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결과 가장 자주 대화하는 주제 1순위로 ‘이성(18%)’과 ‘학업(18%)’이 선정됐다. 사회현안은 1%라는 저조한 결과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59%)’라고 응답한 학생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결과가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새누리당 장효정(숭실대 정외10) 부대변인, 민주당 문수훈(국민대 국사10) 서울시대학생위원장, 정의당 홍성일(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11) 부위원장, 강동헌(문과대 한국사10) 문과대 부학생위원장, 구준하(문과대 사학12) 기획홍보국원과 함께 대학생들의 불편한 침묵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 설문조사 결과 67%의 학생들이 고대신문이 제시한 사회 현안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강동헌(이하 강)|“어떠한 사안에 대한 인지정도가 관심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회 현안에 대한 자신만의 입장을 가지거나 그에 따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오히려 부족한 편이다. 그 예로 문과대 학생회에서 국정원 사태에 대한 시국선언을 했을 당시 참가자는 겨우 25명에 불과했다. 학생회를 제외하면 더 적은 수다. 단편적인 사례지만 대학생들이 관심이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우선 설문지 답변에 대한 신뢰성에 의구심이 든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잘못된 태도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단순히 한번쯤 듣거나 본 경험이 있는 사회문제의 정보에 대해서 그냥 ‘알고 있다’고 답변을 했을 수 있다. ‘관심’과 ‘알고 있다’라는 것은 별개라 생각한다.”

- 사회문제를 알고 있는 학생들이 다수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은 적다
|“우리나라는 정치적 사안에 있어서 유독 관용의 자세가 부족하다. 음식이나 패션 취향, 등에는 상대방에 관용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치에 있어서는 ‘나 아니면 너’ 식의 이분법적 논리를 적용한다. ‘일베’의 경우도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오프라인 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했을 때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을 인식한다. 그래서 일베와 같은 익명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것이다.”
구준하(이하 구)|“많은 학생들이 아무리 논의를 하고 목소리를 내도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체념해버리는 것 같다. 대학생 수준에서의 논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깔리면서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는 정치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대학생이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보는가
홍성일(이하 홍)| “지식인은 존재하지만 지성인은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까봐 걱정된다. 사회를 해석할 수 있는 지식은 많지만 신념과 가치관의 의미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들만 넘쳐날 것 같다.”
| “사회문제에 대한 논의 부족은 대학생들의 정치적인 조직화를 저해시켜 기성 정치권의 권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대학생들의 결집된 목소리는 바리게이트를 설치하고 흡사 전쟁을 방불케 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런 식의 시위 방법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한데 모이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당장 고려대의 경우도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재단이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데도 학생들의 목소리가 모이지 않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학생의 수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학생들이 재단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먼 미래 대한민국의 앞날까지 보지 않더라도 이미 눈앞에서 위기는 진행 중이다.”

- 대학생들이 ‘정치=갈등’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협의를 위해서 갈등은 필수불가결하다. 우리는 기성세대의 문화를 그대로 보고 따라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 정치는 여야 간의 갈등만 있을 뿐, ‘협의’를 본 사례가 극히 드물다. 이는 곧 학생들로 하여금 ‘정치는 그냥 갈등을 일으킬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학문화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토론의 부재가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주입식 교육은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대학에서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방식이 올바른 토론문화의 정착을 저해했다. 독일의 경우 어려서부터 발표와 토론으로 이뤄진 수업이 대학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교육체계에서 습관처럼 몸에 밴 토론문화는 학생들로 하여금 논리와 근거를 통해 설득을 하고 또 설득을 당하며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게 한다. 이에 비해 한국 대학생들은 이러한 경험이 너무나 부족해 ‘갈등’ 과정에서 ‘협의’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이것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사회문제에 대한 논의가 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위한 방법들은 어떤 것이 있나
|“학생 사회에 정당을 통한 생활의 정치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당장 주요정당의 대학생위원회가 각 대학에 출장소 혹은 지부를 세우고 이를 통해서 학생사회 개개인과 의사소통을 해나간다고 가정해보자. 학생들이 의견을 표출한 사회문제에 대해 당 내에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학생들은 스스로의 의견표출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인지하는 학생이 많아질수록 사회 다방면의 문제에 대한 논의는 활성화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들 스스로 정치에 대한 논의가 더 이상 갈등이 아닌 사회문제에 대한 생산적 해결 주체로서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변화를 이끌 것이라 생각한다. 기성 정치세대는 보여주기식의 정치가 아닌 학생들의 논의가 정치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반영되도록 당 스스로가 체계를 제대로 정비해야한다. 정치현장에서 대학생의 목소리가 반영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그들의 얘기를 전달하는 방법이 많다면 이 또한 해결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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