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대 서울총학생회 ‘ABLE’(회장=김태구, 서울총학)은 총학 선거 당시 ‘이전과는 다른 교육권리찾기운동(교육권운동)’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교육권 의제를 기존처럼 4월에 ‘반짝’ 다루는 것이 아니라, 매월 다양한 교육권 의제를 소개해줌으로써 10월까지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첫 시작으로 12일부터 3월 교육권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드롭제도 부활 내세운 서울총학

  월별 교육권 프로젝트는 총학생회 차원의 의제와 단과대별 의제를 모아 진행된다. 서울총학은 3월 의제로 장바구니 제도 도입과 드롭제도 부활을 제시했다. 최근 일어난 수강신청 혼란으로 인해 서울총학은 본교 교무처와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수강신청 제도 개편 논의를 진행 중이다.

  12일, 총학생회는 드롭제도 부활을 위한 서명운동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진행했다. 개강 후 일정 기간 내 수강철회를 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받기 위함이다. 이규상 서울총학 교육정책국장은 “드롭제도 부활을 3월 의제로 선정한 이유는 수강신청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총학 측은 드롭제도 부활과 더불어 정확한 수강과목 정보 파악을 위한 강의계획서 의무화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의제 선정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박지원(문과대 영문15) 씨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 입장에서 학생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드롭제도 부활에 찬성했다. 포괄적인 의제 선정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민호(문과대 언어13) 씨는 “학생들과의 토의나 공론화 없이 교육 제도를 만드는 것이 문제”라며 “드롭제도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학교가 학생들과의 대화를 추진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민경(자전 미디어16) 씨는 “드롭제도가 도입될 시 재수강 횟수 제한이 따라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강의계획서 작성 의무화를 의제로 선정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서명운동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서명운동도 파이빌 길목, 노벨광장, 하나스퀘어 앞 잔디에서 진행됐다. 파이빌 길목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던 총학생회 집행부원 김정하(경영대 경영17) 씨는 “학생들의 참여도와 관심이 생각보다 높다”고 말했다. 발걸음을 멈추고 명부에 이름을 적고 간 학생들은 의제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서명을 한 변예솜(문과대 심리16) 씨는 “학생들에게 총학생회가 교육권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홍보가 되는 것 같다”며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했다.

 

단과대별 의제도 모은다

  단과대 및 독립학부가 개별적으로 학생들의 불만을 담은 의제들을 수합하기도 했다. 경영대학, 디자인조형학부, 자유전공학부를 포함해 총 8개의 단위들이 3월 교육권운동에 동참했다. 이규상 서울총학 교육정책국장은 “올해 교육권운동은 총학생회와 더불어 가까운 단과대 학생회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단과대 및 독립학부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의제는 ‘수강권 보장’이다. 미디어학부 학생회는 전공과목 개설 수 및 다양성 부족을 의제로 선정했다. 이수연 미디어학부 학생회장은 “전공과목뿐 아니라 과다한 영어강의, 실습수업의 부족을 모두 아우른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미디어학부는 그 외에도 학회‧팀플 공간 부족, 촬영 장비 부족 및 노후화 등과 관련해 정세훈(미디어학부) 교수와 면담을 진행했으며, “미디어관 411호를 상시 개방해 학회와 팀플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정경대학은 전공과목 개설 확충을 요구하며 ‘망한 시간표 경진대회’와 ‘우주공강 성토대회’를 열었다. 윤정인 정경대 학생회장은 “망한 시간표는 손가락 때문이 아니라 학교의 수강신청제도와 강의 개설 부족에 있음을 짚었다”고 설명했다.

  법학 과목 개설 문제를 겪은 자유전공학부는 △융합전공 수강권 보장 △실질적 전공탐색 보장 △필수전공 수강신청권 보장을 요구했다. 19일과 20일에는 ‘자전 통곡의 석탑’ 프로그램을 진행해 포스트잇에 학생들이 불만을 써 붙이면 제일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불만을 뽑아 상품을 줬다. 오승현(자전 정외17) 씨는 “다른 학과에게 이러한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있어서 의미있었다”고 말했다. 최동혁 자유전공학부 학생회 교육국장은 “이 행사를 통해 학우들의 서명을 행정실에 전달하는 것 뿐 아니라 수강신청 대란으로 인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며 “교육권의 중요성을 재차 인지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한 공간 부족, 실험실습비 문제

  이번 교육권운동에서는 지속적으로 문제시된 공간 관련 의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보건과학대학은 △자치공간 확보 △강의실 부족 문제 해결 △교과과정 문제 해결을 의제로 선정했다. 보건과학대학은 2015년도에 하나과학관으로 옮겼지만 아직 자치공간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대형 강의실의 부재와 적은 수용 인원으로 인한 강의실 부족 문제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조형학부는 △자치공간 확보 △재료비 지원 △충분한 전임교수 확보를 요구했다. 20일과 21일 디자인조형학부는 학생들이 겪고 있는 불만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는 ‘디조, 너의 불만을 말해조!’ 행사를 열었다. 활동에 참여한 문지우(디자인조형17) 씨는 “심각한 공간문제와 더불어 자연계생활관 이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서 학부생들의 불만을 다룰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김지윤 디자인조형학부 학생회장은 “오랜 시간동안 실기 공간 부족의 문제를 앓아왔으며 과실이나 학생회실 같은 자치공간도 열악하다”며 “자연계생활관 이전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의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재료비 지원, 전임교수 부족에 대한 의제도 마련했다.

  한편, 이공캠 단위들은 주로 실험실습비와 관련된 의제에 집중한 모양새다. 공과대학은 실험실습비 사용 내용 청구를 의제로 선정했다. 공과대 학생회 측은 “실험실습비가 적합하게 이용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학우들의 목소리를 담은 실험실습비 사용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실험실습비의 투명성은 2월에 진행된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아울러 타 단과대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불만을 포스트잇에 붙이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고려대학교 실험 수업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라며 학생들에게 가장 문제점이라고 생각되는 의제에 스티커를 붙이도록 했다. △낮은 효율의 보고서 작성 △실험 자재 부족, 기구 고장, 오래된 컴퓨터 △실제 실험시간보다 길게 배정된 실험 시간표 △실험 준비 미흡, 실험 방법 안내 부족 등 안내판에 붙어있는 수많은 스티커들이 학생들의 불만을 대변했다. 소현도(공과대 산업경영14) 씨는 “학생들의 불만에 가까운 실험 관련 의제를 다룬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권리찾기운동, 앞으로의 방향은?

  3월 교육권 프로젝트는 드롭제도 관련 서명이 3000개가 넘어가며 월별로 진행될 교육권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 교육권운동은 이전과 달리 민주광장 등에서 학생들을 모아 진행하는 ‘교육권리투쟁’을 2학기로 미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1학기의 월별 교육권운동의 성과와 함께 2학기에 학교에 대한 비판 지점을 모아 교육권리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규상 서울총학 교육정책국장은 “월별 교육권운동을 통해 오랜 기간 학우들의 눈에 띄고자 한다”며 “그동안 언급된 의제들은 계속해 요구하고 언급되지 않던 주제들 또한 미래에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총학은 4월에는 총장 직선제, 5월에는 학점 이월제도 등을 다뤄 10월 총궐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 | 김예진 기자 starlit@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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