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저희는 여행과 잔디에 앉아 쉬는 것도 아까울 만큼, 학업과 일을 제외한 모든 걸 포기했어요. 학교에 가면 놀았던 기억은 없고 옛날에 다니던 회사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죠.” VIP투자자문 대표이사 김민국 대표와 최준철 대표는 대학시절 ‘가치투자’가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이는 ‘학생이 학교에서 무슨 돈벌이 연구냐’는 편견을 깨고 국내 최초 대학생 금융 벤처 ‘VIP 투자자문’을 설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들이 8000억 원의 운용고를 가진 자문사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왼쪽부터 최준철 대표, 김민철 대표
사진│김연광 기자 kyk@
번개로 만난 인연과 첫 도전
  두 대표의 첫 만남은 2001년 김 대표가 가치투자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당시 최 대표는 글을 읽고 참신한 충격을 받아 메일을 통해 연락을 취했다. 곧 학교, 나이가 같다는 것을 알고 ‘번개’가 성사됐다. 최 대표는 김 대표의 권유로 서울대투자연구회(SMIC)에 가입했고 둘에게 유일한 낙은 식당과 하숙집에서 관심 있는 기업과 가치투자에 대해 마음껏 수다 떠는 일이었다. “당시 저희는 주식과 기업분석에 미쳐 학교를 잘 나가지 않았던 외골수이자 불량학생이었죠. 가치투자 무용론이라는 편견에 대한 욱함과 반발심이 활동을 추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어요.”
  여러 증권정보 사이트에 기업분석 리포트를 올리곤 했지만 곧 한계를 느낀 두 대표는 2001년 ‘가치투자의 개척자’라는 뜻의 ‘VIP펀드’를 만들어 매월 ‘가치투자를 증명하기 위한 공개 포트폴리오’를 작성했다. 펀드의 초기자금은 두 대표가 그룹과외를 포함해 매월 평균 5개의 과외 알바를 하며 축적했다. VIP펀드는 출범 2개월 후 9.11 사태를 맞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때 두 대표는 평소 눈여겨 봐둔 저평가 우량주 기업 주식을 사들였고 2년 뒤인 2003년 7월, 당시 코스피 지수 15% 상승에 반한 117%의 수익률로 펀드를 청산했다. “가치투자는 이미 미국에서 검증된 투자방법으로 외국에서 성공한 사례와 비슷한 종목을 한국에서 골라 투자해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어요. 더 성숙해진 지금 한국 주식시장은 프로가 아니면 좋은 종목을 고르기 힘들다는 점에서 활동한 시기가 잘 맞은 덕도 있죠.”

가치투자를 증명하고자 노력

  대중에게 가치투자의 가치를 알리고자 2001년 11월 두 대표는 그간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치투자서적 출간을 기획했다. ‘학생이 무슨 투자 서적을 쓰나’라는 출판사의 힐난에 자극을 받아 2개월 동안 하루 4시간 이상 자지 않는 강행군을 단행했다. 가치투자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열정과 자신감으로 콘텐츠의 질을 높이려 노력했다. 마침내 대학 3학년생 두 명이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을 완성했다. 이후 대학생 가치투자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대 투자저널>을 창간해 두 명의 기자가 매월 16면을 만드는 형태로 가치투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앞서 출간한 저서가 인기를 끌어 들어온 인세를 모두 신문 제작비용에 쏟았다. 두 대표는 여의도 증권사 홍보실과 나이트클럽까지 찾아가 광고영업을 하며 금전적 한계를 극복했다. “광고 영업뿐 아니라 기사 작성, 취합, 신문 배포 등의 일을 매번 반복했어요.”

주식에 대해 쌓은 내공이 회사 설립으로
  ‘전략경영’이라는 전공과목에서 두 대표의 창업 리포트를 본 교수는 두 대표가 법인을 설립하도록 적극 후원했다. 마침내 2003년 출판 사업과 대학경제신문 사업, 자문 회사가 결합한 ‘더밸류엔에코’가 출범했다.
최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로 ‘회사 일을 오래하는 것’을 꼽았다. 가치투자로 오랫동안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가치투자가 옳다고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에서다. 김 대표는 좋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좋은 경영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좋은 경영자이자 투자자인 버핏처럼 충분한 경영 자질을 갖추고 회사를 경영하고 싶습니다.”
  최 대표는 남의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이 갖춰야 하는 최우선 덕목으로 ‘올바른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꼽았다. 금융계는 제조업에 비해 개인의 영향력이 커 높은 투자실력과 건전한 가치관으로 신뢰를 형성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자기 자신의 능력과 투자할 대상을 동시에 직시하는 통찰력을 강조했다. 그들은 대학생에게 돈을 벌기 위한 주식투자보다 미래를 대비하는 ‘내공을 쌓는 투자’를 권했다. “같은 관심사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대학의 특징을 살려 타인과 주식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데 시간을 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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