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도 함께 '칙칙폭폭'
사장님도 함께 '칙칙폭폭'
  • 박문정 기자
  • 승인 2017.09.22 0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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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소리통에 학생 내부에서도 비판... 지역 상권과 공생해야

  고연전 둘째 날 저녁, 참살이길은 기차놀이를 하는 양교의 학생들로 가득하다. 학생들은 가게마다 돌아다니며 ‘사장님’을 외친다. 가게 주인은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술과 안주를 들려 보낸다.

  2001년, 고려대 교우회가 나서 가게를 빌려 무료주점을 시작한 이후 17년째 이어지고 있는 정기 고연전 뒤풀이의 모습이다.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려대와 연세대’만의 문화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소리통’을 하며 여러 상점을 방문하는 것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선 ‘우리의’ 문화가 아닌, 우리‘만’의 문화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소리통에 시달리는 안암 상권

  작년 정기전이 끝난 후,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는 학생들이 기차놀이 중 드럭스토어에 들어가 탈취제 새 상품을 뜯어 사용했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이외에도 참살이길의 한 드럭스토어에서는 작년 기차놀이 때 학생들이 샘플을 너무 많이 사용해 다음날 한 종류 상품의 샘플을 다 새것으로 교체한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도 학생들이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 ‘소리통’을 한 사례가 확인됐다. 소리통이란 정기전이 끝난 날 저녁, 뒤풀이를 즐기는 학생들이 가게마다 돌아다니며 술과 음식 등을 무료로 제공받는 문화다. 문제는 매장 책임자가 없을 때 아르바이트 직원이 학생들이 요구하는 샘플 등을 임의로 줄 수 없어 곤란하다는 점이다. C 화장품 매장의 직원은 “샘플도 가게에서 돈을 주고 사 오는 것이기에 직원들이 임의로 줄 수 없다”며 “한두 팀도 아니고 계속해서 학생들이 오기 때문에 모두에게 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기차놀이 당일 저녁,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술집과 달리 화장품가게는 물품 구매를 위해 방문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물건을 구매하려는 손님들에게는 기차놀이가 하나의 ‘소란’으로 여겨질 수 있다. D 화장품 매장의 직원은 “학생들이 시끄럽게 소리통 하며 샘플을 요구해 일반 고객에게서 컴플레인이 들어오기도 했다”며 “다른 손님들이 계실 땐 조금 자제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매년 안암으로 몰리는 양교 학생들

  몇 년 전부터 양교 학생들은 뒤풀이 장소가 신촌이어도 안암에 오는 것을 선호하는 양상이다. 안암 상권이 기차놀이 뒤풀이 인심에 후하다는 이유에서다. 뒤풀이 장소는 당 해의 정기전 주관교가 어디냐에 따라 달라진다. 연세대가 주관교인 올해의 경우, 공식적인 뒤풀이 장소는 신촌이다. 하지만 안암동 상인들은 거의 매년 안암에서 치러지는 뒤풀이가 다소 버겁다는 입장이다. 16년 동안 참살이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2년에 한 번씩일 때는 약간씩 손해 보더라도 함께 즐겼지만 최근에는 연례행사처럼 찾아와 부담이 늘어나긴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몇 해 전부터 정기전 당일 신촌의 거리는 예전보다 다소 한산해졌다는 것이 상인들의 반응이다. 신촌의 B 식당 직원은 “옛날에는 발 디딜 공간도 없었는데 3~4년 전부터 신촌으로 오는 학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기전 당일, 교우회와 계약하지 않는 가게의 경우 부담이 더 크다. 외부 고객층이 많은 신촌과 달리, 안암 상권은 본교생들이 주된 소비층이어서 학생들을 거절하는 게 부담스럽다. 가게 이미지나 학생들과의 친밀감이 단골손님 확보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뒤풀이 시간대에 단과대, 지역 등 각 단위 교우회가 예약한 술집은 상당 정도의 매출이 보장되지만, 예약된 가게가 아닌 경우에는 대개 소리통을 하는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술과 음식을 나눠준다. 참살이길 E 식당의 사장은 “다 학생 장사인데, 축제 날 우리만 안 줄 수도 없어 손해 보더라도 주게 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주류업체가 마케팅 겸 가게에 술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그나마도 줄어들고 있다.

 

서로 즐거운 뒤풀이 문화 필요해

  뒤풀이 문화와 상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축제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일원으로서 서로 배려해 건강한 축제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참살이길 식당 주인 A 씨는 몇 해 전 학생회에서 각 교우회별 무료주점 지도를 팸플릿으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한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무료주점 지도를 가지고 학생들이 그 주점 위주로 다닌다면 소규모 주점들도 부담이 덜 할 것”이라며 “이런 것들을 제도화해 또 하나의 문화로 정착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도형(문과대 사회13) 씨는 기차놀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부터 변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 씨는 “최근 기차놀이 문화가 왜곡돼 ‘특이하고 좋은 것을 얻어낼수록 기차놀이는 성공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는 것 같다”며 “독특한 걸 얻어 페이스북에 자랑하는 경쟁적 인식을 멈추고 지역 상인들과의 유대라는 본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문정 기자 moonlight@

사진제공 | 이유미(자전 경영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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