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최다희 전문기자

  본교 아산이학관 441호. ‘검출기제작실’ 이름이 붙은 연구실에서 작업이 한창이다. 15평 가량의 이 작은 연구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뮤온입자 검출기를 제작하는 한국검출기연구소(KODEL, 소장=박성근) 작업실이다. 1997년 문을 연 이래 국내기술로 검출기를 제작해온 KODEL은 힉스입자가 발견된 지금도 꾸준히 CERN에 검출기를 제공하고 있다. 힉스를 찾아낸 검출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KODEL 소장 박성근(이과대 물리학과) 교수의 자문을 받아 알아봤다.

독자 기술로 도약한 10년
  본교와 힉스입자의 인연은 199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CERN은 LHC 제작을 결정하고 전 세계에서 연구자와 투자자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당시 한국 대표로 초청 받은 박성근 교수는 CERN 연구계획을 보고 뮤온 검출기 분야의 참여를 결정했다. 박 교수는 “CERN은 별다른 기술이 없던 우리에게 재정적 투자만을 원했지만 저희는 좀 더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싶었습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검출기 기술에 처음 도전한 한국을 미심쩍게 생각한 CERN은 1년 내로 핵심부품을 만들어내라 요청했다. 박 교수는 KODEL을 설립하고 전통적인 물리학 강국인 미국,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으려 했으나 해당 국가들은 기술을 공개하지 않았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는 조국이 있다는 말을 그 때 가장 절실히 느꼈습니다” KODEL은 어쩔 수 없이 독자적인 방법으로 검출기 제작을 시도했고 1년 뒤인 1998년 검출기 모형 제작에 성공했다. 이후 CERN 연구에 정식 참여를 하게 된 KODEL은 계속해서 검출기를 제작했고 2007년 LHC 완성 이후 자체 제작한 검출기를 CERN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2mm 틈에서 발견되는 힉스입자
  KODEL의 검출기는 힉스입자 붕괴 이후 나타나는 뮤온 입자 확인의 역할을 한다. 현재 KODEL에서 제작되는 검출기의 두께는 6mm다(사진1 참조). 가운데 2mm를 비워둔 채 위아래를 2mm 두께의 베이클라이트(Bakelite)로 덮는다. 많은 재료 중 베이클라이트를 이용하는 이유는 베이클라이트가 HPL(High Pressurized Layer)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저항(比抵抗)이 높기 때문이다. 검출기를 가동시킨 후 베이클라이트 사이 2mm의 틈에 특수 기체를 불어넣으면 뮤온과 기타 입자가 통과할 때 기체가 이를 둘러싸 이온화시킨다. 이온화된 입자는 전자로 분해되는데 이온화 직전 양쪽 베이클라이트에 전극을 걸어 전자를 한쪽에 몰리게 만든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틈 내부에서 이온화된 전자가 펄스(Pulse)를 만들어내는데, 이 펄스를 분석해 뮤온의 것이 맞는지 확인한다.

  뮤온을 찾았다고 바로 힉스입자를 발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힉스는 여러 붕괴 형태를 가지고 있고 이 중 뮤온을 포함한 형태에는 다양한 입자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붕괴 시 이 입자들이 함께 붕괴된다. 물리학자들은 ‘에너지 보존법칙’과 ‘운동량 보존법칙’을 이용한다. 우선 에너지 보존법칙 확인을 위해 뮤온 검출기로 뮤온을 포함한 다양한 입자의 무게를 더한 뒤, 힉스입자의 무게와 비교한다. 또한 운동량 보존법칙을 만족시키기 위해 모든 운동량을 더해 힉스의 운동량과 비교한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 뮤온 입자가 힉스에서 나온 것이 확인되는 것이다.

검출기 제작방법
  검출기 제작은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베이클라이트를 규격에 맞게 다듬는 과정부터 시작된다(사진 2 참고). 그 다음 베이클라이트 한쪽 면에 전극 역할을 하는 흑연을 바르는데 이는 베이클라이트에 전기가 통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흑연은 날아가기 쉽기 때문에 흑연을 바른 뒤 베이클라이트를 핫멜트(Hot melt)란 물질로 코팅해 고정시킨다. 이 방법을 실크 스크린(Silk screen)이라고 하는데 박성근 교수는 이를 ‘순수 국내 독자적 개발 기술’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베이클라이트의 2mm 틈을 유지하는 작업이다. 제작자는 작업실의 특수 기계로 실크 스크린 작업이 완료된 베이클라이트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흔적을 낸다(사진 3 참조). 그 위에는 ‘스페이서(Spacer)’라 불리는 지지대를 고정시키는데 이는 특수기체를 불어넣을 2mm의 틈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후 기계로 스페이서를 눌러 지지대가 단단히 고정됐는지 확인하는 QS(Quality Control) 검증 과정을 거쳐 그 위에 베이클라이트를 한 장 더 얹어 고정시킨다. 완성된 검출기는 전압내구실험, 기체주입실험(이때 시험 기체로 공기를 주입시킨다) 등을 통해 안정성을 확인한 뒤 세계 각지로 보내져 LHC에 부착하기 알맞게 개조된다. 이후 CERN으로 보내져 LHC에 부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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