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오르면 중소영세업자들은 몰락한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내세우는 근거다. 최저임금이 중소영세업자들의 가게 운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그들은 어째서 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것일까.
 
본지는 안암 상권의 소상공인들을 통해 질문의 답을 찾아봤다. 2013년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소상공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자영업자 몰락의 주요 원인은 ‘주변 소형업체와의 경쟁(41.8%)’, ‘대형업체 출현(13.1%)’, ‘임대료 상승(2.1%)’ 등이었다. 인건비 상승은 단 1.7%에 불과했다. 실제 인터뷰에 응한 안암 상인들 또한 상승하는 임대료, 가맹점 수수료, 대형업체와의 경쟁으로 인해 자영업 운영에 고충을 겪고 있었다.
 
그들은 말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최저임금은 인상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마음으로 이해하기엔 따질 금액이 너무 많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
정의현(남·47) 사장이 운영하는 ‘르구떼’의 인건비는 현재 0원이다. 권리금을 두고 건물주와 소송을 시작하면서 지출을 줄여야 해 알바를 쓰지 않고 있다. 정 사장은 과도한 임대료 인상 때문에 가게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게 재정적 압박이 가해질 때, 자영업자들은 먼저 인건비를 줄인다. 그는 “고정적인 지출액이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갑자기 만 원으로 인상되면 ‘가족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 사장이 6년 동안 안암에서 장사를 하면서 가장 큰 인상률을 보인 건 임대료다. 장사를 시작한 2010년 당시 150만 원이었던 임대료가 6년 동안 280만 원으로 올랐다. 이는 매년 9% 이상 인상된 가격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매년 임대료의 9% 이상을 인상하는 것은 법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이의를 제기하면, 재계약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끊임없이 오르는 임대료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12월 권리금 소송으로 가게의 미래가 불확실해지자 정 사장은 직원들을 이직시켰다.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이후 가게를 차릴 수 없게 되는 상황에서 인건비는 사치였다. 이처럼 권리금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오래된 골칫거리다. 르구떼의 경우, 임대계약 해지를 통보받으면서 권리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계약해지의 근거는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 정 사장이 임대료를 체납한 기간인 2개월을 4개월로 변경해 내용 증명을 보내온 것이었다. 3개월 이상 임대료가 연체될 경우, 임대계약 해지통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 사장은 이 사안에 관해 건물주와 공방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비용은 ‘인건비’와 ‘식재료비’지만, 르구떼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을 택했다. 유기농을 내세우는 가게라 피자에 들어가는 식재료 단가는 줄일 수는 없었다. 정 사장은 인건비를 유지하려면, 식자재 유통단계를 축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재료가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많은 유통업자가 끼어 지나친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부분에서 비용을 줄일 수만 있다면,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정 사장은 “최저임금 문제의 전제는 상생”이라고 말한다. 자영업자도 이익이 생긴 만큼 피고용자에게 나눠줘야 하고, 소비자도 좋은 서비스를 위해 지갑을 열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건물주, 소비자, 알바생 그리고 자영업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상생하는 사회가 된다면 시급 만 원은 결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귀 막은 본사와의 계약, 가맹점 수수료
안암동에서 개인 브랜드 자영업을 하는 A 씨는 2004년부터 10년간 M 피자 가맹점주였다. 지금은 물론, 가맹점을 운영할 때도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은 그에게 항상 부담이었다. 지출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가맹점 수수료를 줄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출도 하락세인 상태에서 임대료와 관리비 등은 고정적이라, 직원 고용을 줄여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순이익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A 씨는 M 피자 점주 경험을 “점주들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본사만 배 불리는 일”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한 예로 광고료를 꼽았다. 점주들은 본사에 광고료와 로열티를 낸다. 하지만 이 광고료가 어떻게 사용되는지가 불투명해 점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었다. 그는 “광고 횟수가 줄어든다고 생각한 점주들이 세부 사용 내용을 공개하라고 항의했으나, 본사는 정확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가맹점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테리어를 교체해야 했고, 식자재를 의무로 공급받아야 했다. A 씨는 매 3~5년 사이에 본사가 정해준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리모델링을 했다. 공사 후 인테리어 업체는 본사에 수수료를 낸다. 그는 “인테리어 업체도 이익을 내야 하니 날림 공사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얼마 지나지 않아 인테리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설명했다.
 
