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는(Fintech)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송금,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기술을 의미한다. 전자금융의 종류인 ATM,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또한 핀테크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핀테크’는 IT의 급격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기존 금융권 업무를 대체해 비용을 감소시키고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업 액센츄어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핀테크 벤처에 대한 해외 투자금액은 2008년 9억 2000만 달러에서 2013년 29억 7000만 달러로 5년간 3배 이상 성장했다. 18일,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이 주최한 ‘핀테크와 금융규제, 갈등과 전망’ 포럼에서 핀테크가 가져올 금융계의 변화와 앞으로 핀테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금융시장의 개편 이뤄낼 핀테크

▲ 피터 틸의 저서 '0에서 1로'


  포럼에서 ‘알고리즘 금융 서비스가 몰려온다’는 주제로 발제한 강정수 오픈넷 이사는 페이팔(PayPal) 공동 창업자이며 2004년 페이스북에 조기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유명한 피터 틸(Peter Thiel)을 예로 들며 핀테크가 생겨난 이유를 설명했다. 강 이사는 “피터 틸은 정치인과 기업인이 독점에 대한 과거 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경우 미래가 망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는 사회적 합의로 여겨졌던 ‘독점은 시장경제에 해롭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고 말했다.

  틸은 그의 저서 ‘0에서 1로(Zero to One)’에서 ‘경쟁이 사회 및 경제 발전의 자양분이라는 주장은 하나의 도그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급진적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장에 구현해 기존 경쟁자를 따돌려 새로운 시장을 열어내는 기업은 때론 ‘독점 기업’으로 시장에 군림한다”며 “이 때 시장은 기업 수가 0인 상황에서 기업 수가 1인 시장으로 변하는데 이러한 ‘창조적 독점’이 디지털 경제의 진화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IT관련 기업(다음카카오)이 금융업계에 진출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국내 핀테크 업계의 창조적 독점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새롭게 나타날 핀테크 기업들은 카카오페이를 따라가거나(모방), 아니면 또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저마다의 새로운 결제방식(창조적 독점)에 힘을 쓸 것이다.

  강 이사는 “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핀테크는 새로운 금융시대를 열어 금융업계에 창조적 독점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기술”이라며 “이로 인해 금융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창조적 독점에 대한 틸의 옹호에 무조건적인 동의는 할 수 없다”며 “틸의 의견은 지금까지 관습처럼 여겨왔던 ‘경쟁은 선이고 독점은 악’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IT업계의 활발한 금융시장진출
  현재 핀테크가 실현되는 방식으로는 △은행이 IT기술을 활용하는 방식 △핀테크 기업과 기존 은행이 제휴하는 방식 △IT기업이 은행을 인수하거나 직접 설립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있다.
이 중 은행이 IT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은 독일의 피도르(fidor) 은행이 대표적 사례다. 2009년에 설립된 피도르 은행은 온라인 매체(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 구글 등)를 활용해 독자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은행의 특징은 고객이 소비는 물론 제품 개발과 유통과정에까지 직업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은행’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도르 은행 홈페이지에는 신상품 아이디어와 기존 상품에 대한 평가, 재테크 상담과 조언 등에 대한 고객들의 글이 게시된다. 은행 측은 고객들의 참여 유도를 위해 질문 시, 다른 사람에게 조언 시, 상품제안 선정 시 금전적인 보상을 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신규고객은 페이스북을 통해 계좌를 신청할 수 있으며, 페이스북 계정의 ‘좋아요’ 클릭 수가 1000회 늘어날 때마다 고객의 예금 금리도 0.1%p씩 상승하는 소셜 커머스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 피도르 은행은 페이스북 계정의 '좋아요' 클릭 수가 1000회 늘어날 때마다 고객의 예금 금리도 0.1%p씩 상승하는 소셜 커머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IT기업이 은행과 제휴하거나 은행을 추진하려는 사례는 영국과 미국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영국의 주요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과 제휴하여 좀 더 진화된 금융관련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HSBC와 First Direct Nationwide 등의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인 Zapp와 제휴하여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간편하게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금융그룹 캐피털 원이 네덜란드 인터넷 전문은행인 ING 다이렉트를 인수하여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영업을 시행하고 있다.

 적절한 규제, 핀테크 산업 도울 수도
  국내로 시야를 돌려보면, 올해 다음카카오가 카카오월렛을 내놓아 핀테크 산업에 막 첫 발을 내딛었다. 한국의 핀테크 산업이 더딘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법적인 규제다. 한국에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시키기 위해 금산분리법이 제정돼있다. 금산분리법은 하나의 법률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거래법,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의 세부 조항들을 합쳐서 일컫는 것이다. 이 법은 일반(제조업 또는 서비스업)회사가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 카카오 페이의 원리

  KB금융지주연구소가 8월에 발표한 ‘국내 외 핀테크 동향과 전망’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규제장벽으로 은행 시스템과 IT와의 융합이 느리게 진행되어 왔다”며 “현재 해외 주요국에서는 IT업체의 금융업 진출을 허용하고 있어, 이러한 흐름이 향후 국내 IT업체의 금융업 진입 규제 철폐에 압박을 줄 것이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경쟁을 통한 금융시장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IT업체의 금융업 진출을 적극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반대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유재필 금융보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자지급결제서비스 동향 및 시사점’을 주제로 발제하며 “사람들은 ‘한국에는 규제가 너무 많다, 불필요하다’라고들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미국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흔히들 미국에서는 핀테크 업체들이 규제를 받지 않고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에서도 마그네틱 신용카드 여러 장을 한 데 모아 간편하게 쓰는 ‘코인’이라는 기기가 카드 복제 우려가 있다며 규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핀테크 기업 페이팔의 예를 들었다. 그는 “미국은 각 주마다 사업 자격증을 다 따야하기 때문에 한국보다 더 많은 규제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페이팔도 비은행송금사업자로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금융 규제가 없는 나라는 없다”며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무작정 해외 사례만 좇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규제를 걷어내기 보다는 규제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며 “최근 규제 프레임은 안전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서 사용자 편의 쪽으로 가고 있고, 앞으로도 또 다른 프레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박한 창업 생태계 속 국내 핀테크 기업
  발제 후 토론에서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해외 사례와 국내 상황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예로 들었다. 그는 “알리바바가 핀테크 분야에 빨리 자리잡을 수 있던 이유는 중국 시장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며 “중국은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알리바바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전자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대신 사용자가 알리바바에 현금을 적립해두고 물건값을 치르는 애스크로(제3자 보증결제) 시스템 ‘즈푸바오’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시장 상황이나 결제 방식이 중국과 다르기 때문에 알리바바와 같은 모델은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며 “핀테크라는 큰 변화의 흐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한국적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핀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힘든 요인으로 유 연구원은 각박한 창업 생태계를 들었다. 그는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 가운데 글로벌 기업이 된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해외는 인수합병이 활발한데 국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베이를 예로 들었다. “벤모가 브레인웨이브에 인수되고, 브레인웨이브는 페이팔에 인수되고, 페이팔은 다시 이베이에 인수됐다”며 “해외는 투자 환경도 잘 돼 있고, 결제업체가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하기 때문에 핀테크 시장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던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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