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나는 동거예찬론자는 아니다. 중매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되려 결혼예찬론자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동거가 21세기 결혼문화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생각해보면 결혼이라는 것도 사회적인 필요성과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닌가. 동거도 가치관의 변화와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해서 점점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동거 역시도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선택한 결합방식이다. 그것이 제도권 안에 있건, 밖에 있건 법과 도덕적 하자가 없다면 문제 삼을 게 없다.

동거가 논란이 되는 것은 성적인 일탈과 책임감 결여 등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혼전순결 문제도 거론이 되었지만, 그 부분은 이제 사문화된 감이 있고, 따라서 동거는 오늘날의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재해석되는 것이 맞다.

이제 동거가 좋다, 나쁘다를 따지는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동거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제도적인 정착이다. 유럽을 보면 동거커플이 결혼커플보다 훨씬 많다. 법적으로도 이미 결혼커플과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는다.

우리의 경우, 그 확산 추세에 비해 동거커플은 여전히 열외이다. 동거를 보는 사회적인 시선은 가벼운 만남, 쉬운 헤어짐, 책임감 없는 관계 등이다. 그것이 일면 편견일 수도 있지만, 동거가 만남의 결과가 아니라 동기가 된다면 그런 비난은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호기심이나 불장난처럼 같이 살다가 헤어지는 경우 말이다.

하지만 결혼보다는 동거가 더 잘 맞는 커플도 있다. 10년 가까이 동거하다가 결혼해서 1년 만에 헤어진 어떤 커플의 얘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그 사연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면서 주변에서 부부로 인정받던 그들이 이혼을 한 데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부담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이유에서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하는 커플도 여럿 봤다.

내 경험상 가장 이상적인 커플은 캠퍼스 커플이다. 이런 경우 5년만 이어지면 대부분 롱런한다. 이혼율도 적다. 순수한 시절에 만나 사랑해서 결혼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요즘 대학가에서 동거커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연애감정도 있고, 경제적인 부분도 그 이유가 된다.

단지 룸메이트나 섹스 파트너로서 편의적으로 맺어진 관계의 동거는 여기서 논할 가치도 없다. 본인들은 ‘쿨하다’는 말로 포장하지만, 언젠가는 헤어진다는 생각으로 만나는 관계의 끝은 허무할 뿐이다. 상처만 남고, 이성에 대한 불신만 생긴다. 한번 그렇게 남녀관계가 시작되면 그 악순환일 뿐이다.

하지만 사랑이나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는 필요하다면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연애를 10년, 20년 해봐도 같이 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부분이 있고, 때로는 그런 부분으로 인해 큰 갈등이 생기고 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혼전동거는 결혼으로 인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가 있다.

유산을 한 여성들도 출산만큼 힘들기에 몸을 풀기 위해 미역국을 먹는다고 한다. 동거도 그런 것 같다. 상대를 잘못 선택하거나 신중한 판단이 아니라면 그 후유증은 결혼 못지않게 클 수 있다.

‘성공’이라는 말을 붙여도 될지 모르겠지만, 성공적인 동거는 2가지다. 행복하게 잘 살아서 궁극적으로는 결혼제도에 흡수되는 것(결혼까지 안가도 무방), 혹은 서로 상처 없이 잘 헤어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 책임감 있는 선택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학에서 학생의 시선으로 이처럼 동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시도를 통해 보다 건강한 방식의 남녀관계가 새롭게 정착되기를 바란다.

 

㈜좋은만남선우 이웅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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