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열풍으로 마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을 때 <이은결의 눈으로 보는 마술책>은 사회의 트렌드를 읽어내며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계속되는 불경기 속에서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는 10대들에게까지도 자기관리의 기회를 심어주고 있다.

실용서의 분야로 까지 확대된 베스트셀러는 당대의 사회적 지표를 반영한다. 좋은 길목의 대형서점에 진열된 베스트셀러의 흐름만으로도 그 사회의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베스트셀러는 말 그대로 일정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을 말한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의하면 종합순위 50위권 중에는 MBC 교양 프로그램 ‘느낌표’의 선정도서 10권을 포함해 경제·경영서가 9권, 온라인 연재물이 4권을 차지했다.

공중파의 영향으로 ‘느낌표’ 선정도서의 약진은 예고된 것이었지만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 경제·경영서 등의 실용서와 온라인 연재물의 증가된 매출은 눈여겨 볼만하다. 경제·경영서적은 지속된 경기침체의 여파로 인해 경제활동의 주역인 30대 남성의 독자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프라인 서점의 부진 속에서 인터넷을 통해 연재되기 시작한 온라인 연재물이 이번 상반기 베스트셀러 중 4권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 한해 동안 베스트셀러 50위권 안에 들었던 온라인 연재물이 단 한 권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인터넷 소설이 잇달아 영화화되고, 올해 드라마로 제작된 ‘옥탑방 고양이’도 혼전동거라는 사회적 이슈와 함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베스트셀러의 독자층은 연령층이나 직업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10대의 중고등학생들 중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에는 ‘귀여니’의 열풍에서 보듯이 인터넷 소설을 가장 많이 접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인기를 끌게 된 카툰의 독자층은 주로 20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토익 등의 어학 관련서적은 취업 준비생을 포함한 대학생들이, 경제·경영서적은 30대 남성이, 주부들은 아동 서적의 주된 구매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베스트셀러는 어떠한 사회적인 요인들을 내포하는 것일까.  남성호 교보문고 홍보이벤트 팀장은 베스트셀러가 내포하고 있는 요인들로 △사회적 트렌드 △TV, 영화, 인터넷 등의 미디어 △작가의 지명도 등을 꼽았다.

지난 IMF의 불경기 속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경제·경영 관련서적 및 처세서 등의 매출이 급성장하고 사람들의 감성을 자아내던 <아버지>가 베스트셀러 종합 1순위를 차지했다. 그 후 미국의 이라크전의 영향으로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이슬람 관련서적들이 증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다. 일본에서는 수많은 은행이 부실채권으로 파산하고 장기불황의 늪에서 다시 활기를 찾을 무렵 <주식으로 1억엔 만들기!> 등의 주식관련 서적이 급증했다. 중국에서는 WTO 가입 후 베스트셀러의 대부분을 각종 경제·경영서적이 차지하고 더불어 영어와 관련한 어학서적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와 같이 사회적 흐름의 영향이 베스트셀러의 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종 미디어의 역할도 베스트셀러를 좌우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MBC의 ‘느낌표’를 통해 소개된 책들은 이번 교보문고의 상반기 베스트셀러만 살펴보더라도 1위를 차지한 <야생초 편지>를 비롯해 50위권 안에는 ‘느낌표’의 선정도서가 10종이 포함됐다. 남 팀장은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MBC의 ‘느낌표’를 중심으로 KBS의 ‘TV, 책을 말하다’를 비롯해 각종 일간지의 북섹션 등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며 “금년 상반기에 인터넷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인터넷 문화에서 비롯되는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출간한지 2년이 넘은 <냉정과 열정사이>도 이번 영화홍보를 통해 인기를 얻으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라고 전한다.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에 자리잡은 <파페포포 메모리즈>, <포엠툰> 등의 카툰도 인터넷에서의 연재를 기반으로 인기를 끈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지명도가 높은 작품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개미>, <뇌> 등의 작품을 통해 이미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최근 발표한 <나무>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출판 시장의 또 다른 경향은 실용서가 눈에 띄게 많이 등장한 것이다.

취업을 위한 토익고득점을 목표로 <토마토>를 공부하고, 성공을 위한 메모기법을 배우고자 <메모의 기술>을 보며 효과적인 재정관리를 위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는다. 또한 <요가 다이어트>를 통해 멋진 몸매를 가꾸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통해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고 <우리나라 100배 즐기기>를 통해 여행 장소를 찾는다.

출판사 넥서스의 이명희 실용서 팀장은 “최근 주5일제 근무의 시행과 더불어 직장인을 포함한 현대인들의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며 “여가활동은 물론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취미나 여행 및 어학관련 서적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소설 등의 인문서적은 한 번 읽은 후 다시 읽게 되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실용서적은 이와 달리 생명력이 길기 때문에 책값이 비싸도 사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실용서 시장은 커지고 선진국일수록 실용서가 발달돼 있다”고 설명한다.

급변하는 사회에 맞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서적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개인의 능력이 중요시되면서 실용서도 독자의 구미에 맞춰 다양하게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즉, 실용서는 시장의 변화와 다양한 독자들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반영해 기획·마케팅 되기 때문에 매출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베스트셀러를 보는 시각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베스트셀러 부작용의 한 예로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가 13만 부 이상이 팔리자 <바보들은 항상 같은 생각만 한다>,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 등 유사제목의 서적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것을 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베스트셀러의 편중 현상은 출판시장의 상업화를 부추기면서 책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베스트셀러의 역기능으로 순수문학이 설 자리가 점점 위축되면서 양서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인 안전망과 지원이 시급하다는 점이 출판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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