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시즌 고려대 5개 운동부의 명암은 엇갈렸다. 농구부는 시즌 전관왕을 기록해 전성기를 되찾았고 아이스하키부와 럭비부는 고질적 약점을 보완해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됐다. 축구부는 고전을 거듭하다 10월 ‘제94회 전국체육대회’ 우승으로 실추된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했고 야구부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5개 운동부의 2013시즌 성적, 각 부의 상승세와 부진의 이유를 분석했다.

전성기를 맞은 농구부

2013시즌 고려대 농구부는 대학 단위 모든 대회를 제패해 ‘챔피언’이 됐다. 농구부는 △2012 농구대잔치 △2013 MBC배 대학농구대회 △2013 KB국민은행 대학농구리그(대학리그) △2013 KB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최강전) △2013 정기 고연전(정기전, 74-60 승)에서 모두 우승했다. 주전 선수들은 연령별 국가대표팀에 자주 차출됐고, 4학년 네 선수(박재현, 이정제, 염승민, 이관기) 모두 ‘2013-14 KBL 신인드래프트(드래프트)’에서 프로 1군 팀에 지명됐다.

2013시즌은 고려대가 대학팀 최초로 최강전 우승컵을 차지해 의미가 있다. 8월 최강전에서 프로팀(고양 오리온스, 부산 KT 소닉붐, 울산 모비스 피버스)과 ‘아마최강’ 국군체육부대(상무)를 연파했다. 2013시즌 주장 박재현(체육교육과 10학번, 서울 삼성 썬더스, G) 선수부터 대학리그에 무난히 적응한 신입생 이종현(사범대 체교13, C) 선수까지 전 학년 간의 신구조화가 잘 됐다. 또한 대학리그 ‘3연패’에 도전하던 경희대를 이긴 것도 주목할 만하다. 대학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받던 ‘10학번 3인방’(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을 내세운 경희대와의 경기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끈질긴 경기운영을 보여줬다. 당시 고려대는 1차전을 먼저 내준 후 2, 3차전을 이기고 우승했다. 특히 3차전에서는 2쿼터 종료 5분 전까지 19점을 뒤지고 있었지만, 경기 종료 2분 전 이종현 선수의 덩크슛으로 역전을 일궈냈다. 농구부 이민형 감독은 “올해 고려대 농구부는 정말로 훌륭한 한 해를 보냈다”며 “박재현 선수가 프로에 지명돼 공백이 된 가드 포지션만 잘 보강한다면 내년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은 우울했던 야구부· 축구부

‘안 풀리는’ 시즌을 보낸 운동부도 있다. 고려대 야구부는 신임 우경하(무역학과 76학번) 감독이 부임했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야구부는 △2013 춘계리그 조별예선 탈락 △2013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16강 △2013 하계리그 조별예선 탈락 △2013 대통령기 16강 △2013 KBO총재기 16강 △2013 정기전 준우승(1-3 패) 등을 거뒀다. 8월 진행된 ‘2014 KBO 신인드래프트’에서도 문상철(사회체육학과 10학번, KT 위즈, 유격수), 조윤성(체육교육과 10학번, LG 트윈스, 중견수) 선수 두 명만을 프로로 진출시켰다.

야구부는 극심한 타격난과 낮은 출루율로 시즌 내내 고전했다. 2013시즌 팀타율 0.199(2012시즌 0.253)를 기록했고, 팀 내에 ‘3할 타자’가 한 명도 없었다. 타격이 부진해 출루가 줄어 ‘빠른 발’을 살릴 주자가 없고, 득점기회를 자주 놓쳤다. 야구부 김호근 수석코치는 “올 시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득점권 상황에서의 적시타 부재”라며 “득점권 상황에서의 집중력과 위기상황에서의 순간대처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습경기 위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야구부의 주루 능력과 수비력은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2013시즌 15경기 동안 총 45개의 도루(2012시즌 28개)를 기록했다. 우경하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빠른 발’을 지향하며 주루 훈련 역량을 집중했고, 팀에 대학리그 상위 수준의 주루 능력을 이식했다. 또한 경기당 0.53개의 실책(2012년 경기당 1.18개)을 기록해 ‘지키는 야구’를 구현했다. 김호근 수석코치는 “‘튼튼한 수비’와 ‘빠른 발’이라는 핵심 키워드는 내년에도 계속된다”며 “승부처에서의 집중력만 조금 더 향상시킨다면 내년에는 조금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년 시즌을 전망했다.

