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6시, 새빨간 농구복에 ‘KOREA’라고 적힌 져지를 목까지 채워 입은 197cm의 등번호 33의 남자와 본교 운동부 숙소에서 만났다. 안암캠퍼스 연수관에서 마주한 그는 이제 막 저녁 훈련이 끝난 뒤였다. “와 너무 힘들다”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그는 고려대 농구부의 주장, 이승현(사범대 체교11, F) 선수다.

▲ 이승현(사범대 체교11, F) 선수

  그는 올해 1순위로 드래프트가 되어 고양 오리온스로 가게 됐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드래프 트 1순위로 가게 돼 감사하다는 그는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저의 장점은 사이드랑 슈팅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세부적인 기술과 외곽수비가 부족하죠. 그래서 앞으로 그 부분을 계속 보완해 나갈 거예요.”

  본교를 떠나게 되는 그는 이런 날이 올지 몰랐다고 말한다. 대학시절 중 정기전이라는 추억이 제일 강렬했다며 이제 마지막이라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했다. “3년 내내 정기전은 항상 어려웠어요. 어떤 요소가 작용할지 몰라 걱정됐죠. 그런데 벌써 마지막 정기전을 앞두고 있네요. 이번 경기에서 무엇보다도 이기고 싶어요. 저에게 평생 마지막인 정기전이기도 하고, 고려대에 온 이후로 4년 연속 정기전을 다 이기는 역사를 만들고 싶어요.”
 
  한편, 같은 날 오후 10시 새파란 농구복에 ‘YONSEI’라고 적힌 져지를 입은 186cm의 등번호 6 남자를 만났다. 신촌의 한 은행에서 본 그는 이제 막 야간 훈련을 마친 후였다. 만나자마자 “적군이야”라고 말하는 그는 연세대 농구부의 가드, 허웅(연세대 스포츠레져12, G) 선수다. 그는 아직 3학년이지만 올해 원주 동부로 드래프트 됐다. 그는 아직 어린데도 높은 순위로 뽑히게 돼서 감사하고, 아버지인 허재 현 KCC 감독이 몸담아 왔던 프로농구의 길을 따라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제가 키가 작고 왜소한 편이라 이를 웨이트를 통해 보완할 거에요. 또, 신인답게 패기 있게 운동하고 실력을 더 쌓아서 프로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는 새로운 팀에는 자신과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이 많아 그들과 경쟁하며 자신의 실력을 쌓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제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갖춰졌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뭘 한다기보다는 조금씩 준비해서 실력을 쌓은 후에 보여주는 게 저한테는 더 효율적인 것 같아요.”
▲ 허웅(연세대 스포츠레져12,G) 선수사진 | 장지희, 차정규 기자 news@kunews.ac.kr

  그에게 3년 동안 정기전의 추억은 어땠을까. “1학년 때는 뭣도 모르고 참가했어요. 2학년 때는 발목을 다쳐서 제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고요. 이번 3학년이 마지막 정기전이 될 텐데 후회 없이 꼭 좋은 결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정기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말했다. “정기전은 선수 인생에 4번밖에 참여 할 수 없어요. 다른 농구선수들이 꿈에 그리는 대회에서 띈다는 건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해요.”

  드래프트를 통해 올해를 마지막으로 각자의 모교를 떠나게 된 이승현 선수와 허웅 선수는 함께 영동중과 영동고를 졸업한 동창이다. 비록 포지션과 소속대학은 다르지만, 각자의 농구부에서 큰 힘이 되어주는 그들은 서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승현 선수는 허웅 선수가 고등학교 때부터 두터운 실력을 쌓았다고 말했다. “웅이는 항상 노력하는 선수예요. 그러다보니 이제는 기술적인 면과 슈팅 모두 늘었어요.” 허웅 선수는 이승현 선수와 함께했던 학창시절 모두가 추억이라고 말했다. “승현이 형이랑 함께 먹고, 자고, 훈련받았던 모든 게 다 추억이었고 그 속에서 많이 배웠죠.”

  하지만 정기전을 일주일 정도 남긴 지금, 그들은 경쟁자다. 각자에게 ‘우리 학교가, 우리 농구부가 더 잘난 점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승현 선수는 고민 없이 농구부의 ‘근성’과 학교의 ‘단합’을 뽑았다. 그는 근성을 고려대 농구부 선수들이 경기 후반에 역전할 수 있는 비결로 꼽았다. “아 딱 있잖아요. 단합! 단합! 단합! 저는 고려대의 이런 점이 아주 좋아요.” 그는 농구시합 때마다 열심히 찾아와주는 교우들을 보면서도 고려대의 단합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농구의 챔피언을 뽑는 마지막 날 경기가 연세대 체육관에서 진행됐는데도,  경기장 곳곳에 빨간 물결이 넘쳤어요. 응원단 앰프도 없었는데 전부 다 고려대 교우 분들이 부르는 응원가만 들렸어요. 감동적이었죠.” 

  이에 대해 허웅 선수는 연세대도 명문 사학으로서 절대 근성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운동 잘하는 학생들이 고려대와 연세대를 가잖아요. 모두 근성이나 끈기가 있는 친구들이죠.” 그리고 그는 연세대 농구부가 더 나은 점으로는 ‘얼굴’을 꼽았다. 그는 연세대 농구부의 김기윤(연세대 체교11, G)과 친동생인
   
▲ 허웅(연세대 스포츠레져12,G) 선수사진 | 장지희, 차정규 기자 news@kunews.ac.kr
허훈(연세대 스포츠레저14, G)선수를 미남이라고 뽑으며 고려대 미남선수에는 문성곤(사범대 체교12, F)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승현 선수는 농구부 후배에게 앞으로 있을 정기전에 방심하지 말고 계속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려대 농구부는 어린 학생들이 시합을 많이 뛰어요. 여태까지 너무 잘해줬고 앞으로도 잘해 줄 테지만 가끔 방심하는 모습이 보여 걱정이 돼요.” 허웅 선수는 고려대 농구부 선수들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고려대 형들이랑 동갑인 성곤이랑 동엽이랑 모두 친해요. 정기전이 끝나고 시간이 좀 지나서 승패와 상관없이 술 한잔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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