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이예원 기자

   훈민정음 반포 568돌 한글날, 본교에 교환학생으로 와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다섯 명의 외국인 학생을 만나 한국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인터뷰에는 시나(Sheena Boram Shin, 시드니대 4학년), 유코(Shinohara Yuko, 나가시키현립대 4학년), 아이반(Ivan Wang, 요크대 3학년), 리차드(Richard Joen, 조지아주립대 3학년), 파울라(Paula Aline Essam, 파리정치대 3학년)가 참여했다. 국적도, 한국어를 배운 기간도 제각각인 그들이지만 한국어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눈빛은 모두가 같았다.

 -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는
  유코|“중학교 때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글을 처음 접했어요. 자막을 보는데 글자가 마치 그림처럼 예쁘더라고요. 이때부터 한국어 공부를 결심했죠.”

  파울라|“독일에서 유치원을 다닐 때 한국인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희한한 글자가 적힌 책이 있더라고요. ‘참 이상하다’라고 생각하고 넘겼죠. 그러다 16살 때 중국어를 배우러 중국에 갔을 때 우연히 한국인 친구의 한국어 필기노트를 봤어요. 제가 10년 전에 친구 집에서 본 글자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됐죠! 글자가 마치 사람이 춤추는 모양처럼 귀엽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한국어를 배워보게 됐죠.”

  이반|“예전부터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한글의 ‘ㅇ’자를 본 적이 있는데, 참 귀엽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요.”

 - 한국어를 공부하며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유코|“아무래도 일본어엔 없는 발음이 있어서 어렵죠. 특히 일본어에는 ‘ㅓ’ 발음이 없어서 제가 자꾸 ‘어머니’를 ‘오모니’라고 발음해요.”

  리차드|“어떤 언어든 마찬가지겠지만 역시 단어를 외우는 게 어려워요. 그렇지만 글자를 익힐 때는 쉬웠어요. 마치 영어의 알파벳처럼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면 되니까요.”
이반|“저는 ‘ㄹ’의 발음이 제일 어려워요. 영어의 ‘r’발음도 아니고 ‘l’발음도 아니어서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소’와 ‘서’의 발음 구분도 어렵고요. 아,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말을 자주 줄여 써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될 때가 많아요. 중국어에도 축약형이 있지만 굳이 줄이기보다는 원래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 한국인 친구들이 줄임말을 많이 쓰는가
  시나|“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계속 줄임말을 써서 처음엔 많이 당황했어요. 한번은 친구가 ‘베라’에 가자고 했는데 알아듣지 못했어요. 알고 보니 아이스크림 가게를 의미하는 거더라고요. 영어에는 줄임말이 있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인데 한국어의 줄임말은 정말 어려워요.”

  유코|“맞아요. 일본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단어를 많이 줄여서 쓰긴 하지만, 그것과 비교해도 한국에는 줄임말이 너무 많아요. 제가 들어본 건 버카충, 멘붕, 디카, 노잼 등인데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전혀 이해가 안가죠.”

  파울라|“저도 친구가 ‘정말 안습이다’라고 했을 때, 무슨 말인지 몰라 아무 대답도 못한 적이 있어요.”
이반|“줄임말도 그렇지만, 한국 사람들은 외래어도 정말 많이 쓰는 거 같아요. 커피, 쇼핑 등등.. 개인적으로는 외래어를 많이 쓰는 게 싫어요. 마치 서양의 문화를 많이 적용하려고 하는 것 같거든요. 자기 언어의 고유성이 다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해요.”

 - ‘한글날’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나요
  시나|“호주에서 한국문화원에서 인턴십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한국인 친구로부터 한글날에 대한 얘기를 듣고 한글날을 알게 됐어요. 호주에선 여러 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인 영어를 쓰니까 딱히 언어를 기리는 날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한글날이 국가 공휴일로 지정될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라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파울라|“세종대왕이 민족을 위해 만든 글자를 기리는 의미 있는 날이에요. 독일에선 독일의 발명품을 기리는 날은 없어요. 그런데 한글날은 정말 ‘대한민국에만 있는 한글을 위한 날’이잖아요. 정말 인상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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