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총학생회(회장=최종운, 안암총학)와 각 단과대 회장이 참여해 학생사회의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중앙운영위원회(회장=최종운, 중운위)는 어떤 모습일까. 18일 있었던 제18차 중운위를 위해 오후 7시 20명의 중운위원이 학생회관 4층 총학생회의실을 메웠다. 이날 ‘세월호 사건 입장 표명 후 추후 문제의식 공유 방안 논의’로 결정 난 세월호 안건은 사전에 문제의식의 객체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아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중운위원의 의견이 엇갈렸다. 11일과 18일 진행된 중운위에선 중운위원의 고질적인 참석태도 문제도 드러났다.

 선후관계 잘못된 논의 안건
 안암총학은 사전에 ‘세월호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의 객체’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했지만, 18일 중운위의 본 안건으로 ‘세월호 사회 구조적 문제의식 공유 방법에 대한 논의’를 상정했다. 이에 이날 중운위에서는 문제의식의 객체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고 본 안건인 ‘공유 방법’에 대한 논의는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의 객체에 대해 중운위원들의 입장은 ‘책임자 규탄’과 ‘개인의 책임 의식’으로 나뉘었다. ‘책임자 규탄’을 주장한 강훈구 동연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등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현 정권 규탄”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종운 위원장은 “외부 비판 보다는 이번 사건을 통해 개개인의 책임의식을 재고하고 기성세대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식의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면서 중운위원들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에 서재우 공과대 학생회장이 “중운위 차원에서 공동대응을 해야 하는 만큼 문제의식 초점에 대해 합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지만, 양쪽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오후 9시 40분경 처음 입을 연 박언주 간호대 학생회장은 “문제의식 공유 방법에 대해 단과대에서 논의를 해 왔지만 본 회의가 문제의식에 대한 논의로 진행돼 어떤 말을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기경 이과대 학생회장도 “회의가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중운위원들은 문제의식 객체에 대한 합의를 통해 중운위 공동 입장을 표명하고 추후 문제의식 공유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안암총학과 사범대가 각각 본 회의 내용을 토대로 세월호 사건 입장문을 작성했고, 20일 임시 중운위를 열어 두 입장문을 수합해 중운위 차원의 단일 입장문을 만들었다. 이후 23일 중운위가 민주광장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중운위 단일 입장문’은 △세월호 사건의 사회구조적 원인 △정부의 책임 규명 촉구 △세월호 사건에 대한 대학생의 자세 등 중운위원들의 입장을 종합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중운위원의 회의 태도
 중운위원의 소극적인 태도와 회의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최종운 위원장은 “중운위 안건을 안암총학이 상정하는 경우가 80% 정도”라고 말했다. 법대리아 관련 안건 등 특정 사안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안암총학의 발제로 중운위 안건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최종운 회장은 “안건 발의를 중운위원에게 독려하고 있지만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서재우 공과대 학생회장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본 안건으로 올릴만한 사안이 단운위에서 논의되는 일은 많지 않다”며 “총학생회가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안건을 상정하는 것도 회의 진행에 도움이 되며 중운위 기타 안건논의에는 단과대 학생회에서 주로 안건 상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극적 태도는 중운위원의 발언 모습에서도 드러났다. 18명의 중운위원이 참석한 11일 중운위의 주요 안건인 ‘법대리아 피케팅 및 기자회견 등 공동행동 요청’에 관해 의견을 낸 학생 대표자 수는 위원장과 발제자를 제외하고 이나영 부학생회장을 포함해 8명이었다. 또한, 18일 중운위에서는 강훈구 회장, 이대열 사범대 학생회장 등 일부 중운위원에게 발언이 치중됐다. 이날 이나영 부회장이 “발언한 중운위원이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며 회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에 한 중운위원은 “단과대별로 학생들의 관심 사안이 달라 안건에 따라 발언의 여지가 적은 중운위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중운위원도 있었다. 11일 중운위에서는 한 중운위원이 본 안건인 ‘법대리아 피케팅 및 기자회견 등 공동행동 요청’에 대해 발언하는 가운데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하는 4명의 중운위원이 있었고, 뒷자리에 앉아 무릎 위에 전공과목 프린트물을 펴놓고 전공 시험을 공부하는 중운위원도 있었다. 18일 중운위에서도 회의 중간 일부 중운위원이 페이스북을 확인하는 등 태도 문제는 여전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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