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은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중요 활동 중 하나다. 숙면을 통해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올바른 수면 습관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신체 활동과 규칙적인 취침, 기상 시간은 숙면에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일상이 바쁜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수면의 질은 점점 떨어져 수면장애가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장애 환자 수는 257만 9507명(2012년)에서 291만 8976명(2016년)으로 4년간 약 13%가 늘었다. 20~30대 환자 역시 해마다 6~10%정도로 꾸준히 증가 중이다.

 

수면, 왜 중요한가요?

  수면은 수면 상태에서 관찰되는 일정한 뇌파를 통해 구분된다. 뇌파는 일반적으로 수면이 깊어짐에 따라 주파수가 느려지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일반 성인이 눈을 감고 있을 때 뇌파는 10Hz 전후의 α파를 보인다. 졸음에 드는 순간부터 α파는 없어지고 진폭이 작은 4∼6Hz의 서파(Slow Wave)와 가는 속파(Fast Wave)가 나타나 수면 상태에 들어선다. 속파에 이어 진폭이 크고 빠른 14Hz 정도의 예파(Sharp Wave)가 나온 후 다시 3Hz 정도의 서파가 나타난다.

  수면은 빠른 안구운동이 나타나는 렘수면(Rapid Eye Movement Sleep)과 그렇지 않은 비렘수면(non-Rapid Eye Movement Sleep)으로 구성된다. 렘수면은 꿈을 꾸게 되는 수면을 말하며 전체수면의 20~25%를 차지한다. 이때 몸은 움직일 수 없다. 비렘수면은 전체수면의 75~80%를 차지하는데 반응 정도와 뇌파에 따라 N1, N2, N3의 세 단계로 분류한다. 수면의 깊이가 증가하면서 예파가 감소해 대부분 서파만 남게 되는데, 이때 뇌파의 주파수는 감소(서파화)하며 진폭이 커진다. 서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N3 수면은 서파수면(Slow Wave Sleep)이라 한다. 서파수면 상태의 몸은 뇌 활동, 근긴장, 혈압 저하 등이 관찰된다. 신원철(경희대 의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수면 단계에서는 교감신경계가 억제돼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멈추고, 뇌와 육체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파수면은 대개 수면 주기의 전반부에, 렘수면은 후반부에 더 많이 나타난다. 렘수면 중에는 진폭이 낮은 다양한 주파수의 뇌파 리듬과 근전도(Electromyogram)에서 저긴장 혹은 무긴장의 특징을 보인다. 렘수면 중엔 자율신경활성이 불안정해 심박수와 혈압이 상승하고 호흡이 불규칙적으로 변한다. 반대로 비렘수면 상태에서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해 심박수와 혈압이 감소하며 호흡은 느리지만 규칙적으로 나타난다. 정신활동이 감소해 신체와 내부 장기의 피로를 풀어주며 낮에 소진된 에너지를 보충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조철현(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수면은 정신 활동의 피로를 해소하고 기억력을 강화하는 등의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억 공고화, 노폐물 제거, 면역회복 등 중요한 역할도 한다”며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불면증. 치료 못하면 일상생활 문제돼

  수면장애는 수면 부족이나 수면 질 저하, 수면 주기 문제 등 일상생활에 불편함이나 장애가 나타나는 것으로, 세계인구의 20% 이상이 경험했거나 앓고 있는 흔한 증상이다. 증상에 따라 수면장애를 불면증, 기면증(과다수면증), 사건수면으로 나눌 수 있다. 사건수면은 수면보행증·잠꼬대·야경증 등과 같은 수면 중 행하는 이상행동을 말한다.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충분한 수면에도 일상에서 각성을 유지하지 못한다. 김현탁(경희의료원 신경과) 의사는 “대부분 수면장애는 수면시간의 부족과 수면 질 저하를 초래해 수면 후에도 개운하지 않고 졸림을 호소한다”며 “수면장애는 대인관계, 정신건강, 질병의 진행속도 등 신체와 정신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수면장애는 여러 가지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며 학습장애, 능률저하, 안전사고 등의 원인이 된다. 적절한 치료가 없을 시 기존에 앓던 신경정신 질환이 악화되거나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심각한 병을 초래할 수 있다.

