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FM~ 안녕! 안녕! 안녕하십니까!”

  학교에서 흔히 쓰는 FM이란 주변 사람들의 우렁찬 구호 속에서 이름과 소속, 간단한 인사말을 밝히는 자기소개다. 소속감을 강조하며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지만 불편함과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에 여러 단위에서 학생회 차원의 자제 조치를 취하는 등 FM 문화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FM 통해 소속감과 자부심 표출해

  FM의 기원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대체로 과거부터 신입생들의 통과의례로 내려온 사발식의 일환으로 알려져 있다. 사발식이 진행되기 전 우렁찬 목소리로 소속 학교와 단과대, 이름을 밝히는 것이다. 김정규(금속공학과 87학번) 교우는 “대학에 진학하며 달라진 신분이나 소속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하나의 통과 의례이자 절차였다”며 “주로 사발식을 진행하기 전 크게 소리를 지르며 하곤 했다”고 당시의 FM을 묘사했다. 소속감을 드러내고 고대생이라는 자부심을 표출하려는 의도에서 FM은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장근호(영어영문학과 94학번) 교우는 “선배들에 의해 FM은 당연히 하는 순서로 받아들였다”며 “자기소개 형식으로 이뤄졌지만, 당시에도 부끄러워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은 있었다”고 전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사발식의 절차 또는 사발식과 별개로 유흥을 목적으로 한 대학생 문화의 일부가 됐다. 오늘날의 본교생들은 특히 술자리에서 재미있는 분위기를 위해 FM을 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대 17학번 서 모씨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하다 보니 소속감도 생기고 자신감도 붙었다”며 “술자리에서 분위기가 사니까 자주 즐긴다”고 말했다. 생일 축하 술자리에서 FM을 해봤다는 곽태현(공과대 기계공학17) 씨는 “친한 동기들이 시켜 전혀 기분 나쁘지 않고 재밌게 했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장점으로 FM 문화는 개별 동아리까지 뿌리내리며 새로운 유형으로 변용되기도 한다. 자유전공학부 ‘형사문제연구회’에서는 ‘본인이 형사문제연구회에서 무언가를 담당한다’는 재치있는 자기소개와 함께 FM을 진행한다. 형사문제연구회에서 활동한 김정현(자전 미디어13) 씨는 “동아리원들끼리 내부 결속을 다지는 의미가 크다”며 “소속 반과는 달리 선택해서 온 동아리이기에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FM 강요

  하지만 통과의례로 진행되는 ‘반강제적인’ 특성에, 술자리 특유의 흥겨운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FM은 일부 학생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이러한 FM 문화에 불평하는 목소리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천유진(자전 경영17) 씨는 “생일날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FM을 했지만 불편한 걸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속감 고취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방식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었다. 관능적이게 FM을 시키는 AM(Adult FM), 주변 사람들의 추임새 없이 자기소개를 혼자 하는 SM(Self FM)이 대표적인 사례다. AM과 SM을 강요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김윤재(보과대 보건환경16) 씨는 “새내기새로배움터(새터)에서 AM을 억지로 시켜서 했지만, 야유를 줘 매우 수치스러웠다”며 “한 번 더 해보라고 해 소주 한 병을 마시고 말았다”고 전했다. 개강 후 술자리에서도 강요는 이어졌다. 김 씨는 “이번에는 SM을 강제로 시켜서 했는데 굉장히 민망했다”며 “FM이 소속감도 느끼며 좋기도 하지만 야유와 술 강권이 섞인 것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특히 각종 환영행사를 앞둔 신입생들에게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FM이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사범대 18학번 A 씨는 신입생 환영회 때 FM이 의무라는 사실을 들었다. A 씨는 “FM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FM과 장기자랑을 통해 선배들을 웃겨야 한다고 들었다”며 “부담을 느끼고 준비 과정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서 FM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불편했다는 서예원(미디어17) 씨는 “큰 고함으로, ‘웃긴’ 자기소개를 ‘몰아간다’는 점에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변해가는 FM 문화

  FM을 강요하는 문화에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최근 들어 학생사회에선 FM을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하는 사람이 즐겁지 않으면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공감을 모으고 있어서다.

  미디어학부는 1월 중순 진행한 ‘예비학교’에서 신입생에게 고려대에 대한 소개와 함께 FM과 막걸리 찬가에 대해 교육했다. 하지만 시범만 보여줬을 뿐 강제하지 않았고, 자진해서 하고 싶어 하던 신입생들만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다. 이 분위기가 새터에서도 이어져 강제적인 FM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수연 미디어학부 학생회장은 “FM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리라 판단했다”며 “FM에 학번 권력이 작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어교육과는 관례로 FM 방식을 알려주는 시간을 가져왔다. 하지만 작년 새터부터 FM 교육 자체를 생략했다. 권서영 전 국어교육과 학생회장은 “내부 회의를 통해 신입생들에게 반드시 FM을 가르쳐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FM을 가르쳐주던 과별 시간을 신입생들만의 시간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술자리나 행사에 앞서 술의 양과 종류, 행사 참석 여부와 함께 FM 참여 의사를 조사해 참석자들의 의견을 수용했다. 권서영 전 학생회장은 “FM으로 인해 수치심을 느끼는 학우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합동 응원 오리엔테이션과 정기 고연전 등 교류반과의 술자리에서도 FM 규제는 이뤄지고 있다. 교류반끼리 강제로 FM을 시키는 것이 양교 학생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러 단과대가 만든 ‘교류반 자치규약’엔 FM 강제를 지양하자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백지연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은 “FM은 단순히 ‘문화’나 유희로 취급될 수 없고, 어떤 학우들에게는 부담과 학번 권력으로 다가온다”며 “특히나 신입생들에게는 더더욱 어떠한 폭력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 김예진 기자 starlit@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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