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수 못 채운 회칙개정안
다음 임시전학대회로 연기
학생회 역량 약해지나

 

▲ 전학대회 개회를 앞둔 4.18기념관 지하 2층 대강당. 대의원이 부족해 1시간 가량 개회가 지연됐다. 사진 | 심동일 기자 shen@

‘10월 2일 4.18 대강당에서 여러분들을 기다리겠습니다. 전학대회 대의원 여러분께 간절히 요청합니다.’

  총학생회칙 개정안을 준비한 강민현 자치문제특별위원장이 2016 하반기 정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장=박세훈, 전학대회)에 앞서 온·오프라인에 게시한 호소문의 일부다. 그러나 2일 오후 4.18기념관 지하2층에서 열린 전학대회에서 회칙개정은 의결정족수인 71명을 채우지 못해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올해 학내 성 인권 침해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총학생회칙에는 관련 사건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없다. 추후 발생할지 모를 사건을 대비해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세훈 의장은 현장에서 출석인원수를 환기시키며 불참한 대의원들의 참여를 유도했지만, 결국 대의원 수는 68명을 넘어서지 않았다.

  이번 전학대회에서는 △중앙운영위원회(의장=박세훈, 중운위) 산하 특별위원회 보고 △산하기구 및 특별기구 예·결산보고 △선거시행세칙 개정 등이 진행됐다. 중앙집행위원회 국별 사업 보고 및 계획 인준, 중앙집행위원회 예·결산안 인준, 선거시행세칙 개정안 등은 가결됐으나, 회칙개정안 일부가 대의원의 동의로 무기한 연기됐다.

 

문과대·정통대, 예·결산안 부결

  단과대 중 문과대와 정통대의 예·결산안이 각각 세부 통장 내역 누락과 증빙서류 부족으로 부결됐다. 전학대회에서 재심의를 거친 예·결산안이 부결된 경우는 올해 상반기 예·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설치 후 처음이다. 추후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문과대와 정통대가 수정안을 회칙에 따라 예결특위가 아닌 중운위에 제출해야 할지,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어떤 징계를 내려야 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문과대는 2·3분기 결산안에 포함돼야 하는 2월 25일부터 4월 10일까지의 통장 세부 내역이 누락됐다. 채희주 문과대 학생회장은 “올해 3월 문과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선거관리위원회를 거쳐 문과대 학생회로 회계가 이월되는 과정에서 누락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통대는 예결특위가 사전 심의하는 과정에서 예·결산안에 대한 증빙서류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전학대회에서 재심의를 했다. 그러나 정통대 학생회장이 올해 1학기를 마치고 졸업하면서 전학대회 산회 전까지 증빙서류를 제출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결국 부결됐다. 이승윤 전 정통대 학생회장은 “학과 개편으로 인해 작년부터 정보대 소속으로 신입생을 받고 있지만, 기존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회장단을 꾸려 회비를 운용했다”며 “예·결산안 증빙서류를 준비해 중운위에 제출하는 등 징계를 받지 않도록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2015년 설치된 예결특위 관련 회칙에서도 허점이 발견됐다. 예결특위 설치 이전에는 전학대회에서 예·결산안이 부결된 단위가 이후 수정안을 중운위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사과문·경위서를 게재하고, 총학생회비 배분분 50%를 삭감하는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예결특위가 설치된 2015년 19차 개정총학생회칙에는 부결 상황에 관한 회칙이 명시돼있지 않다. 박세훈 총학생회장은 “예결특위 설치 후 올해 처음 부결이 발생했다”며 “관련 회칙에 허점이 있는 만큼 사후대책을 중운위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 사진 | 심동일 기자

선거시행세칙 개정

  선거시행세칙 개정안은 참석 56명 중 5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회칙과 달리 세칙은 전체 대의원의 2분의 1만 출석하면 의결할 수 있다. 개정안은 선거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마련됐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행국 공개모집 의무화 △유인물 색도 규제 완화 △경선 위주였던 기존의 선거시행세칙 개정이 골자다.

  개정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행국 공개모집은 권고사항이었으나, 선거운영의 투명성 확보 및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의무사항으로 개정됐다. 유인물 색도 규정은 과거 선거비용을 줄이기 위해 삽입된 규정이었으나, 현재와 맞지 않는 조항으로 여겨져 삭제됐다. 경선을 전제로 했던 기존의 선거시행세칙은 선본이 하나일 경우를 대비해 투표용지, 당선 기준, 합동 유세 등의 기준을 완화했다.

  개정된 선거시행세칙은 단과대 학생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은 단과대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게 된다. 해당 세칙을 단과대에서 준용할 수 있고, 단과대 학생회칙과 충돌하는 경우에 한해 세칙을 우선 적용한다. 개정안 작성에 참여한 박영재(문과대 한국사15) 씨는 “이번 개정을 통해 선거 기간 동안 발생할 더 다양한 상황, 특히 단선일 경우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회칙개정 무기한 연기··· 책임은 누구에게?

  선거시행세칙 개정안이 가결된 뒤 전학대회는 더 이상 안건 논의조차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총학생회칙 개정을 위해서는 재적 대의원 106명의 3분의 2 이상인 71명이 참석해야 하나, 당일 오후 8시 30분 기준으로 56명만이 참석했다. 불참 대의원이 많았던 단과대는 상대적으로 의석 수가 많은 문과대와 공과대였다. 문과대는 13석 중 6석이, 공과대는 12석 중 6석이 회의 전체에 불참했다.

  상정된 회칙개정안은 △인권침해사건대응세칙 제정 및 관련 총학생회칙 개정 △예·결산특별위원회 운영세칙 제정 및 관련 총학생회칙 개정 △총학생회칙 개정 및 재정운용세칙 개정(자치언론 관련 내용 신설)로 구성됐다. 회칙개정안 중 인권침해사건대응세칙의 경우 학내에서 발생한 ‘고대생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 ‘사회학과/악칠반 언어성폭력사건’ 등을 바탕으로 사건의 접수부터 해결까지의 과정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세칙이었다.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는 폐기되지 않고 다음 전학대회로 연기됐다. 하지만 중요한 회칙개정이었던 만큼 불참한 대의원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강민현 자치문제특별위원장은 “안건이 다음 회기로 넘어가게 될 경우 대의원들이 교체된 상태에서 새로운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회칙개정안을 다음 회기에 가결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신창섭 사범대 학생회장은 전학대회 대의원이자 학생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대표자들이 책임감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 대의원들 모두 저마다 개인적인 사정과 일정들이 있겠지만, 그 일정들 중 전학대회 참석이 더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기한 연기된 회칙개정안은 하반기 내 임시전학대회가 개회될 경우 논의를 재개할 것으로 보이지만, 임시전학대회 역시 대의원이 정족수만큼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학과(부) 단위의 학생회 선거가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있을 예정이라 불투명성은 더욱 크다. 박세훈 안암총학생회장은 “1학기 정기 전학대회는 고연전, 입실렌티 입장 순서 등과 직결된 만큼 최다 출석인원이 101명이었지만, 2학기 정기 전학대회는 68명에 그쳤다”며 “전학대회 출석은 대의원이 임기 끝까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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