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대 채무자의 총 대출 금액은 9조 원에 이른다. 채무불이행자는 약 1만 9500명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행동이 알게 모르게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친다면 어떨까. 20대가 조심해야 할 채무불이행 케이스를 알아보고 신용등급에 대한 오해를 살펴봤다.

신용카드대금 연체와 똑같은 ‘후불제’
졸업을 앞둔 이선호(문과대 철학06) 씨는 핸드폰 요금을 몇 달 째 미납해 걱정이다. 핸드폰 요금을 장기 연체했을 때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선호 씨는 “할부금을 납부하라며 독촉 전화가 와 당황했다”고 말했다. 핸드폰 요금 연체는 기기 할부금 미납과 통신비 미납으로 나뉜다. 기기 할부금 미납이 생기면 통신사 쪽에서 미납금 정보를 ‘서울보증보험’쪽으로 이행한다. 개인에게 할부로 기기를 지급하는 통신사는 할부금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서울보증보험’의 할부신용보험 상품에 가입하는데 보험가입이 된 가입자가 할부금을 연체하면 ‘서울보증보험’에 보증금을 청구한다. 서울보증보험 신용지원단 직원 김정훈 씨는 “통신사 쪽에 보험금을 지급한 뒤 규약에 따라 개인신용평가사와 전국은행연합회에 보험금 지급 내역을 통보한다”고 말했다. 

통신사에서 통신 미납금에 대한 정보를 직접 신용평가사에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통신 미납금은 통신사 자체 전산에서만 관리돼 신용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 경우 채무불이행 정보가 기재된다. NICE신용정보평가원 직원 김재성 씨는 “통신사가 판단하기에 채무자가 미납금을 갚을 생각이 없거나 연체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통신사에서 직접 신용평가사에 연체 기록을 등재한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권하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도 주의해야 한다. 하나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작년 11월 최대 30만 원 까지 후불결제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를 도입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업계와 합의해 정한 하이브리드 카드 발급 기준은 1인당 2개(60만 원) 까지며 신용카드 발급 기준인 신용등급 6등급에 준해 발급하되 7등급 이하 고객의 경우 금융사가 만든 자체 기준에 따라 발급하도록 돼 있다. 사회 초년생의 경우 신용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보통 4~6등급 내외로 등급이 매겨진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마음만 먹으면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를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카드 금액이 연체될 경우 연체료가 일반 신용카드와 동일하게 취급돼 20%대의 고금리 연체율을 물어야 하며 장기 연체가 될 경우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후불 교통대금을 연체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후불 교통대금을 연체하면 신용카드대금을 연체했을 경우와 똑같이 처리된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어떻게 결정되나
개인신용평가기관인 NICE한국신용정보(NICE)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만 18세 이상 신용거래내역이 있는 모든 개인을 대상으로 신용거래의 형태, 규모 및 기간, 연체이력 등을 종합해 개인의 신용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비금융권에서 단기 연체자로 규정돼 NICE와 KCB로 채무불이행 정보가 전달되면 연체 금액을 납부하더라도 3년 동안 신용평가에 연체 정보를 반영된다. 미납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되면 장기 연체로 전환돼 전국은행연합회에도 정보가 등록되는데 이 경우 5년 동안 신용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권에서의 연체는 개인신용평가기관과 전국은행연합회에 반영되는 정보가 각각 다르다. 금융기관은 5만 원 이상 금액이 5영업일 이상 연체됐을 때 개인신용평가기관에 연체 정보를 전달하며 10만 원 이상 금액이 10일 이상 연체됐을 경우 신용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전국은행연합회는 대출원금, 이자 등이 3개월 이상 연체되면 연체 금액에 관계없이 연체 정보를 등록한다. 상환 후에도 연체한 기간부터 최장 1년 기록이 남아 있다. 정부 지원 학자금 대출 또한 이에 포함되는데 대출원금과 이자를 6개월 이상 연체하면 연체 정보가 기록된다. 3개월 이상 연체된 5만 원 이상의 신용카드 대금 또한 연체 기록에 남는다.

전국은행연합회의 기준에 따르면 30만 원 이상의 대출금과 카드대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30만 원 이하 소액연체가 3건 이상일 경우 채무불이행자로 등재된다.

취업 시 특별한 불이익은 없어
박정인(가명, 문과대 영문08) 씨는 “생활비 명목의 대출금이 연체돼 신용등급이 많이 떨어져 신용도를 중요시하는 은행 취업 시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걱정과 달리 기업에서는 신용등급이나 부채 현황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한국은행 채용담당자 조승무 과장은 “신용등급에 의해 한정치산자 판정을 받지 않은 이상 단순 채무불이행자는 결격 사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조폐공사 인사담당자 또한 “입사 후 채무불이행으로 채권압류가 들어오면 회사 내부 규정 상 징계를 받을 수 있지만 입사 시 신용등급을 조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낮은 신용등급 보유자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곤란을 겪기도 한다. 대출을 받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해 학자금을 포함한 생활비 명목의 대출이 쉽지 않다. 할부 계약을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다. KT 할부매매계약서에 따르면 신용등급 9등급이나 10등급에 해당되는 저신용자들은 태블릿PC를 사는 데 할부 구매가 불가능하다. 통신사가 신용등급이 낮은 사용자의 연체 위험부담을 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회복하기 힘든 신용등급
대학생 입장에서 한 번 하락한 신용등급은 올리기 쉽지 않다. NICE신용정보평가원 직원 김재성 씨는 “신용카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며 “3장 이하의 신용카드를 3개월 이상 일시불로 30만 원 이상 꾸준히 사용하면 신용등급에 긍정 반영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는 대학생은 신용카드를 발급 받기 쉽지 않다. 신용회복위원회 직원 유진희 씨는 “주거래 은행을 지정해 예금, 적금 등을 통한 은행 실적을 쌓는 방법을 추천한다”며 “조금씩이라도 거래 과정을 반복하면 신용점수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학금이나 생활비 명목으로 대출을 받았다면 연체 없이 지속적으로 대출을 상환하기만 해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신용관리교육위원회 김은지 씨는 “자취를 한다면 본인 명의로 나오는 공과금을 꼬박꼬박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신용교육 필요해
김경수(문과대 노문09) 씨는 “신용등급을 확인하고 싶어도 신용조회를 할 경우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 함부로 조회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NICE와 KCB의 개인신용평점 평가 항목엔 ‘신용조회정보’가 있지만 2011년 10월 4일 금융감독원이 신용조회정보를 신용평가 항목에서 삭제시킨 이후 반영되지 않는다. KCB올크레딧 상담원은 “법이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신용등급 조회나 제2금융권 상담이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잘못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보영(경영대 경영07) 씨는 “학자금 대출 때문에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데 용어도 어렵고 신용등급 책정 기준도 달라 알아듣기 힘들었다”며 “금융 거래나 신용도에 대한 부분도 교육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만 18세 이상 신용거래 내역이 있는 모든 개인은 신용등급이 부여되지만 정작 등급을 부여받는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신용도가 측정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김재성 씨는 “사회 초년생은 신용에 대한 개념이 확립돼 있지 않아 연체를 했다가 졸업 후 사회에서 신용 활동을 하는 데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경각심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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