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한국전쟁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김일성은 1951년 ‘우리 예술을 높은 수준에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연설에서 “예술가는 인민의 숭고한 애국심을 심오하게 형상화해야 한다”며 모든 예술의 체제 선전화를 주문했다. 때문에 북한의 한국전쟁 회화는 체제 선전과 이념강화에 집중된다는 특징을 보인다. ‘조국해방전쟁(북한이 한국전쟁을 일컫는 호칭)’을 그린 북한의 선전화를 살펴봤다.

전쟁기: 미국에 대한 강렬한 증오
  한국전쟁기간 북한은 미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선전화를 주로 그렸다. 이 시기 선전화의 주요 장면은 패퇴하거나 포로가 된 ‘나약한 미군’이나 포로를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미군의 잔인한 모습에 굴하지 않는 ‘선전용사’ 등 이다.

  한국전쟁기 북한의 최고 예술가로 꼽힌 문학수의 <조옥희 영웅>은 ‘선전용사’을 그려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미군의 포로가 된 여성유격대원 조옥희를 그린 이 작품은 어두운 배경과 인물간의 명암 대비가 두드러진다. 그림의 중심이 되는 조옥희의 눈빛은 미국을 향한 북한의 증오를 상징하는 것으로 조옥희의 영웅성과 미국의 잔인성을 동시에 강조한다. 또한 주인공을 크게 묘사하고 나머지 인물을 작게 만드는 구도는 비단 북한의 회화 뿐 아니라 중국과 소련의 회화에도 나타나는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보편적 구도이다.

  정관철의 <월가의 고용병들> 역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증오를 나타내는 대표작이다. 북한주민들의 증오에 찬 눈빛과 미군들의 공포 가득한 눈빛의 좌우 대비는 ‘미군은 필연적으로 패배한다’는 북한의 선전내용을 보여준다. 제목에 ‘월가’라는 표현은 미군 뿐 아니라 미국 자본주의 전체에 대한 비판을 함의하는 표현이다. 군인들을 고용해 전장에 보내놓고 자본가들은 희희낙락하고 있다는 내용의 흑색선전에 해당한다.

전쟁 이후: 체제 홍보를 통한 내부결속 유도
  전쟁 이후에도 북한은 계속해서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표방한 선전화를 그렸다. 전후 북한 전쟁미술은 미국에 대한 증오, 사회주의 체제의 승리 등 전쟁시기 회화의 주요 특징을 그대로 계승한다.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 홍보를 위해 선전문구와 함께 선전화를 ‘삐라’에 그려 넣는 방식을 택했다.

  ‘삐라’의 내용은 전쟁시기부터 전후까지 ‘용감한 인민군’과 ‘어머니 사회주의’라는 두 가지 내용적 특징을 고수한다. ‘용감한 인민군’은 미군과 유엔군을 몰아내고 승리하는 인민군의 모습을 그려내며 북한 내부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어머니 사회주의’가 그려진 전단은 어머니로 묘사된 사회주의 체제의 온정적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사회주의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주민들의 내부결속을 유도하는 동시에 남한의 자본주의와 대비해 사회주의 체제의 우수성을 홍보하려는 목적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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