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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빈집을 청년창업의 요람으로 만들어 진정한 ‘도시재생’을
[기고] 빈집을 청년창업의 요람으로 만들어 진정한 ‘도시재생’을
  • 고대신문
  • 승인 2017.03.13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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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용 (본교 교수·건축학과) 

  전국적으로 빈집이 100만 채를 넘어섰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 10만 8천호, 전남 10만 3천호, 경남 9만 9천호로 충청이남이 문제가 심각하다. 문제 발생 이유는 좀 다르지만 서울에도 8만 채의 빈집이 있다.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전국 빈집이 300만호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집 없는 사람이 많다보니, 선뜻 체감되지 않는 숫자이긴 하지만, 2015년 전국 인구주택총조사의 결과이다.

  정부가 전국 이곳저곳에 있는 땅을 다 긁어모으고, 그린벨트까지 헐어가면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 대략 1년에 8~12만호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빈집이 전국에 널려있는 것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고령화에 따른 거주자 사망과 이를 승계할 사람의 부재, 도시쇠퇴로 인한 주택 방치, 재건축 이후에 미분양된 아파트, 재정비지구 지정이후의 일시적 빈집 등. 여기에 인구 정체와 관성적인 도시교외개발까지 겹치니 빈집이 계속 늘어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들의 좋지 않은 점을 우리가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 일본의 경우, 2015년 전체 주택수의 13% 정도가 빈 집이다(우리는 같은 해, 6%정도) 물론 고령화와 인구정체가 우리보다 먼저 온 결과이다.

  일본의 경우는 경제성장기에 한참 건축하였던 대형신도시들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70년대 이후,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 주변에 넓은 공원과 낮은 밀도를 갖고 여유롭게 계획되었던 신도시는 중산층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닭장 같은 대도시의 주택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뛰놀 잔디밭을, 어른들에게는 산책할 공원을 제공하였고 맑은 공기는 덤이었다. 그러나 40여년이 흐른 지금, 입주 당시 30대 젊은 아빠는 이제 70을 훌쩍 넘겼고, 그들에게 마을회관 갈 때 건너야하는 광활한 녹지는 장애물이다. 예전에 아이들과 공놀이하던 축구장은 노인들의 관절상태를 감안할 때 재앙이다. 물론 장성해서 분가한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도시를 줄이는 계획이 한창이다. 계획이라는 게 별 게 아니고, 더 밀도 있는 공간으로 도시를 바꾸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빈집이 더 나오게 된다. 우리도 이러한 과정을 몇 년 내에 따라갈 것 같은 데, 문제는 빈집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최근에 소위 빈집특례법을 마련해서 각 지자체가 빈집실태조사 및 활용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였고, 위험한 빈집의 경우에는 지자체장이 철거명령까지 내릴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빈 집이 생기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고령화와 인구 정체 및 도시쇠퇴이니 이것을 해결해야만 빈집문제를 잡을 수 있다.

  인구정체가 고령화로 연결되고, 이것이 결국은 도시쇠퇴를 낳는다. 많은 선진국들이 경험해 온 문제인데, 우리의 경우 이러한 순환 고리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있다가, 세 가지가 거의 동시에 다가오니 더 당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작년 UN Habitat3 회의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에 살고 있는 인구가 50%를 넘었음을 알리면서 향후 20년 동안 진행될 급속한 도시화가 인류에게 재앙이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함을 강조했던 것을 상기하면, 고령화는 그렇다 치고 도시쇠퇴는 지구적인 차원에서는 낯선 문제이다. 그럼에도 우리를 포함한 몇몇 나라는 위의 세 가지를 풀어가야 하는 현실에 맞닥뜨려 있다. 대부분 북반구에 위치한 선진국들인 데, 우리는 아직 선진국인지가 불분명한데도 이 문제에 봉착했으니 좀 억울하고(?) 당혹스럽다.

  억울해도 빈 집이 늘어나는 것은 현실이고, 빈집이 범죄의 온상이 되거나, 화재의 원인이 되거나, 불량 경관으로 이웃 집값을 하락시키거나 등등 빈 집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문제들이 한 둘이 아니다. 시급한 문제들인데, 그동안 문제 제기만 되었지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에 나선 경우는 드물다. 몇몇 도시에서는 빈집을 매입하여 문화공간이나 동네 사랑방으로 활용하고 있다. 좋은 사례이긴 하나 늘어나는 빈집 물량을 감안하면 한계가 있다. 빈집문제를 앞서 경험한 일본에서는 어떻게 할까? 우선 “빈집은행”이란 게 돋보인다. 일종의 빈집연결도우미인데, 빈집을 처리하고 싶은 소유자가 이곳에 등록을 하면, 지자체가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한다. 그리고 빈집은행은 구매 희망자에게 수선된 집을 연결해 준다. “마이홈 임차”라는 제도도 있다. 은퇴자가 다른 도시(대개 생활비가 저렴한)로 이사를 가려는데, 기존 주택의 임대와 수리 및 임차인 소개 등을 공공기금에서 처리해 주는 제도이다. 공통점은 빈집 처리에 공공이 나서고 있다는 점이고, 이유는 빈집을 줄이는 것이 도시쇠퇴를 지연시키는 역할, 나아가서는 도시재생의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그동안 우리는 도시재생을 하면서 물리적 인프라를 치장하는 데 많은 예산을 사용해왔다. 골목길을 단장하고 벽화를 그리고, 보도를 다시 까는 것이 도시재생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지자체가 아직도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도시재생은 인구를 늘리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인 단장보다 창업 유도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다. 일자리가 생기면 인구가 늘고, 환경개선 등 나머지는 따라온다.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고, 청년창업이 주요 사회 이슈가 된 요즘, 빈 집을 창업공간으로 재생할 것을 제안한다. 빈집소유자와 창업희망자를 지자체나 공공재단이 엮어주자.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늘릴 기회를 주자. 그들이 마음껏 창의적인 생각과 실행을 할 수 있는 아지트를 마련해주자. 전국에 100만 채, 수도권에만 22만 채의 빈집이 있다. 당장 쓸 수 있는 것들도 많다. 벽화는 좀 나중에 그리고, 그 비용으로 일자리를 늘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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