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성균관대 교수 경제학과

   2012년 5월부터 시작된 한중FTA 협상은 지난 9월 개최된 7차 협상에서 협상의 범위와 형식을 정하는 협상모델리티에 합의하여, 상품자유화율이 품목수 기준으로 90%, 수입액기준으로 85%에 달하는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하기로 합의하였다. 그 후속 2단계 협상으로, 지난 11월 19일부터 인천에서 개최되었던 8차 한중FTA협상에서는 1단계 협상에서 합의한 협상모델리티를 바탕으로 품목별로 분류한 양허초안(Offer)을 교환하고, 협정문 초안 및 상품양허초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시작하였다. 또한 원산지, 통관 및 무역원활화, 무역구제, 위생검역, 무역기술장벽 분과도 개최해 협정문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과거 한미FTA협상 및 비준과정은 전 국가적 관심을 받으며, 사회갈등의 주된 요인이 되기도 했던 것에 비해, 한중FTA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심이 낮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중FTA가 우리경제에 미칠 실적적 파급효과를 고려해본다면, 한미FTA보다도 산업구조조정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많은 농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저부가가치 농업뿐만 아니라, 단순제조업을 포함하여 중국에 대하여 비교열위인 저부가가치 제조업부문에 나타날 산업구조조정효과는 다른 그 어떤 FTA에 비해서도 그 파급효과의 스케일이 다르다.

  따라서 단순히 정치적인 목적과 유인에 의하여, 산업구조조정효과를 냉철하게 고려하지 못한 가운데 한중FTA가 체결될 경우의 사회적 비용은 역시 전대미문의 국가적 비용인 만큼, 한중FTA를 통한 이익의 원천과 향후 협상진행과정에서 유의해야할 점들을 냉철히 돌이킬 때이다.

  우리가 경제학 교과서에 배운바와 같이,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익의 원천은 자유무역이 자원의 효율적 재배분을 가능하게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유무역의 결과, 실업이 발생한다면, 이는 절대적인 후생감소를 낳게 된다. FTA가 다자간 자유무역체제에 비하여 초래할 수 있는 무역전환효과 등의 부작용은 차치하더라도, 한중FTA가 우리나라의 경제효율성과 후생을 높여줄 수 있는 조건은, 한중FTA의 결과 발생할 노동집약적 산업과 저부가가치 농업부문에서의 대량실업을 어떻게 조속히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배치할지에 대한 구체적 전략과 그 정책재원의 마련여부이다.

  만약 한중FTA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 한중FTA가 발효될 경우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저부가가치 농업과 단순제조업 부문의 고부가가치화 및 구조조정전략이 구축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된 가운데, 그 정책재원까지 마련된다면, 이러한 한중FTA는 우리경제의 효율성제고와 고부가가치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바는, 과거의 FTA체결경험에서와 같이 한중FTA가 초래할 산업구조적 파급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도 없고, 또 한중FTA의 결과 피해 및 구조조정압력에 직면한 기업 및 피해당사자들과의 구조조정전략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출노력도 없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협상목표가 설정되고, 협상이 진행될 경우, 한중FTA를 통한 사회적 편익보다, 한중FTA를 둘러싼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향후 한중FTA협상전략으로 우리나라가 비교열위를 보이고 있는 농산품과 단순제조업 제품들을 전체 교역품목의 약 10%수준의 초민감품목으로 지정하여 시장개방폭을 최소화하고자 하는데 주력하는 수세적인 접근을 취하는 것은, 한중FTA를 통한 경제효율성 제고를 위한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단순히 양국이 정치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적절한 수준으로 협상을 타결하는 것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한중FTA가 진정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국내산업구조정전략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출 및 그 정책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중FTA협상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중FTA가 가져다줄 수 있는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산업구조조정체계는 곧 우리나라의 저부가가치 농업과 단순제조업 부문의 총체적인 구조조정체계인 만큼, 그 재원규모나 정책범위가 농림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특정부처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다. 즉 범정부적 차원에서의 한중FTA관련 저부가가치 농업과 단순제조업 부문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구조조정추진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한중FTA의 속도감 있는 협상진전보다도 범정부차원의 산업구조조정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더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산업구조조정체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한중FTA가 발효될 경우 초래될 엄청난 사회적 비용뿐만이 아니라, 우리경제의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원천적으로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한중FTA는 단순히 관세인하를 통한 양국시장의 접근기회 확대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및 국제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편시키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의 대부분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의 생산기지는 중국으로 이전된 상황에서, 기존에 한국기업들이 비교우위를 보여 왔던 기술집약적 산업 및 고부가가치 생산공정 부문에서 중국기업들과의 기술력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업종에서는 기술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부가가치산업에서의 비교우위구조 확보를 위한 전략적 산업구조조정노력이 없이 한중FTA가 체결될 경우, 저부가가치 농업 및 단순제조업만의 위기가 아니라, 우리의 주력수출산업에서도 장기적인 비교우위구조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한중FTA의 핵심은 협상의 조기타결이 아니라, 우리산업의 생존기반 확보를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산업구조조정체계와 그 과도기간 동안의 사회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정책노력이다.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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