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진
국어교육과 교수
문학평론가

  올해 고대신문의 현상문예 시 부문에는 6명의 학생들이 작품을 투고했다. 고대 전체 재학생수를 감안할 때 매우 낮은 수치이다. 요즘 젊은 대학생들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등한시하고, 이 세상과 자신의 삶에 대한 지적 성찰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모국어의 외면은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낳고, 영혼의 결핍을 초래한다. 나와 우주에 대해 생각하며 정신의 자유와 즐거움을 구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대학 시절이라는 것을 학생들은 유념했으면 한다.

   빈약한 투고 수만큼 작품의 완성도도 그리 높지 못했다. 관념적인 사유를 늘어놓거나, 애매한 내용의 말들을 길게 중얼거리는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혹시 요즘 일부에서 유행하는 시의 한 조류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시의 대상을 뚜렷이 응시하고 집요하게 탐색하게 들어가는 치열한 시적 인식이 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고 작 중에 김민성, 김한나, 고한빛, 문보영의 일부 시들에 눈길이 갔다. 김민성의 <칭동>은 소재선정과 상상력의 전개가 흥미로웠고, 김한나의 <에필로그>는 ‘삶/한 순간도 놓쳐서는 안 되는 뜨개질 코 같은 것’ 같은 표현에서 보듯 생에 대한 성찰과 감각적인 표현이 돋보였으며, 고한빛의 <입 속의 입>은 자기성찰을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시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소재를 장악하고 시상을 응집시켜나가는 힘이 부족해 작품의 밀도가 떨어졌다. 문보영의 <안개>는 ‘안개’ 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변주시켜 나간 작품이다.

  안개에 대한 감수성과 상상력이 특별히 새롭다고 보긴 어려우나 억지와 강변 없이 대상에 몰입해 자연스럽게 전개시켜 나가는 시적 상상이 믿음직스럽고, 그런 만큼 다른 작품들보다 안정감을 주었다. 

  투고된 작품들이 아직 미숙한 점이 많으나 구사된 언어의 솜씨로 볼 때 다년간의 습작을 거친 것으로 판단되는 시들이 많았다. 더욱 정진해서 앞으로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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