업에서 까다롭기로 소문이 났지만 거기서 이런 칭찬을 들어 기쁘고 고맙단다.

인턴을 활용하려면 한국 IAESTE인 GATE Korea를 통해 한 장짜리 계약서를 쓰면 된다. 계약서라 하니 거창하게 들리지만 빈 칸 몇 개 채우면 된다. 인턴 항공료는 자비 부담이므로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숙식 등의 경비를 얼마나 지원할 지 적으면 된다. 어떤 능력을 지닌 인턴을 원하는지도 적을 수 있다. 인턴이 오면 숙박시설을 안내해주고 임무를 정해준다. 이들의 두 달간 노동 강도만 놓고 본다면 한국 학생의 6개월 분량 이상에 해당하는 생산성을 낸다. 그들은 유급인턴 신분임을 숙지하고 있어 하루를 쉬더라도 반드시 사전에 보고해 허락을 받는다. 그들은 그 나라, 그 대학을 대표하는 외교관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잘 해야 다음에 다른 학생이 나갈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고려대에서 나만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왔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책정해 놓은 예산을 우리 연구실에서만 받아간다며 볼멘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해외인턴을 훈련시켜 보내면 관련된 사람들이 고려대를 기억할 것이다. 그들이 QS 대학평가에 참여할 경우 당연히 고려대를 고르지 않을까? 국제화를 위해, 한국학생의 인턴 기회를 위해,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우수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도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우리 학생이 1년 넘게 해결하지 못한 프로그래밍 과제를 오스트리아 인턴에게 맡겼더니 2주 만에 마친 일도 있었다. 물론 다 인턴 나름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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