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태어날 때부터 PC, 휴대전화, 인터넷, MP3와 같은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여, 디지털 기기가 ‘생활의 일부’가 된 세대이다. 디지털 기기는 단순한 작업마저 쉽고 빠르게 처리해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본지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귀하는 하루에 디지털 기기(스마트 폰, 컴퓨터, 태블릿PC 등)를 몇 시간 사용합니까?’라는 문항에 본교생 100명 중 24명이 ‘9시간 이상 사용한다’고 답했다. 외에도 15명이 ‘5시간 이상~7시간 미만’, 12명이 ‘7시간 이상~9시간 미만’이라고 답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의 지나친 사용은 ‘디지털 치매’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 디지털 치매는 두뇌에 저장된 정보를 끄집어내려는 노력 없이 곧바로 전자기기를 이용해 뇌에서 기억을 저장하는 매커니즘이 약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디지털 치매에 대한 의학계의 의견은 아직 엇갈리지만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뇌의 인지기능이 감퇴한다는 사실에는 모두 동의한다.

  디지털 치매는 디지털 기기가 가진 특성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기기는 사용에 복잡한 인지기능이 필요치 않아 어린 아이도 빠르게 배울 정도로 접근성이 높고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제공한다. 안암병원 신경과 이찬녕 의사는 “디지털 기기 사용 시 인간의 뇌는 단순한 정보처리와 해독의 역할만을 담당하면서 뇌의 인지기능에 속하는 기억력, 계산력, 집중력 등 판단능력의 기회가 줄어든다.”며 “이 때문에 제대로 된 뇌세포간의 연접이 방해받고 인지기능까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디지털 치매는 의학적으로 지칭되는 일반적인 치매(노인성 치매, 혈관성 치매 등)와는 다른 개념이다. 기억력, 주의력, 집중력, 실행능력 등의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일반적인 ‘치매’와 달리 디지털 치매는 병리적인 질병이 아니라 뇌를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기억력 감소 현상을 지칭한다. 이민수(의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디지털 치매는 아직 의학적으로 정의된 질병이 아니며 굳이 분류하자면 건망증과 유사한 기억장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매는 △가까운 지인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는 경우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익숙한 길도 찾아가기 어려운 경우 △간단한 계산조차 암산이 어렵고 계산기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자주 접속하는 웹사이트, 금융기관의 ID,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 경우 △기념일을 잘 잊어버리는 경우 △노래방 기기의 도움 없이는 끝가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없는 경우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단순한 건망증의 형태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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