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학기의 마지막 신문이다. 한 학기 동안 학부생으로 이뤄진 독자위원단은 기사를 팩트체크하고 신문을 평가했다. 이들과 함께 고대신문의 한 학기를 되돌아봤다. 좌담회에는 이상미(공공행정13), 이상진(정경대 정외14), 조아영(정보대 컴퓨터11) 독자위원이 참여했다.

-독자위원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조아영│“팩트체킹이 어려웠다. 상당한 취재원이 실명 표기에 거부감을 갖는다. 교육부에 팩트체킹 차 전화한 적이 있는데, ‘학생이라 친절하게 이야기한 것인데 곧이곧대로 신문에 실으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기성 언론 기자들은 어련히 알아서 ‘교육부 관계자’와 같이 익명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독자위원으로서 팩트체킹 시 실명 표기 여부는 거론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상진│“독자위원으로서 첫 회의에 참석했을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편집실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정도로 체계화 돼 있어서 놀랐다. 기사 평가에 대해서는 걱정을 많이 했다. 기자들이 일주일을 기사 작성에 매진하는 것을 아는 데, 이에 대해 감히 내가 어떻게 평가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첫 회의에서는 내 말 한마디라도 상처가 될까봐 부담이 심했다.”

이상미│“첫 팩트체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편·입학 제도 관련 기사였는데, 사소한 말의 뉘앙스 차이에도 취재원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비평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현직 기자인 친척 분께 여쭤봤더니, 기사의 공정성과 사실성을 기준으로 비평하라고 했지만 기자가 일주일동안 공들여 쓴 기사인 것을 알기 때문에 비평하기 힘들었다.”

 

-2015년 2학기 신문 중, 가장 좋았던 기사와 가장 아쉬웠던 기사를 꼽아달라

조아영│“11월 30일자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다룬 기사가 가장 좋았다. 팩트체크 결과 취재원이 10명에 달했고, 전개가 깔끔했다. 취재원의 멘트를 빌린 비판 방식도 좋았다. 같은 일자의 신문에 실린 민중총궐기 르포는 중립성 측면에서 아쉬웠다. 기사보다는 칼럼같았으며 관찰자보다는 참여자였던 기자의 위치가 기자 윤리에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일반 기자는 관찰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진│“역시 민중총궐기 기사가 다소 아쉬웠다. 사회적인 이슈를 고대신문에서 다뤘던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기사같지 않았다. 1인칭 시점에서 쓴 영웅서사시의 느낌이었달까. 편향적이고 정치색이 많이 드러나는 글이어서 읽는 사람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고연전 특집 사진기획은 가장 좋았다. 글로 묘사하는 것보다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와 닿았다.”

이상미│“11월 2일자의 ‘위축되는 공론장, 지성의 목소리는 어디에’ 기사가 제일 좋았다. 대학생이 정치적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이유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공감할 수 있게 이야기했다. 바쁜 와중에 ‘사회 이슈에 쏟을만한 심리적 자원이 제한돼있다’는 문장이 특히 공감됐다. 학교 신문으로서 적절하면서도 좋은 의도를 가진 기사였다. 학내 미화노동자 휴게실 관련 기사는 아쉬웠다. 미흡한 휴게실 환경을 보여주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학교와 하청업체의 주장을 담아 문제 해결까지 다뤘으면 좋았을 것이다.”

-가장 좋았던 사진과 가장 아쉬웠던 사진은 무엇인가

조아영│“영철버거 아저씨를 찍은 사진이 가장 좋았다. 지면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웹상에 게재된 사진은 영철버거 아저씨와 심야식당 포스터가 묘하게 어우러지며 고려대 주변에서 편하게 존재했던 그 분의 느낌이 잘 표현됐다. 학내 미화노동자 휴게실 사진은 기사 내용에 비해 휴게실의 상태가 미흡하다는 것이 드러나지 않았다. 의도를 갖고 기획한 사진은 좋았으나, 소소한 보도사진은 다소 기사 내용 전달에서 아쉬웠다. 1면 사진은 대부분 눈길을 끌어 좋았다.”

이상진│“사진특집은 전부 좋아서 가장 좋은 사진을 꼽기가 어렵다. 본교 시각장애인을 동행 취재한 사진은 기사 내용이 와닿지 않았다. 안내견을 데리고 있는 사람이라도 한 명 있었으면 기사의 이해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신문법 시행령 개정 기사의 사진 역시 지면에 할당된 크기에 비해 전달 효과가 많이 떨어졌다. 기사 내용과 사진의 연결성이 강화됐으면 한다.”

