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에 발표한 한국거래소(KRX) 조사에 따르면 20대 주식투자 인구는 2006년 23만 9000명에서 2010년 34만 명으로 4년 새 42.3% 증가했다. 최근 여러 금융계 기업이 2000년대 초까지 활발하지 않던 대학생 모의주식투자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점차 뜨거워지는 대학생 투자열기만큼 대학생의 투자 행태와 모의주식투자대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투자가 아닌 투기로 접근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주식 매매가 가능해지면서 대학생 사이에서 ‘주식 폐인’이 늘고 있다. 정수훈(대학원·기계공학과) 씨는 “최근 공과대 내에도 주식투자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스마트폰으로 상시 확인이 가능해 대학생이 주식투자에 더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대학생이 기업이나 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사전조사 없이 떠도는 루머나 매매 동향만 보고 ‘단타 매매’를 하는 데 있다. ‘단타 매매’란 단순히 매매기간만 짧은 것이 아니라 회사의 가치를 보고 판단하지 않고 시세차익만을 목표로 주식을 거래하는 것이다. 주식은 학생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보다 일시적인 운을 노리는 사행심을 불어넣기도 한다. 안상원(경영대 경영08) 씨는 “기업에 대한 사전조사 없이 50만 원을 투자 해 45만 원 정도의 손해를 봤다”며 “주변에도 주식과 도박의 차이를 모른 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주식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현자(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학생이 자기 개발에 시간을 쓰지 않고 주식에만 집중한다면 개인과 사회 모두에 불이익”이라며 “학생들이 짧은 시간에 돈을 벌 수 있다는 투기 심리를 극복하고 건전한 투자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수익률 위주의 모의대회
  대학생의 건전한 투자습관을 길러준다는 명목으로 개최되는 대학생 모의주식투자 대회는 자칫하면 대학생의 불건전한 투자습관을 조장할 수 있다. 모의주식투자 대회 수상은 대개 1~2개월 동안 가장 높은 투자수익률을 내는 팀에게 돌아간다. 수익률만이 수상의 기준이 되는 모의주식투자 대회의 특성상 참가 대학생은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평가해 투자하는 ‘가치투자’가 아닌 일시적 주식 변동에 따른 ‘단기 매매’를 행할 수 밖에 없다.  최은정(경영대 경영11) 씨는 “단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단기투자에 적합한 종목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배호(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내재적 가치가 현실화되려면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고 단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은 도박이나 다름없는 고위험성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에 대한 분석력과 이해도 등의 기준을 수상 항목에 추가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 모바일 투자대회’를 개최했던 삼성증권 컨텐츠사업팀 직원 이승화 씨는 “대회기간이 짧다고 해서 대회 자체가 대학생들의 단기 매매를 부추기지는 않는다”며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수상자를 결정하지만 종목 개수나 매매일수와 같은 대회규정이 있어 대학생의 주식능력을 평가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실물 경제를 배우는 기회
  일각에서는 주식투자를 ‘어린 나이에 돈을 쉽게 벌려고 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대학생 주식투자는 경제 흐름과 사회지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강민구(의과대 의예11) 씨는 “주식을 하며 경제와 시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가치투자연구회(RISK) 박필 회장은 “기업의 경영 상태와 시장 상황에 대한 분석 없이 주식으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며 “실제로 30% 이상의 시장대비 수익률을 낸 회원들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정보를 발굴해 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식투자 전에 대학생이 기업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사를 하는 데는 정보수집의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대학생 개인이 기업실적 추정 시 필요한 내부 자료를 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가치투자동아리(KUVIC) 최은정 회장은 “이 경우 기업 투자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메일을 보내 궁금한 점을 해결한다”며 “동아리 구성원들이 리서치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공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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