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ame is Fair Play”, 심판복 왼팔 상단에 새겨진 문구다. 축구는 정기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경기인 만큼 심판 판정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공정성을 위해 심판진 구성은 경기 당일 날에 공개되고, 양교 출신 심판은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

  여기에 세밀한 판정을 통해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한 장치가 더해졌다. 2010년부터 정기전 축구 심판 시스템은 기존 4심제에 두 명의 추가부심을 두는 6심제로 바뀌었다. 노경민 대한축구연맹 심판은 “K리그의 경우 2009년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처음 6심제를 도입했고 유럽에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6심제를 시행중”이라며 “정기전에서 6심제를 한다는 것은 판정 하나하나가 예민하고 중요한 경기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해 정기전 축구경기에도 적용되는 6심제의 규칙과 기대효과는 무엇일까. 대한축구연맹 심판으로 활동 중인 본교 노경민(과기대 전자정보08), 류동일(대학원·기계공학부), 이지호(생명대 식자경09), 지미정(국제스포츠11) 씨를 만나 6심제 심판 시스템에 대해 알아봤다.

 - 6심제의 구성과 각 심판의 역할은
  류동일|“6심제는 주심 1명, 부심 2명과 대기심 1명으로 구성된 4심제에 추가 부심 2명을 두는 심판 방식이다. 주심은 경기 진행을 담당하고 경기와 관련된 행위에 대한 모든 결정 권한을 갖는다. 대기심은 추가 시간 공지, 교체선수의 장비 검사 등 벤치컨트롤 임무를 수행한다. 부심은 양쪽 터치라인을 따라 움직이며 주심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추가부심도 주심의 경기 운영을 돕지만 골라인과 페널티라인의 교차점에 고정적으로 위치한다.”

  지미정|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발간되는 규칙서에 따르면 추가 부심은 주심의 시야 밖에서 불법행위나 반칙이 발생했는지 여부, 공이 골라인을 넘었는지, 어느 팀이 골킥이나 코너킥을 할 권리가 있는지 등을 관찰하고 주심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 기존 4심제와의 결정적인 차이는
  노경민|“추가 부심의 유무다. 6심제는 골라인과 패널티라인의 교차점에 추가 부심을 둬 오심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패널티 박스 안과 그 근처의 판정은 직접적으로 골로 연결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이 골대를 맞고 들어갔다 나오는 순간 등 극적인 상황엔 주심과 부심이 선수를 따라가기가 힘들어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놓칠 수 있는데, 이 때 추가부심이 가까이서 패널티 박스 안의 상황을 지켜봐 정확한 판정에 도움을 준다.”

  이지호|“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2명의 추가 부심이 ‘고정된’ 위치에서 심판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판정논란 중 가장 큰 부분이 ‘골’인데, 2005년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튼햄의 경기 중 골을 노골이라고 판정한 경우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슛에 주심과 부심이 미처 공을 쫒아가지 못했고, 결국 오심이 난 것이다. 이처럼 공이 갑작스럽게 페널티 박스 안으로 유입될 경우, 주심과 부심은 먼 거리에서 달려와 상황을 파악한다. 하지만 이때는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관찰하기 때문에 오심이 날 확률이 높다. 따라서 고정된 위치를 지키는 추가 부심이 주심의 관찰 공백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 일러스트 | 김채형 전문기자


- 6심제 도입이 정기전에 미치는 영향은
  류동일|“정기전은 관중이 경기에 대한 관심이 열광적인만큼 부정확한 판정에 상당히 예민하다. 또한 응원 열기로 격앙되는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심판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6심제를 도입하면 판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고, 경기 자체의 신뢰도 또한 향상된다.”

  이지호|“대학축구에 6심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11년 춘계연맹전 결승경기인데, 정기전에서는 이보다 이른 2010년부터 6심제를 시행했다. 대학부 공식경기보다 먼저 6심제가 도입됐다는 것은 정기전이 그만큼 치열하고 각광받는 경기라는 점을 증명한다고 본다.”

- 이번 정기전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류동일|“정기전처럼 치열한 경기일수록 주심의 경기 운영이 중요해진다. 정기전에 프로 심판이 배정되는 것도 그 이유이다. 이번 정기전의 심판진들이 선수나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일관성 있는 잣대로 엄격한 판정을 해주길 기대한다.”

  지미정|“물론 고려대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웃음) 하지만 고대생으로서 보는 정기전이 응원의 장이라면, 심판으로서는 수준 높은 심판들의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직접 관람하는 배움의 장이기도 하다. 최대한 즐기고 많이 배워가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