축구부는 출전한 2013시즌 내내 주축 선수의 부상과 조직력 문제로 고전했다. 정기전 4연승을 거둔 09학번이 대거 이탈했고, 여름 전지훈련을 거쳐서야 정상적인 조직력을 갖췄다. 축구부는 △2013 하나은행 FA컵 1회전 탈락 △2013 U리그 챔피언십 진출 실패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 32강 △제34회 서울시장기축구대회 우승 △전국하계대학축구연맹전 32강 △2013 정기전 준우승(2-3 패) △제94회 전국제육대회 우승 등을 거뒀다. 경기당 평균 1.7득점(2012시즌 2.4득점)을 기록하는 등 공격력이 약해졌다. 고려대 공격의 주축이었던 안진범(사범대 체교11, AMF) 선수가 부상으로 1학기 대부분 경기에 결장해 상대 수비 배후를 노리는 패스가 무뎌졌다. 또한 축구부의 고연전 4연패를 이끌었던 박희성(체육교육과 09학번, FC 서울, CF), 유재원(체육교육과 09학번, 강원FC, CF)의 졸업으로 포스트 플레이와 골 결정력도 약해져 U리그에서 약팀에게 무승부나 역전패를 자주 당했다. 4백 수비진은 09학번의 졸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포지션이다. 2012시즌 주전 수비수 모두 09학번이라 새로 주전이 된 학번 간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핵심 수비수인 송주호(사회체육학과 10학번, CB) 선수, 2013시즌 주장 노동건(체육교육학과 10학번, 수원 블루윙즈, GK) 선수마저 부상당해 동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신수진 축구부 수석코치는 올 시즌은 팀을 재건하는 해였다고 말한다. 신수진 수석코치는 “새로운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선수들의 경험이 쌓이면서 전국체전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며 “올해 붙은 자신감으로 내년 시즌에 임한다면 조금 더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한층 강해진 아이스하키부, 럭비부

2014년에는 지긋지긋한 ‘역전패 트라우마’를 떨쳐낼까. 아이스하키부는 신임 김희우(체육교육학과 85학번) 감독 부임 후 펼쳐진 5번의 연세대 전(1승 1무 3패)에서 예년보다 쉽게 패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희우 감독이 팀을 조련하기 시작한 2012-13시즌부터 △제32회 유한철배대학아이스하키대회(유한철배) 준우승 △제94회 전국동계체육대회 4강 △2013 정기전 공동 우승(2-2 무) △제58회 전국대학아이스하키선수권 준우승 △제33회 유한철배 우승 △제68회 전국종합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 4강을 거뒀다. 아이스하키부 코치진은 선수의 기초체력을 집중 강화했다. 약점으로 꼽혀온 후반 체력저하를 극복해야 역전패를 방지한다고 판단해서다. 코치진은 퍽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기존 훈련체계를 스케이팅, 방향 전환, 개인별 맞춤 웨이트 트레이닝 등 기초체력훈련 위주로 바꿨다. 또한 2013 정기전 대비 여름 전지훈련에서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했다. 아이스하키부는 2013-14시즌 개막전인 9월 정기전 이후 치러진 경기에서 7연승을 거두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연세대와의 비정기전에서도 1승 1패를 기록했다. 새 시즌을 맞아 김희우 감독은 선수진의 개인기술 훈련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희우 감독은 “기초 체력의 강화는 감독부임 후 계획한 첫 단계 훈련”이라며 “이제부터는 기초체력 훈련에 개인기술 훈련을 강화해 선수의 기량을 향상하려 한다”고 말했다.

럭비부는 강점을 보이던 후방 백스(9번~15번) 포지션 기량을 강화해 2013시즌에 호성적을 거뒀다. △2013 전국춘계럭비리그전 준우승 △2013 서울시장기 럭비대회 우승 △2013 정기전 우승(20-17 승)을 기록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2013시즌 고려대 럭비부의 키워드는 ‘시스템’과 ‘속도’였다. 빠른 패턴플레이 훈련을 반복해 백스진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했다. 실제로 정기전 득점 장면은 대부분 백스 포지션 선수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럭비부 김성남 감독은 “빠른 패스로 경기를 운영하는 럭비를 추구한다”며 “고려대 럭비부를 빠른 팀으로 만들기 위해 감독으로 부임 후 빠른 주력을 갖춘 선수를 선발했다”고 말했다. 김성남 감독은 “올 시즌 호성적에도 아직 고려대 럭비부의 위상을 다 되찾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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