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이메일이 발전해도 손 편지하곤 비교가 안 되죠"
"이메일이 발전해도 손 편지하곤 비교가 안 되죠"
  • 김진철 기자
  • 승인 2015.12.07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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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암동 그 사람들5)고려대 우체국 사람들

“띵동. 1번입니다. 1번 창구로 오십시오.” 3일, 개점 시간인 오전 9시가 되기 2분 전. 고려대 우체국 권은진(여·36) 주무관이 대기 번호표 기계를 울리며 고객 맞을 준비가 끝났음을 알린다. 문 앞에서 윤길진(남·55) 우체국장은 ‘더욱 정성껏 모시겠습니다’라고 적힌 리본이 달려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고 있다. “어때, 연말 분위기 좀 나지?(웃음)” 곧이어 우체국을 찾은 최승문 우편 분류실 직원이 트리를 보곤 한 소리 한다. “크리스마스 트리? 촌스럽게 저게 뭐시여! 치워라.” 그의 말에 우체국 권은진 주무관과 김경선(여·45) 주무관, 박윤경(여·41) 주무관은 하하 웃으며 즐거워한다.

▲ 사진∣조현제 기자 aleph@

홍보관 3층에 위치한 고려대 우체국 사람들은 서로를, 또 고객을 가족으로 대해왔다.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동안 근무하며 고려대와 ‘가족’이 된 이들이다.

작년 7월, 고려대 우체국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적자로 인해 모든 대학 내 우체국을 통·폐합한다는 방침이 우정사업본부에서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를 현 고려대 우체국 2년차, 우체국 경력 28년차인 윤길진 국장이 고려대 우체국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막아섰다. 그래서 1984년 12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고려대 우체국은 아직 건재하다. “작년에 대학 내 우체국을 통폐합하고 개인이 운영하는 취급소를 만든다고 했죠. 형평성 논란이 없게 모든 대학의 우체국이 대상이었고요. 전 상부기관 결정권자와 대학 우체국장이 모인 자리에서 말했어요. ‘형평성도 좋은데, 일단 고객 아니냐. 찾아오는 고객이 많고 물량이 충분하고, 적자가 아닌 곳은 유지해야 한다.’ 제가 여기 남아있는 것도 이것과 관련 있죠.”

“어! 총무부 과장님 오셨네. 안녕하세요.” 인터뷰 도중, 윤 국장이 우체국을 방문한 총무부 직원에게 인사한다. 고려대 우체국의 단골 대부분은 다름 아닌 본교 교직원이다. 특히 업무 특성상 외부와 문서를 주고받아야 하는 부서에 속한 교직원이 많다. 학교 문서와 우편물 등을 담당하는 총무부, 외부와 교류가 많은 대외협력처, 학생들의 민원센터 one-stop, 국제 교류 업무를 하는 국제처 등이다. 본교 교직원 못지않게 안암동 주민들도 고려대 우체국을 자주 들리는 단골로 꼽힌다고 권은진 주무관은 말했다. “개운사, 승가원에서도 오시고. 안암병원에서도 자주 찾아와요. 대략 고정적으론 20명 이상은 되죠.”

온라인 우편 서비스가 도입되며,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려대 우체국을 찾는 사람 수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많은 학생들이 군대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러 고려대 우체국을 찾는다고 김경선 주무관은 말했다. “몇 년 전에는 꽤 많은 학생이 매일매일 편지를 보내러 찾아왔어요. 한 달 치 편지 30통을 한꺼번에 ‘착’ 보낸 학생들도 있었죠. 요즘은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대부분 5~7일마다 써서 보내더라고요. 지금 이메일 같은 전자우편이 발전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손으로 쓰는 편지하곤 비교가 안 되죠.”

고려대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직원들은 저마다 특별한 경험을 만들었다. 윤길진 우체국장은 작년에 본교생에게서 감사의 편지와 선물을 받았다. 외국에서 본교로 보낸 대학 입학 서류 전달과정에서 있었던 착오를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가정에서 우체국으로 국제전화가 왔어요. 딸의 고려대 입학 서류가 제대로 접수가 안됐다며, 무슨 문제가 있냐는 문의였죠. 우편물을 담당하는 우체국이라서인지, 해당 학생의 어머니가 우체국에 전화하셨더라고요. 그래서 물류실에도 알아보고, 여러 교내 부서에 전화를 해보니 입학관리팀으로 보냈어야하는데 국제처로 잘못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종종 국제처로 오는 경우가 있어서, 나중에 수합해서 입학관리팀으로 넘긴다는 답변을 받았죠. 그래서 자녀에게 문제 없을 것이란 사실을 어머니께 전달하니, 너무 고마워하시더라고요. 나중에 학생이 찾아와 감사의 편지와 미국의 자연산 벌꿀을 가져다 줬어요. ‘어머니가 한국 오시면 고려대 우체국에 꼭 들리신다’는 말도 덧붙여서요.”

우체국 직원들은 모두 고려대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학교 우체국이라는 희소성이 있잖아요. 젊은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좋은 추억이에요. 물론 직장인이 승진도 중요하고, 출세하고 그런 것도 좋지만 이런 좋은 사람들과 한 이웃처럼 지내고 좋은 분들 만나서 정감을 나누는 게 참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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