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을 몰아낸 지난 촛불시위는 ‘직접 민주주의’의 가치가 빛난 사례로 평가받지만, 사회 각 영역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시스템을 찾기란 쉽지 않다. 민주주의의 보루로 여겨지는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사회 정점에 있는 ‘총장’의 선출에 있어 직선제냐, 간선제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선출권을 어느 구성원에게까지 부여할 것인가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결국 대학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서로 양보하며, 총장 선출제도에 대한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을 용이하게 하기위한 목적으로 총장 선출제도를 손보기 시작했다. 2012년 1월 교육과학기술부는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직선제가 중심이었던 국립대학의 총장 선출제도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교수 직선제 형태의 ‘교원합의제’를 거부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대학구성원참여제’를 대학이 실시토록 유도했다. 대학구성원참여제는 추천위원회에서 총장을 선출토록 하는 간선제로, 특히 추천위원회원에 외부위원의 비중을 더 높이도록 함으로써 대학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커지기 쉬운 구조였다.

 

구조개혁을 명분으로 총장 선출제도 건드린 정부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총장 임명권을 수단으로 대학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고 했다. 한국 체육대의 경우 총장 임명 제청을 여러 차례 거부당했고, 결국 친박 정치인이 임명됐다. 경북대도 추천위원회에서 1순위로 지명된 후보자를 정부가 거부해 공석사태가 지속됐다.
이에 대학사회의 반발도 만만찮았다. 2015년 8월 부산대학교에선 故 고현철 교수가 총장 직선제와 학원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며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교육부는 파벌 선거, 선거 과열 등 직선제가 가진 문제들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결국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총장 선출제도 개선은 대학 구조개혁과 맞물려 진행됐는데, 이는 대학 구성원들의 저항이 거셌던 구조조정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말했다.

 

다시 확대되는 총장 직선제 … 구성원들마다 ‘동상이몽’

총장 선출에 대한 정부 간섭에 대학사회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자 총장 직선제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 8월 교육부는 ‘국립대학 총장 임용제도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총장 선출방식에 대한 자율권을 각 대학에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성원들마다 생각하는 직선제는 제각각이다. 이전처럼 교수들에 의해서만 선출했던 ‘교수 직선제’로 돌아갈 것이냐, 교직원과 학생들까지 선거에 참여하는 ‘완전 직선제’로 한 발짝 더 나아갈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다.
학생사회에선 국립대, 사립대에 관계없이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이 최선인가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따라붙는다. 다양한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를 어느 수준으로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는 또다른 학내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올해 완전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한 이화여대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투표 반영비율을 두고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투표 반영비율을 교수, 교직원, 학생이 33% 씩 동등하게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학생과 직원 투표 반영비율은 각각 8.5%, 12.2%에 그쳤다. 교수 투표 반영비율은 77.5%였다. 익명을 요구한 이화여대 재학생 김 씨는 “학생도 총장 선출에 참여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민주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학생들 내에서도 반영비율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며 “직선으로 선출한 신임 총장의 최근 행보 또한 소통을 강조했던 선거 때와는 달라진 것으로 보아, 선출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끝난게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인맥이나 학맥 등으로 파벌이 만들어지고, 학내 갈등이 발생하는 직선제 자체의 문제도 남아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본교 신현석(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에선 정치적 행위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에 뜻을 같이하는 집단은 직선제든, 간선제든 상관없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대학 내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정치적 갈등으로 학교가 손상당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국장은 “선거 자체가 다양한 요구나 입장이 나오는 시스템이다 보니 과거에도 총장 직선제의 폐해가 없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직선제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구성원들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갈등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대학 구성원들의 노력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현석 교수는 “조금씩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과거의 문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해야한다”며 “중요한 것은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협력하고, 충분히 소통하며 선출제와 관련된 문제 상황을 조정해 나가는 거버넌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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