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8번째 '합헌'
"논리적 모순" 지적도 나와

▲ 3월 31일, 헌법재판소는 성판매자를 형사처벌하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사진 | 서동재 기자 awe@

3월 31일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헌재)의 위헌법률심판이 있었다. 성매매(성구매, 성판매)를 한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에 대한 판결이었다. 특히 성판매 여성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차레의 헌법소원은 성매매 알선업자, 성구매자, 장소 제공자가 제기해왔다.

국민 여론은 찬반으로 갈라져 팽팽히 맞섰다. 헌재 판결 직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성매매특별법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성매매특별법 존폐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3.2%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37.4%)보다 앞섰다.

3월 31일 합헌 결정이 났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법률 전문가들, 반(反)성매매를 주장하는 여성단체들은 특히 성판매자 처벌 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금지주의’ 취하는 현행법
“성매매는 그 자체로 폭력적, 착취적 성격이다. 경제적 약자인 성판매자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형태로,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행위로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현행 법률상 우리나라는 성매매 ‘금지주의’다. 성매매를 불법화하고 당사자와 알선업체 모두 처벌하는 것이다. 성매매를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4가지로, △성매매 금지주의 △부분적 금지주의(성구매자만 처벌) △국가 규제주의(합법화) △비처벌주의(성매매법 폐지)가 있다.

성판매 처벌 이유로 헌재는 ‘성매매 근절’을 들었다. 성매매에 대한 수요가 시장을 유지‧확대하는 주요한 원인이지만, 공급 역시 차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성판매자의 자율적 판단이 완전히 박탈될 정도가 아닌 이상 이들에게 비난 가능성이나 책임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외국은 성판매 여성 보호를 중점으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성판매 여성의 처벌이 아닌 수요 매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관련 규제를 이어가는 것이다. 1999년 스웨덴 정부가 성매매 알선자와 구매자를 처벌하는 정책을 도입한 이래,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의 국가가 이와 유사한 ‘수요 차단 정책’을 시행했다. 최근에는 4월 6일, 프랑스가 성구매자를 형사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독일의 경우 성매매를 아예 ‘서비스’로 규정해 정부가 노동 기준을 감독하고 있다.

비자발 증명 못하면 범죄자
현행 법률은 성판매자를 ‘강요받은 경우는 피해자, 이외에는 범죄자’로 분류해 규정하고 있다. 성매매와 관련해 인권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능력이 없거나 제약돼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성매매행위 자체를 성착취라고 규정한 판결에 따르면, 성판매자는 자발적이라 할지라도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성매매가 그 자체로 ‘성판매자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면 성판매자를 처벌하는 현행의 규제는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김이수 재판관과 강일원 재판관 역시 이번 판결에서 성판매자를 형사처벌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냈다.

비자발성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이야기 역시 현장 활동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현장에서 성판매 여성들이 느끼는 압박은 복합적인 심리적 통제의 형태이기에 증명이 쉽지 않다. 4년을 주기로 여성인권 현황 전반을 모니터링하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역시 성매매 여성이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2012년 심의 결과에 따르면, 위원회는 “성매매 혐의로 기소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들이 피해자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하고 성매매에 개입된 여성들을 처벌하지 않도록 성매매 관련 정책과 형법을 포함한 법안들을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최종 견해를 채택했다.

이에 ‘입증 책임 전환’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해당 방안은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추정하고, 이 여성이 피해자가 아님을 수사 기관이 입증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처벌 근거 미흡하다는 지적도
성매매를 형사 처벌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처벌 근거로 제시된 ‘건전한 성풍속의 함양, 성상품화 방지’의 경우 도덕적 접근이 필요한 요소일 뿐, 형사처벌의 근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김이수 재판관과 강일원 재판관은 이번 판결에서 “건전한 성풍속 내지 성도덕의 확립이라는 공익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반면, 성판매자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는 중대하고 절박하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선 강제 성매매 처벌로 법률을 개정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강제 성매매는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이유에서다. 박경신(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제와 자발의 경계 불분명하다는 특성 때문에 성산업은 하나로 볼 필요가 있다”며 “성매매를 방지하고 강제 성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성을 매수하는 사람까지만 처벌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으로 처벌받는 것은 결국 빈민 여성들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주희(이화여대·여성학) 박사는 자신의 논문에서, 성산업이 빈민에게 신용을 제공하며 확대·재생산하는 부채 경제의 일부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9년 3월부터 2011년 1월까지 강남 지역 유흥업소 업주에게 총 1546억을 대출해준 제일저축은행의 ‘유흥업소 특화대출’ 상품을 한 사례로 들었다. 김주희 박사는 “제일저축은행, 울산신용협동조합 등 여성 전용 대출상품의 대출금 총액만 2337억으로 파악된다”며 “성판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 법률은 결국 현대의 ‘빈민 여성 처벌법’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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