  수면장애에 따른 대표적 질환은 불면증이다. 불면증은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에서도 잠들기 힘듦 △수면 중 자주 깸 △일찍 잠에서 깬 후 더 자지 못함 △아침에 회복감을 느끼지 못함 등을 보이는 질병이다. 우울증 같은 심리적 부담이나 위·식도 역류와 같은 내과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불면증은 지속되는 기간에 따라 일시적 불면증, 2~3주 정도 지속되는 단기 불면증, 만성 불면증으로 나뉜다. 일시적이거나 단기적인 불면증은 원인을 개선하면 치료할 수 있지만, 만성적인 불면증은 치료가 어려워 일상생활에 차질이 생긴다. 김린(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만성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낮에 효과적으로 능률을 발휘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걱정한다”며 “잠에 대한 걱정이 되풀이되면서 더욱 무리하게 잠을 자려고 시도하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말했다. 불면증 환자들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 심하게는 10시간 이상 누워있는 경우가 흔하며 낮잠을 자려해도 쉽게 잠에 들지 않는다. 김 교수는 “오랫동안 잠을 청하게 되면 오히려 긴장으로 각성돼 수면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이는 수업이나 회의 도중에 불성실한 사람으로 오해받거나 운전 중 사고를 일으켜 엄청난 손실을 입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많이 자고 잦은 코골이도 질병

  불면증 못지않게 사람들의 기능에 지장을 초래하는 수면장애는 기면증이다. 기면증은 야간에 충분히 잠을 깊이 잤음에도 주간에 잠이 쏟아져 피곤하고 때로는 순간적인 잠에 빠지기도 한다. 하루 이틀 정도의 일시적 수면 부족은 자신이 쉽게 인식할 수 있어 잠을 보충해 해결할 수 있지만 만성적 수면부족증은 해결이 어렵다. 수면부족에 대한 질병 증상도 눈에 띄지 않아 졸림의 원인을 주관적으로 잘 알지도 못한다. 기면증은 평일의 수면시간과 비교해 주말이나 휴일의 수면시간이 2시간 이상 많을 때 의심할 수 있다. 김린 교수는 “기면증은 무척 흔해 의사나 환자 모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지만, 학업이나 직업적 기능, 운전자의 측면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치료대상”이라 말했다.

  수면장애엔 불면증, 기면증 외에도 수면무호흡증이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무호흡이 한 시간당 5회 이상 나타나는 수면 질병이다. 수면무호흡증은 호흡을 조절하는 뇌간에 위치하는 호흡중추의 미작동으로 호흡이 안 되는 ‘중추성 수면무호흡’과 호흡중추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만, 상기도가 수면 중 막혀 호흡이 안 되는 ‘폐쇄성 수면무호흡’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폐쇄성은 기도가 막힐 수 있어 더 위험하다. 구대림(보라매병원 신경과) 의사는 “정상인은 혀뿌리가 늘어져 기도가 막히면 이를 감지하는 음압 시스템과 이산화탄소분압을 측정하는 호흡 감시체계가 작동돼 각성 중추를 깨워 호흡이 재개되도록 한다”며 “하지만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 호흡 감시체계가 약화돼 수면무호흡증을 막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잠을 자면 대부분의 수면 단계에서는 교감신경계가 억제돼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뇌와 육체는 충분한 휴식으로 회복하게 된다. 즉,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4시간 동안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이다. 수면 중 호흡이 자주 끊어지면서 ‘얕은 수면’이 많아져 피곤해 진다는 것이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체중을 정상화해도 수면무호흡증이 없어지지 않으며 30~50% 정도만 개선이 된다.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히 신체구조문제가 아닌 이를 해결하는 신경회로와 근육의 탄력의 문제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구대림 의사는 “수면무호흡증은 수면의 질 저하로 인해서 주간 졸음증,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그리고 고혈압, 당뇨, 뇌졸중을 유발하게 된다”며 “평소 수면무호흡증 예방으로 비만이 되지 않도록 체중관리를 하고 호흡을 억제하는 술과 담배 등을 절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조한규 기자 honeyq@

일러스트 | 정예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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