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내현(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 사진 | 한재윤 기자
 
   한국사 교과서(고교과정)는 1973년 국사교육 강화책의 일환으로 처음 국정발행 체제로 바뀐 후 2003년과 2007년 각각 근현대교과서와 국사교과서가 검정 발행체제로 전환됐다.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발행과 검정발행의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권내현(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 두 발행 체제의 문제점을 꼽는다면
  “현재 국정발행 역사교과서를 쓰는 곳은 북한과 베트남과 같은 극소수 국가뿐이다. 역사교과서를 국정발행 체제로 바꾸려는 것 자체에 주목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두 발행 체제의 장·단점은 둘째 치고, 현행 검정제도가 정착되기도 전에 국정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문제다. 애초에 두 문제를 같은 가치로서 비교하려는 사고방식부터가 잘못됐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발행과 검정발행 체제의 대결구도를 교육부에서 촉발시켰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2013년 교학사 교과서가 첫 검정심의를 통과한 후 학계의 질타를 받고 채택률이 거의 0%를 기록하며 많은 논란이 됐고 그 연장선에 지금의 발행체제 논쟁이 있는 것이다.”

 - 토론회에서 국정찬성 측 토론자들은 검정 교과서 7종이 좌편향적이라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 지난달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주최한 역사교과서 발행관련 1차 토론회 때는 역사학자들과 교육학 관련 교수들이 토론자로 참석했고 이때는 이번처럼 이념논쟁이 불거지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부가 주최한 이번 2차 토론회에는 발제자 일부가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구성되면서 극단적인 이념논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사실상 그들이 주장하는 좌편향의 실체는 모호하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보수 정권 하에서 통과된 것이 지금의 검정교과서인데 그들은 몇십년 전의 국정발행 시절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 국정찬성 측 토론자들은 교학사를 제외한 검정 교과서 7종 중 4종에서 유관순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는 근거를 들기도 했다
  “유관순과 관련된 내용은 국정교과서 시절에도 빠진 적이 많다. 검정이기 때문에 유관순이 빠졌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3·1운동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려는 과정에서 유관순 내용이 탐구활동이나 자료영역에서 등장할 수도 있고 교사의 설명에 의해서도 다뤄질 수도 있다. 이러한 방법을 고민하는 집필진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 하나의 통설을 국정교과서를 통해 학생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나
  “현행 검정교과서의 내용이 하나의 통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검정제의 취지 이상으로 검정 기준을 강화시켰고 이로 인해 7종 교과서들이 전체적인 시각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 현재 역사학계에서는 일제의 식민지배와 분단, 독재체제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며 박정희의 경제개발은 긍정적으로 평가될만한 부분도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교학사 교과서와 같이 식민지배하의 성장이나 건국, 경제발전 일변도의 서술은 통설이 아니다. 오히려 현행 검정교과서들의 다양성이 사라져서 문제라면 문제다.”

 - 빈약한 검정 기준으로 인해 내용상의 오류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정 기준에 대한 교육부의 잘못된 간섭 때문이다. 교과서를 검증할 때 가장 철저하게 검증돼야할 부분인 근현대사 부분에 한국 중세사 전공자들을 검증위원, 연구위원으로 뽑는 등 그동안 교육부의 관심은 사실상 철저한 내용 검정보다는 교학사 교과서 통과에 노력을 쏟고 있었다. 사실 이번 문제도 ‘검정제에 교육부의 과도한 간섭이 교과서 내용의 질을 저하시키지는 않는지’, ‘교육부가 올바른 검정을 위한 지원 절차를 잘 지키고 있는지’등의 문제로써 논의되는 것이 합당하지만 교육부는 이를 갑자기 발행체제에 대한 문제로 돌려버렸다. 교과서를 정치판으로 끌고 오면서 두 문제가 마치 대등하게 맞서는 정치 이념의 충돌인 냥 묘사되고 있다.”

 - 역사학자 대부분이 좌편향적이라는 지적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역사학을 하는 사람들은 시각이 다양하다. 매우 급진적인 사람도 있고 매우 보수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논문이 학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걸러지면서 하나의 통설이 만들어지게 된다. 지난번 1차 토론회와 같이 역사학계 내부에 토론회를 맡겨야 한다. 역사학계가 좌편향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패널로 나와 이런 문제가 제기 된 것이지 많은 역사교육학자들의 현재 관심사는 사실 암기위주의 학습방식과 방대한 내용의 함축으로 인해 역사에 대한 학생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것이 더 문제다. 편향성 논쟁은 역사교육을 통해 학생의 정치적 선호를 자신들 입맛에 맞게 이끌 수 있다는 교육부의 잘못된 발상에서 나온 짜여진 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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