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기념관을 가득 메운 학생들이 강연자와 학생 패널의 좌담을 경청하고 있다.

   미래과학콘서트는 학자와 학생의 직접적인 소통 덕분에 더욱 의미 있는 심포지엄이었다. 학자들의 강연에 이은 마지막 순서로 ‘토크콘서트’가 10월 28,29일에 진행됐다. 토크콘서트는 하루 동안 강연한 연사와 전국에서 미리 선발된 고등학생 4명이 하나의 주제로 토론하는 자리다. 28일은 ‘과학적 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창의력을 길러야 하는가’를 주제로, 29일은 ‘과학, 문화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주제로 대화가 진행됐다. 두 토크콘서트 모두 벵트 노든(Bengt Norden) 스웨덴 Molecular Frontiers 재단 이사장과 로리 카나스(Lorie Karnath) Molecular Frontiers 재단 자문위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창의적 사고를 위해선

  ‘과학적 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창의력을 길러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에는 첫째 날의 연사인 리차드 로버츠(Richard Roberts) 박사, 앤드류 파이어(Andrew Fire, 스탠포드대) 교수, 베르틸 안데르손(Bertil Andersson, 난양공대) 교수 그리고 로버트 랭어(Robert Langer, 메사추세츠공대) 교수가 학자 패널로 참여했다. 학생 패널로는 배범진(창원남고) 군, 최재혁(민사고) 군, 김민선(용인외고) 양이 참여했다.

  “창의적인 사고가 과학의 근본적 문제를 발견한다는 전제 하에 창의적인 프로세스란 무엇이냐”고 카나스 좌장은 첫날 토크콘서트의 운을 뗐다. 파이어 교수는 “창의성이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무언가를 찾는 것”이라며 “창의적인 프로세스는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배범진 군은 “창의성은 굉장히 추상적인 의미인 것 같다”면서도 “기존의 사고를 벗어나는 것이란 파이어 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카나스 좌장은 미래과학콘서트와 같은 글로벌 포럼이 참여자들의 창의력 발전에 도움이 되냐고 질문했다. 로버츠 박사는 “‘지식의 연결고리’ 즉, 많은 과학자들이 발견한 지식들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보는 것이 창의성 발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여러 학자들이 모인 글로벌 포럼을 무작정 경청하는 것 보다는 그 사이에서 ‘지식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개인의 창의적 능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안데르손 교수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창의력 발전을 위해서는 글로벌 포럼 같은 과학자들 간 교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로버츠 박사는 이 주장에 대해 “교류를 통한 지식의 팽창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창의성을 위해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식을 연결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데르손 교수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창의성은 다(多) 학제간의 교류와도 연관된다. 랭어 교수는 “내가 장을 맡고 있는 연구실의 연구원들은 생물학자와 기술자로 구성돼 있다”며 “다른 분야 전공의 연구원들이 만나면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학문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민선 양은 다 학제간의 교류가 창의성을 증진시킨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입장을 밝혔다. 생의학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김 양은 “생의학 분야에서 생물학과 화학 간의 융합이 중요해 질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혁 군도 과학과 철학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과학철학적인 방식을 과학에 적용시키면 다양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며 랭어 교수의 말에 동의했다. 학제간의 교류는 과학 분야 에만 한정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데르손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연구소의 성공 요인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들이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꼽으며 “자유로운 환경이 창의성을 낳는다”고 말했다. 학제간의 자유로운 교류가 창의성의 원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

  ‘과학, 문화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29일 토크콘서트에는 둘째 날의 연사인 아다 요나스(Ada Yonath, 와이즈만과학연구소) 교수, C.N.R 라오(C.N.R Rao, 인도 네루 국제 화학발전기구) 부사장, 이경미(의과대 생화학과) 교수, 알렉산드라 코드(Alexandra Caude,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박사, 아리 워셜(Arieh Warshel,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그리고 제니 월든(Jennie Wallden) 요리 전문가가 학자 패널로 참여했다. 학생 패널로는 이종환(동화고) 군, 이소영(서울과학고) 양, 양하영(상산고) 양, 버니스 우스만(Bernice Usman, 나이지리아) 양이 참여했다.

  2013 스웨덴 마스터 셰프 우승자인 제니 월든 씨가 학생들에게 “열정은 때로 발견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언젠가 네 앞에 나타날 것”이라며 학생들 각자의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냈다. 자연스레 학생들은 본인이 열정을 갖는 분야에 대해 한 사람씩 이야기를 시작했다. 양하영 양은 “어린이들이 방사능 암 치료에 고통 받는 것을 보며 암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스탠포드 의대에 진학해 앤드류 파이어 교수와 함께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패널인 버니스 양은 “산부인과 의사가 돼 여성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학, 문화 그리고 나의 이야기’ 라는 두 번째 토크콘서트의 주제에 대해 토론하며 자연스럽게 여성과학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대부분의 패널이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인 요나스 교수는 “과학 분야에선 여성 수상자의 수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과학연구와 가정을 동시에 꾸려나가기 힘든 현실 때문이지만 아이를 낳는 등 여성만이 느끼는 행복을 즐겨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가부장적이었던 한국사회에서 자란 이경미 교수는 “한국 여성들은 집안에서 일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요리를 많이 하는 한국 여성들은 생물학의 실험과정과 비슷한 양념을 혼합하는 과정 등을 통해 과학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여학생들을 격려했다. 반면 자녀가 5명을 두고도 여전히 과학 연구를 하고 있는 알렉산드라 박사는 “남성 여성의 차이보단 누가 얼마나 많은 열정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과학을 공부하는 여학생에게 해줄 조언이 있느냐는 버니스 양의 물음에 제니 월든 씨는 “여성들이 일하기 힘든 환경이기에 과학뿐 아니라 요리계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요리사들은 대부분 남자”라며 “그럼에도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주위의 만류에 영향 받지 말라”고 말했다. 또한 알렉산드라 박사는 나이지리아에서 온 버니스 양을 위해 특별한 조언을 했다. 그녀는 “좋지 못한 환경의 상온 온도 덕분에 오히려 실험체 배양에 성공한 연구자도 있다”며 “환경에 굴하지 않고 과학 열정을 우선시하라”는 사려 깊은 말로 토크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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