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장황한 설명보다 몇 글자의 구절이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이것은 시가 갖는 강력한 힘이기도 하다. 시를 통해 우리는 위안을 얻기도 하고,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흔히 시를 어렵거나 자신과 동떨어진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시는 생각보다 우리의 가까이에 있다. 일상 속에서 시를 만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다림을 감상의 시간으로
  저마다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종로3가역 승강장, 인천행 1호선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문자를 보내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 사람들 속에서 한 여성이 눈에 띈다. 그녀는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두 손을 두꺼운 점퍼 주머니 속에 꼭 넣은 채로, 승강장 안전문을 응시하고 있다. 안전문에는 ‘뭔가 새로 갖는다는 건/ 또 하나/ 아픔을 간직하는 것’이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꿈’이라는 제목의 시가 붙어있다.

▲ 한 시민이 승강장 안전문에 게재된 시를 읽고 있다. 사진 | 이예원 기자
  서울시는 지하철 내 승강장 안전문이 설치되기 시작한 2008년부터 ‘시의 도시 서울’ 프로젝트의 하나로 승강장 안전문에 시 작품을 게시해왔다. 현재 288개 지하철역의 4600여 개 승강장 안전문에 사랑, 가족, 이별, 우정 등 각기 다른 주제를 담은 다양한 시가 게시돼있다. 게시되는 작품은 시인의 시도 있고, 시민의 공모시도 있다. 이들은 모두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승강장 시 작품에 대해 박소영(여·23) 씨는 “열차를 기다리는 몇 분의 시간 동안 시를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다양한 주제의 시들이 있어 골라 읽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시를 전하는 항아리
  지하철에는 승강장 안전문에 게시된 시 외에도 ‘시 항아리’라는 것이 있다. 지하철역 내 한편에 놓여 있는 시 항아리 안에는 돌돌 말린 종이들이 가득 꽂혀 있어, 누구나 하나씩 뽑아가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우수문학도서’의 시집 작품과 서울시에서 사용권을 보유하고 있는 200여 작품이 시 항아리에 담겨있다. 

  시 항아리는 현재 시청역, 을지로입구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만 볼 수 있지만, 서울시는 앞으로 더 많은 역에 시 항아리를 설치할 계획이다. 시민에게 익숙한 지하철이라는 공간에 시심(詩心)을 입히는 작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훈영 서울시 문화예술과 주무관은 “시민이 시를 일상 속에서 삶의 일부로 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정서적으로 메마른 부분을 시를 통해 함양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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