이상미│“한글날 사진특집이 제일 좋았다. 한글날의 의미에 부합하고, 외국인들 들고 있는 한글 단어가 색다르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세종캠 통학버스 공청회 사진은 기사의 내용을 담지 못해 아쉬웠다. 공청회를 다룬 기사에서 멀쩡해보이는 통학버스 사진을 쓰니, 아예 상관없는 사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신문의 정체성과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조아영│“고대신문은 고려대의 정통언론 중 하나지만, 일반 학생에게는 비 오면 우산으로 전락하는 존재다. 학생들에게 존재는 알지만 필요성은 모르겠는 언론으로 느껴져 아쉬움이 남는다. 방송사와 같은 타 학내매체는 접근성이 높고 피드백도 활발하게 받는 반면, 고대신문은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학생에게 접근하는 데 소극적이지 않나 싶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노력으로 나아지는 듯 하다. 또한 이번학기에 유독 정치적 성향이 드러난 신문이 많았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이러한 글이 흥미를 끌긴 하는 것같다.”

이상진│“고대신문은 학생사회를 대변하고 이끄는 학보사다. 하지만 학생 사회의 다양성을 대변하지 못하고, 특정 이념과 성향에 치중된 신문이 아쉬웠다. 고대신문은 학보사이기 이전에 사실관계를 잘 전달해야 하는 언론이다. 팩트체킹을 해보면 사실 전달은 잘 이뤄지는 듯하다. 다만 학생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부분을 많이 다룬 듯 해 아쉽다. 대학생에게 흥미로운 소재를 다뤄야 낮은 접근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특히 학술면의 경우 학술대회를 요약한 기사가 많았는데, 학생들이 과연 이 기사를 읽을까라는 생각이 늘 들었다.”

이상미│“동감한다. 고대신문뿐만 아니라, 신문사가 전체적으로 일방향 소통을 하며 정체성을 잃는 시대다. 이를 극복하려면 학생들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담아야 한다. 쌍방향 소통 역시, 페이스북에서 멈추지 말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고대신문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조아영│“온라인에서 보다 가볍고 활발하게 독자들에게 접근해야 한다. 학보사 중 최초로 카드뉴스를 도입한 것으로 아는데, 이를 기성 언론사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안다. 학보사 중에서는 그나마 많은 시도를 하고 있지만, 새로움을 추구하고, 학생이라는 약점이자 강점을 잘 이용했으면 한다.”

이상진│“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대신문은 독자층이 너무 얇다는 한계를 갖는다. 주위에도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 소재나 전달방식의 혁신을 통해 독자에게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다. 역사가 오래되고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언론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색깔을 변화해야 할 수밖에 없다. 정치색을 줄이는 것 역시,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

이상미│“지역사회와 연계 측면에서는 잘 나아가고 있다. 특히 ‘안암동 그 사람들’과 ‘고대인의 밥상’ 기획이 인상깊었다. 지역사회와 대학의 협력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점에서, 고대신문이 지금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기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조아영│“평가가 초반에는 굉장히 부담이 됐지만, 할수록 꼰대가 된 느낌이었다. 솔직히 비평은 쉽다. 기사 쓰는 것이 어렵지. 그래서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이런 부딪힘을 통해 발전하는 것 같아 응원하고싶다.”

이상진│“기사를 쭉쭉 읽어나가는 데에만 해도 월요일 공강 전체를 투자하는데, 이 기사를 쓴다고 생각했을 때 무척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평가 역시 죄송스러웠고 제 말씀을 들어주시는 것 자체도 감사했다. 평가가 차츰 익숙해지다보니 표현이 강해지기도 했는데, 고생해서 쓰신 기사에 그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고 감사드린다.”

조아영│“덧붙이자면, 좋은 기사는 더 말할 것이 없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이야기할 것이 많아져 평가가 길어지게 되는 듯 한다.”

이상미│“너무 수고하셨다. 개운사 3일 동안 다녀오신 것 알고 있고, 버스에서 휘청거리며 인터뷰 하기 힘드셨을 것이다. 이런 수고가 기사에서 느껴졌다. 좋은 기사로 기자들이 더 성숙해지길 바란다.”

이상진│“기자분들이 밖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하시는데, 못 알아봬 죄송했다고 말씀드리고싶다. 기자분들의 인사가 소소한 재미이자 감동이었다. 또한 처음에 회의에 참여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느정도 기자와 상호작용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일방적인 강의식으로 피드백이 이뤄져 아쉬웠다. 독자위원과 기자의 상호 피드백이 다음 독자위원단에서는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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