A 씨가 가장 분노했던 점은 본사가 가맹점을 상대로 식자재에 높은 수수료를 더해 판매하는 것이었다. 그는 “재료를 스스로 구매했다면 식자재 가격을 30%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사와의 계약상 이런 구매행위가 적발될 시엔 위약금을 물고 계약 해지 통보를 받는다. 이에 불만을 가진 점주들은 수수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본사가 내놓은 대안은 치즈의 질을 낮추는 것이었다. 수수료는 유지하되, 단가가 싸면서 질이 낮은 제품을 사용해 전체 식자재 비용을 줄인 것이다. 그는 “본사는 절대 자신들이 손해를 보는 해결책은 내놓지 않는다”며 “질 낮은 치즈를 제공해 소비자와 점주를 속이는 모습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자영업 포화상태를 방치한 정부가 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노후가 보장되지 못한 상태에서 퇴직한 고령층들이 자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국민연금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한국 자영업자의 60%가 50대 이상이고, 그중 44.7%가 월평균 100만 원 미만의 순이익을 올렸다. 그는 “매년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니, 자영업자들도 최저시급 몇 백 원에 민감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 | 김선희 기자 hee@
대형 가맹점들 속 고군분투
고른 햇살은 안암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분식점이다. 영업을 시작한 2005년, 안암에 자영업 분식집은 몇 군데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대형 분식 가맹점들이 들어와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가게들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김지은(여·36) 사장은 “가격대가 비슷한 분식 가맹점이 생겼을 땐 하루 매출이 2~30만 원 줄어들 정도로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대형 분식 가맹점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김 사장은 낮은 가격에 음식을 팔 수밖에 없었다. 고른 햇살의 일반 김밥 가격은 1500원이다. 고객이 주로 학생인 점을 고려하다 보니 음식 가격을 쉽사리 높이지 못했다. 지난 12년간 변경된 금액은 영업 시작 1년 후 인상한 500원이 전부였다. 이렇듯 고른 햇살의 영업 전략은 ‘저렴한 가격’이지만, 이것이 가게 운영에 발목을 잡기도 했다. 고른 햇살의 이윤은 매출의 8% 안팎을 맴돈다. 그래서 매출이 떨어지면, 생활비를 아끼고 직원 수를 줄여야만 했다. 김 사장은 “가격 면에서 다른 가게들과 차별을 두려고 했지만, 11년 전과 같은 값으로 버티기엔 한계에 이른 것 같다”며 “불가피하게 몇 가지 메뉴만이라도 가격을 인상해 인건비와 식자재값을 충당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른 햇살이 저이윤으로도 꾸준히 영업할 수 있었던 건 ‘낮은 임대료’ 때문이다. 김 사장 부부는 고른 햇살이 입점한 건물의 관리를 겸하며 임대료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건물주와의 합리적인 계약을 통해 영업장소를 변경하지 않아도 됐다. 그는 “안암 내의 가게들이 자주 바뀌는 걸 보면 알 수 있듯, 5년 이상 계약을 보장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한 자리를 유지하면서 단골이 생겼던 것도 매출을 늘리는 데 몫을 더했다”고 말했다. 다른 가게에 비해 임대료 부담이 적고 매출도 늘어, 인건비와 식자재값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을 수 있던 것이다.
 
김 사장은 자신도 ‘사장’이기 전에 ‘노동자’라며 최저임금인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최저임금이 만원이 된다면, 자영업자들은 상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저 임금이 인상되는 만큼 제품 가격이 올라야 자영업자들도 매년 상승하는 물가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급한 최저임금 인상은 부가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저임금이 갑작스럽게 큰 폭 상승한다면 자영업자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 상품의 가격을 급격히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오롯이 소비자들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가 변화에 대처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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